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혜민 Oct 31. 2024

#2 흔들흔들

두 번째 원칙


나는 지우예요. 오늘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왜냐하면 나는 지금 공룡박물관이거든요.


대왕 티라노사우루스가 두 손을 번쩍 들어 나에게 인사를 해요. 우뚝우뚝 솟은 뿔 세 개 트리케라톱스는 크아 소리를 내며 나를 반겨줘요.

지우는 너무 신이 나서 흔들흔들 춤을 춰요.


우아! 저기 프테라노돈도 있어요!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펼친 프테라노돈 앞에서

나도 두 다리를 쭈욱 넓혀, 있는 힘껏 흔들어요.

오른쪽 왼쪽 오른쪽 왼쪽


아이구! 옆에 친구랑 부딪혔어요.

친구 얼굴이 무시무시 스테고사우루스로 변했어요.

서둘러 두 다리를 모으고 눈을 가려요.

나는 행복하다는 표현도, 미안하다는 표현도 아직 어려워요.     



아빠가 지우 옆에 다가와 이야기해요.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대요. 그런데 난 여전히 어려워요.

그래도 약속했어요.

이제는 지우 마음을 이야기해 볼게요. 그리고 신이 나면 조금 안전한 곳에서 흔들흔들 춤을 추기로 했어요. 지우가 약속을 잘 지켜볼게요.  

   


지우가 1번으로 사랑하는 브라키오사우루스를 만났어요.

춤을 추고 싶어 어깨가 간질간질해요. 쿵쾅거리는 가슴을 잡고 뒤로 세 걸음 물러나요.    

하나, 둘, 셋.

신나게 춤을 춰요. 흔들흔들.


아빠가 다가와 지우를 마주 봐요.

아빠도 흔들흔들.

지우는 브라키오사우루스처럼 행복해요.


나는 아직 ‘행복해’라는 말보다,

‘흔들흔들’ 춤추는 것이 좋아요.

그래도 아빠랑 손가락 걸고 한 약속 지킬 거예요.

지켜봐 주세요.






뜨거움을 이겨낸 꽃망울이 선선한 가을을 맞아 설렘을 터트립니다. 바람결에 몸을 맡겨 살랑이는 모습을 보고 ‘살살이 꽃’이라는 순우리말 이름을 가진 코스모스의 춤사위가 제법 매력적입니다.


시선 끝 언저리에 핀 코스모스 하나가 바람에 몸을 맡겨 살랑입니다. 그러나 그 즐거움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용기 내 한정된 시선을 그 너머 세상으로 넓힙니다. 고개를 살짝 올린 끝에, 형형색색 어우러져 풍성하게 피어난 코스모스를 만납니다. 그들과 시선을 맞추고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그제야 흔들거림이 가을볕만큼이나 따뜻해졌습니다.




[ 사진출처 ]

메인(pixabay)

10가지 법칙(UN에 제작,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번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