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경기가 시작되고 빠르게 순서가 다가온 그 순간 긴장이란 건 해보지도 못하고 이미 준비, 그리고 빵!
그리고 난 달렸다!
우리 학교에 육상부나 체육부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시합 일주일 전.
육상대회담당 체육샘은 중구난방으로 뒤죽박죽인 그렇지만 어쨌든 나름 학교대표 육상선수로 뽑힌 5, 6학년 남녀 총 8명의 아이들을 이른아침 8시부터학교운동장으로 소환해 육상의 기본과 스타트 방법을 가르쳐 주시고연습했다.
그리고 4월2일 대회 당일날.두둥.
대회의 주무대. 수원시의 많은 초등학교, 중학교 대표들이 모인 수원육상경기장에 들어서서야 우리 모두는 비로소 현실을 알게 되었다. 육상부가 있는 학교도 참가했단 것. 그리고 그들의 비주얼은 이미 압도적이었고, 일주일간 우리가 연습한 건 스타트 자세가 다였단 걸.
그래도 스타트는 자신 있었고 실제 내가 가장 빨랐다.
하지만 막판에 따라 잡히고아깝게도 1등은 놓치고 말았다.
3조 1등 아이의 성적은 14초 48, 그리고2등인 난 14초 53으로 들어왔다.
알고 보니 예선 1등은 1조의 막시무스란 아이로 14초 08의 성적을 갖고있는 아이였다.
오전 9시 반부터 시작된 예선경기는 그렇게 순식간에 끝났다.
8명의 우리ㅇ포초등학교 대표선수들 중 나와 여자아이 1명(무려 예선 1등으로)만이 살아남았고 모두 쓰디쓴 고배를 마시고 물러났다.
사실은 산 넘어 산. 그다음이 더 문제였다.
D-1.
감기로 열이 38.5까지 오른 난 등교도 못 한 채 병원행으로 약을 받아 하루종일 집콕을 했다. 딱 하루를 그렇게 쉬고 대회당일아침. 열이 다행히 더 이상 나지 않는 걸 확인하고 우리 가족은 경기장으로 달려갔다.(대회 응원을 위해 아빤 회사에 휴가를 쓴 채)
오전경기는 그렇게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붙었지만,점심시간 이후 본선경기가 기다리고 있었고, 결국 점심때내 몸은 또다시 열이 오르기 시작한 상황. 감기약에 해열제까지 복용하고 30분간 차에서 잠이 들었다. 곧 본선대회가 시작된다는 샘의연락을 받고 나서야 잠이깼고 운동장으로 들어선 난 다시 그 즉시부활.
그렇게 또 난달렸다.
본선경기도 스타트는 내가 가장 빨랐다.(동영상에서도 확인함)
나중에 엄마는 경기의 스타트만 코앞에서 지켜보면서 정말 내가 큰일을 내는 줄 알았다고(설마 아들이 1등?) 말했다.
3번 레인에 예선 3등(나)이, 4번 레인에 예선 1등(막시무스)이,5번 레인에 예선 2등이 그렇게 나란히경기는 시작됐고 그중 스타트를 역시 가장 빨리 치고 나간 난 곧바로이후 4,5번에게 금방 따라 잡혔고,경기중반 이후 예선경기보다 더 기록을 앞당긴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밀려 8명 중 6등으로 결국 대회를 마무리 짓고 말았다.
1등 막시무스는 13초 92.
나머지 아이들은 예선보단 조금씩 자신의 기록을 깼고 하지만 아쉽게도 모두가 14초대, 1초가 안 되는 영점대의 미미한 차이로 1등을 뺀 모든 승부가 결정지어졌다.
아픈 몸이었지만 그래도 잘 달린 나.
수원시에서 참가한 전체 초등학교 6학년생 중 100미터 종목에선 나 그래도 6등이면 뭐 괜찮은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