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의온도 Feb 21. 2024

쉽다고 방치하면 안 되는 초1 수학


나는 수학을 참 좋아했다. 늘 한결같이 좋아하는 과목이 수학이었고, 또 좋아하는 만큼 잘하기도 해서 수학선생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수학은 거의 틀리는 일 없이 나에게 1등급을 선사하던 애정하는 과목이었다.

 


초등학교 5-6학년 즈음 지나친 선행을 하는 주변 아이들을 보면서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지금 배우는 수학을 심화까지 충분히 소화해내지 못하면서 그저 겉핥기식으로 다음학년의 진도를 빼는 게 무슨 의미인가 생각했던 것 같다.(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나이에 참 건방졌다)


우리 아이 수학은 꼭 내가 가르치고 싶었다. 내 자식이라 더 욕심이 나서 화가 나긴 하겠지만(그전에 내 동생 수학 가르칠 때 엄청 싸웠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지나친 선행보다는 기초와 심화에 집중하자라는 생각이었다. 물론 아이가 너무 잘 따라오고 심화도 충분히 흡수하는 정도의 수준이라면 선행을 할 생각은 있다.




그렇게 아이가 입학을 하고 처음으로 받아보는 수학교과서. 단원을 훑어보니 별게 없었다. 요즘 유치원에서는 아니 집에서도 학원에서도 다들 어느 정도 수학을 미리 시키는 경향이다 보니 초1 수학 단원들은 너무 쉬워 보였다. 1학년 1학기 수학 첫 단원이 ‘9까지의 수’였으니 정말 봐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입학한 후 수학문제집은 연산이랑 도형정도만 풀렸다.


그렇게 1학년이 된 지 한두 달 지나갈 무렵 ‘이렇게 해도 괜찮은가’ 싶은 생각이 문득 들어서 여기저기 검색해서 찾아보고, 교육 영상들도 봤다. 그 결론은 아무리 쉬어도 교과서 진도에 맞춰서 봐주는 게 필요하겠다는 것이었다. 내가 보기엔 너무 쉬워 보여도 아이에게는 조금 낯선 표현이나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심화문제들은 은근히 어려운 문제들이 있었다. 그리고 1학년 때 내용들이 연계되어서 2, 3학년 때 더 복잡하게 나오기 때문에 지금 애매하고 헷갈리는 것들이 있다면 분명히 해결하고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구멍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우리 아이는 1학년 수학 내용을 어려워하지 않아서 왕수학 실력 편으로 학교 진도를 따라갔고, 연산과 도형문제집을 서브로 풀었다. 문제집은 워낙 다양하고 좋은 게 많아서 수준에 맞춰서 취향껏 골라도 괜찮다. 중요한 건 하다 보면 아이가 헷갈려하거나 어려워하는 부분이 보이는데 그런 부분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아이가 내용을 잘 이해하고 문제도 잘 푼다면 선행보다는 심화를 추천한다. 조금 더 생각해서 푸는 심화 문제들을 1학년 때부터 연습해 차곡차곡 잘 쌓아나가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복잡하고 어려워지는 문제들을 좀더 편안하게 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아이들 모두 쉽다고 그냥 지나치지 않고 초1 수학도 꼼꼼하고 차분하게 잘 쌓아나가길. 그래서 1학년이 수학을 즐거워하는 시작점이 되는 시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 사진출처: pixabay


이전 08화 선생님과의 독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