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하면 대개 떠오르는 건축 유적지는 성당 건물일 것이다.
특히 고딕 (고딕 건축 양식(Gothic architecture)은 중세 시대 말 유럽에서 번성한 건축 양식의 하나이다. 로마네스크 건축 이후와 르네상스 건축 이전에 있었다) 양식의 성당들이 그러할 것이다.
유럽의 많은 문학작품의 배경에 등장하는 곳이 고딕 양식의 성당들이기도 하고(노트르담의 꼽추 라거나), 주로 낮은 건물로 이루어진 유럽의 고 도시 한복판에 이정표처럼 하늘 높이 솟아오른 성당의 첨탑 (첨탑(spire)은 건물, 특히 특히 교회의 탑, 꼭대기에 있는 원뿔 모양 또는 피라미드형의 구조이다. 어원적으로 단어 spire(첨탑)는 앵글로-섹슨어 "spear"(창)에서 유래했다. 한자 문화권에서 첨탑(尖塔)은 뾰족한 탑을 의미하지만, 대개 단일 구조인 뾰족탑과는 구별된다. )들 때문에 더 그러하다.
성당벽을 버텨주는 플라잉 버트레스(공중 버팀벽)원래 고딕이라는 단어는 1530년대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가이자 화가였던 조르조 바사리(Giorgio Vasari)에 의해 사용되기 시작할 때에는 조야하고 야만적이라고 생각되는 문화를 묘사하기 위한 경멸적인 단어였다.
고딕 양식 성당의 구조적 특징은 대개 첨두아치, 리브 볼트, 그리고 플라잉 버트레스로 나뉜다.
모든 형태에는 이유가 있다.
첨두 아치의 예기존의 아치는 반원의 크기에 따라 높이와 폭이 결정된다. 일반적인 이슬람 사원의 중심 지붕의 형태가 그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높이를 올리려면 폭도 넓어져야 한다.
첨두아치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뾰족하게 맞닿은 아치의 끝은 내부 높이를 좁은 폭에서도 효율적으로 올릴 수 있었다.
게다가 건물 내부에 자연채광을 끌어들이려다 보니 창문을 높고 크게 만들어야 했는데 그러다 보니 폭이 좁은 벽체에 건축 부재의 무게들이 집중한다.
그런데 여기서 천장의 무게가 측면으로 흘러가는 문제가 발생했다.
안정적 아치가 아니다 보니 균형이 흐트러지는 것이다.
그래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아치 내부에 뼈대를 만들어 뒤틀림을 막는데 이것이 리브 볼트 다.
우리나라 건축으로는 서까래 정도 개념이다.
생 미쉘 성당의 리브 볼트그리고 전체적으로 천장의 하중 때문에 좌우로 벌어지려는 좌·우측 벽을 지지해 줄 받침대가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플라잉 버트레스 다.
높은 천장과 밝은 채광. 이런 형태를 위해 발전해 온 구조 형태가 되겠다.
그리고 창문에는 고딕 성당의 디자인 특징 중 하나인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디자인은 성당 출입문으로부터 길고 깊은 회랑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회랑과 스테인드글라스
그러면 왜 스테인드글라스 일까?
그리고 왜 깊은 회랑을 만들었을까?
이것은 당시 교인들을 교회에 끌어들이고 교육하기 위한 공간적 장치였었다.
중세의 일반 시민 문맹률은 매우 높아서 귀족이 아니고선 문자를 읽기 힘들었다.
게다가 비싸게 만들어진 책자 같은 것을 평범한 시민들이 구하기도 어려웠다.
중세 성당을 떠올릴 때 우리의 이미지는 결코 밝고 화사하지 않다.
어둡고 괴기스러운 조각들이 많으며 성격에 나오는 장면들이 스테인드글라스로 가득한,
좁고 높으며 어두운 회랑을 지나야 미사가 이루어지는 제대에 도달한다.
왜 굳이 그렇게 디자인했을까?
보통의 사람들은 턱없이 높고 기괴한 장식들로 가득한 성당의 입구에서 일단 위압감과 약간의 선천적인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내부 공간에 들어서면 높고 깊은 회랑을 지나면서 종교적 상징들로 가득한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의 장식들을 볼 것이다.
어스름하게 어둡고 긴 회랑 끝에는 밝고 넓은 미사 공간이 보인다.
그 회랑의 끝에 도달하였을 때 사람들은 비로소 넓게 펼쳐진 공간과 높고 밝은 천장,
그리고 제단 주변에 조각된 성스러운 형상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비록 문맹이라 할지라도 그가 거쳐온 짧은 시간의 회랑은 기독교의 역사를 간접체험하는 효과를 준다.
고딕 성당 공간 구조
어둡고 긴 고난의 시기를 거쳐 환희에 가득한 미사의 공간으로 들어오게 되는.
스테인드글라스에 영롱하게 새겨진 성경의 이야기들.
성경을 굳이 읽지 못하더라도 풀컬러로 재현된 생생한 영상들은 문맹이었던 다수의 신자에게 요즘 식으로는 완벽한 시청각 교재였던 셈이다.
높은 천장과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비쳐 들어오는 은은한 채광,
그리고 공간에 울려 퍼지는 찬송 음악과 다소 어두웠던 회랑 끝에 자리한, 넓고 채광이 가득한 제단 앞 미사의 공간.
이러한 공간적 연출은 다소 믿음이 부실하던 신자들조차 태생적인 두려움과 경외감에 사로잡혀 종교적 믿음에 이르게 되는 장치였던 것이다.
성당의 가고일(Gargoyle)
중세 고딕 성당의 외부를 보면 기괴한 괴수들의 조각상이 많다.
이 조각상은 가고일 (Gargoyle)이라고 부르며 건축적 용도는 빗물받이였다.
왜 신성한 성당에 하필 기괴하게 보이는 괴수의 조각을 사용했을까?
그것은 중세 이전 그리스나 이집트 신전 건축의 차용이다.
본래 성경 내용대로라면 ‘우상 숭배’에 해당할 수도 있어서 배제되었겠지만,
중세 시대에 지역별로 전승되어 내려오던 토착 신앙들을 포용하면서 가톨릭을 전파하려던 목적과도 무관하지 않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외부에 무시무시한 형상들을 배치하여 건축적 위압감을 주고,
내부에 들어서서는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신비로운 분위기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심리를 유도하는 조형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즉 외부세계는 무섭고 거친 세계이지만, 성당 안은 안락하고 평온하며 신성한 공간이라는 이미지 전달을 한 셈이다.
이러한 공간적인 상징들은 현대의 종교건축에서도 변형된 형태로 차용되고 있다.
계속
가고일(Gargoyle)은 유럽의 그로테스크 건축물이다.
프랑스어로 식도 또는 목구멍을 뜻하는 가르 구예(gargouille)에서 유래한 단어.
가고일상은 괴수의 형상으로 묘사되는 예가 많아서 전설 속에서는 돌이 된 악마로 여겨졌으며, 현대 판타지 장르에서는 이 전설을 받아들여 가고일은 곧잘 괴물로서 등장하고 있다.
가고일은 세 유럽의 고딕 양식 건축물, 특히 가톨릭의 성당 지붕에서 빗물을 빼기 위해 지은 빗물받이 조각이다. 단순한 빗물받이는 가고일이라고 부르지 않으며, 악마나 용 같은 괴물이나 사자 같은 맹수의 조각으로 표현한 빗물받이 시설만을 가고일이라고 부른다. 후대에 들어서는 괴물의 묘사만을 따와서 단순한 조각상의 역할만을 하는 가고일도 만들어졌다.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은 건물을 상하게 하므로 이를 배출하는 시설은 중요하고, 빗물을 배출하는 구멍을 괴물의 입에 빗대는 정서도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빗물받이 괴물 조각상을 도치 오네(doccione)라고 부르며, 독일에서는 아우스 구스(Ausguss) 또는 바서 슈파이어(Wasserspeier)라고 부른다.
아시아권인 한국에도 유사한 빗물받이 조각의 유형이 있어서 이를 이무깃돌(이무기 머리를 본뜬 조각) 또는 이주석(螭柱石)이라고 부른다. 이런 용이나 괴수의 모습을 한 빗물받이 조각은 창덕궁과 수원 화성 등, 현대 한국에 남은 사적 및 사찰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빗물받이를 하필 괴물이나 맹수의 모습으로 조각하는 이유는 전통적인 액막이 신앙과 관계가 있다. 무섭고 위협적인 존재의 조각 및 그림 등을 건물 안팎에 두어서 재앙이나 악령을 쫓아내려는 민간신앙은 전 세계적으로 흔한 것이다. 이런 액막이 신앙을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이렇게 무서운 게 우리 집을 지키고 있으니 나쁜 것들은 얼씬도 하지 마라." ……라는 뜻이다.
『가고일』이라는 용어 자체는 중세 유럽에서 발생한 것이지만, 짐승 모양으로 조각한 배수구는 사실 그 이전 시대부터 이미 있었다. 고대 이집트와 고대 그리스의 신전에도 빗물받이 용도의 괴물 조각상은 있었으며, 빗물받이 용도로 한정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귀면와 및 해태 상 같은 것도 가고일이 품고 있는 액막이 신앙과 일맥상통한다.
악마와 괴물 형상인 가고일 조각이 하필이면 신성한 성당 지붕에 올라가게 된 원인도 거기서 찾을 수 있다. 사실 가고일 조각은 기독교 전승과는 별반 관계가 없고, 연금술이나 비교(秘敎)적인 상징성을 띠고 있는 다분히 이교적인 상징물이다. 상대적으로 민간신앙 및 토착종교에게 관대한 가톨릭은 이들과 타협해서 가고일을 수용했다. 그러나 개신교 세력들은 달랐다. 종교 개혁 때, 그들은 이러한 가고일 조각들 역시 성상(聖像)처럼 우상 숭배라고 하여 가차 없이 파괴했고, 따라서 개신교의 교회에서는 가고일 조각을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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