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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허접하고 말초적인 기사로 가득한 싸구려 타블로이드 주간지 기자에게 사실 별다른 특종 정신 같은 것 은 없었다.
나 역시도 한때는 투철한 기자가 되어 보고자 이른바 4대 일간지 공채에도 열심히 지원하였었고,
그러다 내 주제에 과한 일 이란 걸 깨닫고는 이내 방향을 전환한 건 먹고살기 위한 방편이었다.
사실상 거의 법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도색잡지에 가까운 잡지사에 취업하는 걸로 현실과 타협을 한 이후로는 나의 역할과 미래에 대해 아무런 사명도 소명도 없었었다.
이따금 지구대 경찰서 강력계 형사인 친구를 만나는 것 은,
그 친구로부터 이따금 얻어듣는 좀 특별하다 싶은 사건들을 잘 윤색해서 내보내는 것이 제법 편집장으로부터 인정받게 되면서부터 였을게다.
어차피 제보자도 익명, 사건 내용도 익명 인 바에야 아예 순수한 창작으로 만들어도 무관 할 수 도 있고,
어떤 기자 놈들은 그렇게 하기도 하는 모양이다만 그래도 ‘언론인’이라는 내 조그만 자존심을 건드렸다.
전혀 근거 없는 소설을 쓰기엔 계면쩍어서 이기도 했고,
사실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쓰는 게 어설픈 창작보다는 훨씬 낫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그날도 고교 동창인 친구 녀석을 저녁 술자리로 불러낸 건 그런 이유들도 있었고,
오랜만에 기사 취재를 핑계로 친구와 술을 한잔 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물론 취재 이므로 술값은 회사에서 내는 걸로 하고.
친구와 돼지고기 김치 찜을 놓고 소주 한 병을 비워나갈 때쯤 슬슬 나는 본색을 드러내었다.
“ 주형사. 그래 요새 뭐 재밌는 사건 없냐? 요즘엔 통 기사 거리가 쉽지 않아서 말이지.”
넋두리처럼 던진 말에 막 소주잔을 입에 털어놓던 친구 녀석은,
흘깃 나를 보더니 소주잔을 내려놓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씩 지었다.
“ 뭐 독특한 건이 하나 있긴 해. 근데 요거 갖고 되겠냐?
요거 아주 재미난 사건이 하나 있는데 말이야…….”
말끝을 흐리는 친구 녀석의 야비한 미소가 마음에 안 들었지만 순간 촉이 왔다.
‘오호, 이 정도로 얘기하면 뭔가 독특한 사건일 텐데…….
그리고 아직 발표된 게 아니란 거잖아? 이거 오랜만에 진짜 대박 특종?’
나는 다급한 어조로 말을 했다.
“ 야 친구 좋단 게 뭐냐, 내가 이차 삼차 다 살 테니 정신 멀쩡할 때 얘기 좀 듣자고…….”
친구는 더더욱 야비한 미소를 띠어가며 한마디 말을 더 질렀다.
“ 야 인마, 네 속셈 내가 모르냐? 너 대박 낼 생각밖에 없는 놈이잖아!
아직 사건 발표 전이니까 밥집에서 할 얘긴 아니라니까…….
좀 조용하고 응? 은밀한 곳이라야 얘기가 풀리지 않겠냐.”
‘아 이런 개새끼……. 주간지 기자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내심을 감추고 친구 녀석을 잡아끌고 어르며 변두리 단란주점으로 들어간 시간은 좀 이르다 싶은 저녁 아홉 시경이었다.
미리 단골 마담한테 전화로 예약을 해 놓은 뒤라 거침없이 우리는 구석진 룸 안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싸구려 양주가 들어오고,
마담이 들여보낸 아가씨를 선택하려는 찰나에 친구 녀석이 눈을 부릅뜨며 한마디 했다.
“ 야! 너희들 다 나가고, 얘기 끝나면 들어오니라. 응?”
갑자기 서슬 퍼런 녀석의 얼굴에 마담조차 더 말을 붙이지 못하고 쭈뼛대며 나가고 나니 녀석이 나를 슬쩍 바라봤다.
약간 당황한 내 얼굴이 좀 그랬는지 녀석은 변명 비슷한 말을 들러댔다.
“ 아. 아직 발표 안 된 사건이니까.
애들까지 다 들어버리면 내가 좀 곤란하잖냐? 그니까 다 듣고 본격적으로 한잔 하자고.”
씩 웃는 녀석을 보며 난 녀석의 함정에 빠진 걸 알았다.
어차피 얘기만 은밀히 하려면 카페라도 무방한데 얘기 듣고 나면 룸살롱 급 대접을 해줄 리가 없으니 녀석이 선수를 친 거였다.
그건 또 한편으로 싸구려 타블로이드 주간지에 실리기엔 꽤 무게감 있는 사건임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런……. 썩을 놈…….’
뭐 씹은 얼굴로 앉아있는 나에게 녀석이 입을 열었다.
“ 야 김기자. 이게 말이야……. 썩 대단한 사건은 아니지만 좀 묘하고……. 이상하고 그런 사건 이거든?”
녀석의 거드름을 보면서 나는 녀석이 말하는 사건이 더더욱 궁금해지며 녀석 보고 빨리 입을 열라고,
녀석의 앞에 놓인 양주잔에 스트레이트로 싸구려 양주를 콸콸 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