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후예요.
난 특별한 눈을 가지고 태어났어요.
엄마가 그랬는데요.
내 눈은 독수리처럼 반짝반짝해서 잘 보이는 거래요.
덕분에 한 번 간 길은 금방 찾아요.
그리고요 공부는 어려운데,
그림으로 보여주면 사진처럼 머리에 찰칵하고 남겨져요.
물론, 너무 잘 보여서 불편할 때가 있어요.
깜빡이는 조명은 내 독수리 눈에 벼락처럼 찌릿하고요.
TV 속 알록달록 색깔은 나를 집어삼키는 무시무시 괴물 같아서 안전교육동영상 보는 것이 싫어요.
가끔 너무너무 무서우면
‘으악!’ 소리를 지르고 뛰쳐나가곤 해요.
그런데요.
이제는 소리를 지르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요.
어떻게 할 수 있냐면요.
친구들이 미리 알려주거든요.
‘시후야. 이제 동영상 볼 거야.’
그러면 조용히 복도로 나가 창문틈 사이로 교실 안을 지켜봐요. 동영상이 끝나면 들어갈 거거든요.
또 방법이 있어요!
엄마가 챙겨준 선글라스를 쓰고 귀를 두 손으로 꼭 막고 교실에 앉아있어요.
동영상이 끝나면 특수실무사 선생님이 알려줘요.
시후 마음이 편안해져요.
이렇게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우리는 같은 1학년 1반이니깐요.
양육자가 전하는 발달장애아동 인식개선 캠페인에 게시한 포스터
뜨거운 볕과 촉촉한 빗줄기를 머금 6월 어느 날,
작은 꽃잎 하나가 그 곁에 다른 하나를 만나 여럿이 되었습니다.
처음 초록빛을 띤 흰색으로 다가온 그는 점차 파랗게, 그리고 쑥스러운 듯 옅은 분홍색을 보이더니 이내 진한 보랏빛으로 함께합니다.
시후도 6월 어느 날 제게 선물처럼 찾아왔습니다.
별난 눈을 가진 시후는 하얀빛 작은 꽃잎 하나에 멈추지 않기 위해 진심을 담아 오늘도 선글라스에, 때론 복도 끝 창틀에 매달려 애써봅니다.
‘친구 곁에서 함께 하고 싶어요.’
단출한 꽃잎 한 장이 풍성함을 가득 채운 보랏빛 꽃다발이 되는 일은, 그저 배려를 담은 따스한 한마디입니다.
[ 사진출처 ]
메인(pixabay)
10가지 법칙(UN에 제작,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