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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해야 해! 2

by 이다

한국 두부를 이태리 모짜렐라치즈처럼 좋아한다던 마리아끼아라. 매일 저녁 두부를 먹고 다이어트를 한다던 그녀였다. 만났다. 다이어트 동지! 태닝 된 피부에 날씬했던 그녀는 은근 나에게 자극을 주었다. 나는 이태리에 가면 두부대신 모짜렐라 치즈를 먹으리라. 아아. 그러나 지금은 다이어트가 아닌 언어가 내 인생의 일 순위다.


그녀와 매일 아침 만나 이태리어로 더듬더듬 말을 하게 되자, 이상한 용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한 편으로 텅 빈 강의실이 고맙기까지 했다. 그럴수록 말을 해야만 했는데, 어디 말이 쉽게 방언 터지듯 나오냔 말이다.


어느 날, 영어를 잘하는 친구에게 물었다. 언어는 어떻게 하는 거냐고. 나의 물음에 친구는 대답했다.


"언어는 밥 짓기야. 쌀을 촛불로 100년 짓는다고 생각해 봐. 밥이 되겠니? 쌀은 아주 센 불로 단 시간에 익혀야 해. 그래야 밥이 되는 거야."


와. 머리에 지진이 일어났다. 생전 처음 듣는 인생 명언. 언어는 밥 짓기와 같다. 그렇다면 센 불을 때야 한다.




언어에 센 불 때는 방법.

나는 알파벳부터 시작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의외로 부담이 없었다. 어차피 모르는 언어니까 지금부터 시작하면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4시간 동안 들은 강의는 새로 나오는 단어부터 문장까지 모조리 외워버린다. 특히 이태리어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므로 테이프를 틀어놓고 원어민과 같은 속도로 읽어낼 때까지 반복 해서 낭독한다.


강의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이해하고 낭독하는 시간이 계속되었다. 문장이 완벽하게 다가오면 그날 안에 반드시 통째로 외웠다. 집안 구석구석에 단어를 포스트잇으로 붙였다. 화장실 문짝에도 붙였다. 잠을 자는 내내 테이프를 들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꿈속에 이태리어가 나오길 빌었다.


학원 가는 버스에서도 오디오를 계속 들었다. 그러면서 눈에 보이는 모든 풍경을 이태리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3개월을 계속하자, 드디어 꿈에 이태리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말을 하기 위해서 마리아끼아라에게 매일 편지를 썼다. 감동에 겨운 끼아라가 틀린 곳을 수정해서 답장을 주었다.


5개월간 불을 때고 나니 어느덧, 이탈리아에 오란다. 패션스쿨에서 입학 허가가 떨어졌다. 진짜 가야 하는 시간. 출국을 며칠 앞두고 선생님 한 분이 말씀하셨다.


"이다! 이태리에 가면 올리브를 조심해야 해. 공항에서 헤어진 뒤 1년 후에 만나면 다들 10킬로가 불어있어요."


솔직히 저 말이 너무 무서웠다. 지금까지도 힘들게 살아왔는데 여기서 10킬로 더? 안 돼!!!

나는 선생님의 말을 꼭꼭 새기며 결심했다. 난 패션의 나라에 간다. 그곳에선 절대로 살이 찌지 않는다. 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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