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잘하는 걸 넘어서 동네 아이들 사이에선 좀 알아주는 편이었다. 그러다 어느덧 또래 친구들과의 잡기놀이에서 아무도 날 절대 잡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됐고, 남자아이들의 달리기 시합에서도 언제나 가장 빠른 아이가 되었다.
3월.
6학년 적응시기가 마무리되어 갈 때쯤 육상대회를 위한 학교대표선수를 뽑는단 공고가 들려왔다.
이거라면 볼링 외에 나 오성군의 능력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시샘하는 겨울이 봄에게 어느덧 자리를 내주려는 듯 파란 하늘아래 3월의 따뜻한 오후 어느 날,
ㅁ포초등학교 운동장에선 6학년 대표를 뽑기 위한 예선전이 치러졌다. 13반 26명씩, 약 300명 넘는 과밀학교답게 정말 많은 남녀 아이들이 참가했고, 그 속에서 난 당당하게 2등으로 학교 남자대표선수가 되었다!
종목은 100미터.
5, 6학년 남 2명,여2명대표.
총 8명의 정예부대가 ㅁ포초등학교 대표로 이름을 걸고 생애최초 출전하게 된 수원육상경기대회!
4월 2일 화요일.
결전의 그날.
날씨는 이제 초여름을 맞이하려는 듯 따뜻했지만 안타깝게도나의 상태는 그 반대로 완전히 안좋았다. 그전 주말 갑작스러운 목감기로 하루전 열은 38.5, 목이 쉰 상태였다. 대회 일주일 전 아침마다 학교에 일찍 등교해 그렇게 연습에 연습을거듭했는데... 감기에 컨디션 난조가 웬 말인가.
결국 시합하루 전,
월요일엔 병원행으로 학교고 학원이고 몽땅 빠지고 집에서 약 먹고 누운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그 무엇도 내 맘속의 강한 의지를 꺾을 순 없었으니. 해열제를 먹지 않아도 열은 더 이상 나지 않았고 비록 완전한 컨디션은 아니지만 출전을 위해 그래도 다음날 고고!
수원육상경기장은 수원야구경기장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다. 9시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니 중앙엔 축구시설과 잔디밭이 있고 가장자리엔 육상트랙이 긴 원을 그리며 그 위엄을 자랑하고 있었다.
떨렸다.
정말 많은 수의 수원에 있는 거의 모든 초등학교 학생대표 선수들이 담당 선생님과 그들을 응원하는 가족들과 함께 대회를 위해 그 자리에 와있었다.
응원을 오신 ㅁ포초등 교장샘과 담당샘께 인사를 한 후 학교이름이 달린 복장으로 갈아입고, 운동화를 갈이신고 단체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몸풀기를 위한 준비운동에 들어갔다. 왜 이리 전부 날렵한 선수들로 잘 뛸 듯 보이는지..
어느 순간 가슴이 두근두근 심장이 쫄깃쫄깃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렇게 육상대회는 빠르게 진행되었고..
드디어 내가 속한 예선전 3조 경기가 시작되었다!
1번 레인에서 바닥에 왼쪽 무릎을 대고 준비자세.
그리고 총소리가 들렸고 그 누구보다 가장 먼저 스타트를 한 난 우사인볼트처럼 빛의 속도로 뛰어 14.53초의 기록으로 2등. 당당히 예선전체 3등으로 본선진출의 티켓을 거머쥐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