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시간이 2년이 넘게 흐르고 있었다. 그 사이 나의 식습관은 완전히 바뀌었고 내 몸에선 완벽하게 15 킬로그램이 사라졌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다이어트를 성공하겠다는 죽기 살기의 각오 같은 없었다. 나는 언제나 경건하게 마인드를 잡고 결심을 하고 오늘 요이땅! 하면 거침없이 뛰어들어 다이어트를 하던 사람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런 결심은 눈곱만큼도 없이 살이 사라졌다고! 밀라노가 나에게 준 인생의 선물인가!
공부를 마치고 귀국을 하니 공항에서부터 엄마가 난리였다. 어떻게 된 거냐고! 살이 어디로 다 사라졌냐고! 어디 아픈 건 아니냐는 걱정스러운 물음과 함께.
"난 네가 걸어 나오는데 네가 아닌 줄 알았다!"
놀랬지 엄마. ㅋㅋㅋ 미안해요. 못 알아보게 해서. 이런 말을 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벼운 몸으로 식구들을 다시 만나니 이보다 기쁠 수는 없는 날이다.
집에 도착하니, 온 가족의 눈이 휘둥그레하다. 특히 내 여동생 뚱이는 어떻게 살을 뺀 거냐고. 은근 나를 질투하기 시작했다. 우린 서로 믿고 의지하는 뚱자매였는데, 미안해 뚱이 너만 남겨놔서. 이런 이야기가 한 동안 오가며 미친 듯이 웃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귀국한 지 한 달 정도가 지나 슬슬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먼저 귀국한 친구의 소개로 유명한 스타일리스트실장님과 일을 하게 되었다. 실장님이 A급이니 내가 일하는 곳의 모든 스텝은 전부 티비에서만 보던 A급의 패션 피플들. 이다가 왔다! 이태리에서 살 쫙 빼고! 가벼운 몸으로 신나게 일해 보자!
이태리에 가기 전 유학원에서 고른 이름이 공교롭게도 스무 살에 지어두었던 이름 이다였는데, 스타일리스트로 일을 하며 나는 완전한 이다가 되었다. 이제는 누가 이다! 하고 부르면 본명인 내 이름보다 더 빨리 반응할 정도가 된 것이다. 이다는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먹으며 빡세게 일을 했다. 너무 움직여서 그런지 그 뒤로 다시는 살이 찌지 않았다. 밥차와 케이터링이 아무리 유혹해도 너끈히 이겨낼 수 있었다.
이다만 아는 사람들은 그 안에 숨겨진 나의 모습을 모른다. 14살에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끝없는 요요에 시달리며 미친 듯이 다이어트를 하던 내 진짜 모습을.
"이다는 원래 이렇게 말랐니?"
"네?... 아니요 저는 원래 뚱뚱..."
아무리 이런 이야기를 해도 쟤는 원래 마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말을 들으면 속사정을 아는 나는 ㅋㅋㅋ 웃어버리고 만다. 20년 다이어트 이야기를 어찌 다 한 번에 풀어놓겠는가. 그저 살 빠지는 비법을 묻는 사람이 있다면, 진지하게 상담을 해줄 뿐이다.
"샐러드를 먹어봐요. 달걀 2개 꼭 넣어서!"
그리고 다이어트 방법이 정 궁금하시면 '이 죽일 놈의 다이어트'라는 책을 한 권 보시죠. 그걸 읽으시면 아마 시행착오는 하지 않으실 겁니다. 하하하!
나는 이제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다. 내 인생에서 다이어트라는 단어가 사라져 나는 더없이 기쁘다! 내 몸무게는 십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유지되는 중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밀라노가 나에게 준 선물이 맞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