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동네병원 의사선생님의 미소
기분: 햇빛(sunny)
수원 G동네병원에서 유방암 진단과 관련하여 받아야 할 서류를 수첩에 또박또박 알아보기 쉽게 손글씨로 적은 후 오전에 출발하였다.
원장님과 상담을 기다리는 동안 쪽지를 내밀며 “이 서류들을 지금 받을 수 있을까요?” 라고 물었더니 간호사는 내민 쪽지를 대충 흘겨본 후 “대학병원에 낼 서류 말씀 하시는거죠? 다 준비해 놓았어요. 그런데 조직검사 결과지가 아직 안 왔어요.”
“네? 저는 내일 모레 목요일에 대학병원 예약을 잡아놓았는데요...”
“아마 빠르면 오늘 오후, 늦어도 내일 까지는 조직검사 결과지가 도착할 거니 오는대로 연락드릴게요.”
“네.”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는 동안 좀 어이가 없었다. 동네병원에서는 내가 분명 대학병원에 갈 걸 알고 있고 서류가 하나 부족한 것도 알면서 왜 오늘 상담을 오라고 했을까?
물론 나에게 상담 날짜를 정하라고 하여 빨리 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빠른 날짜를 선택한 거지만 우리집과 병원은 같은 수원에 위치하지만 끝과 끝이어서 차로 40분정도 막히면 1시간 걸리는 곳이었다.
“내일 또 이 병원에 와야 한다니...” 그리고 여긴 주차전쟁으로 항상 자리가 부족했다. 약간의 짜증이 올라올 때쯤 직원이 내 이름을 불렀고 나는 의사선생님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혼자 오셨네요?”
“네, 어머니와는 따로 살아서요.”
“지난 번 검사할 때 부터 모양이 좋지 않았는데 유방암으로 판정되었습니다. 대학병원에 가시면 정확하게 검사 결과가 나오겠지만 아마도 유방암 0기 또는 1기로 판명 될 거 같습니다.
제가 측정할 때는 2cm 정도로 작으나 암으로 보이는 옆쪽은 확실하지 않아 측정값에서 제외하였고 대학병원에서는 넓게는 3cm까지도 보지 않을까 싶네요. 가실 대학병원은 정하셨어요?“
“네, S대학병원이요...”
“서울이요?”
“아니요, 천안이요.”
“어머니께서 (유방암 수술을) S대학병원 천안에서 받으셨나요?”
“아니요, 수술하면 입원하는 동안 보호자가 필요한데 엄마께서 저를 보살피고 싶다고 하셔서 엄마가 계신 천안으로 정했어요.”
“아, 그러셨구나. 아직 젊으셔서 방사선 치료 후, 항암치료가 들어갈 수도 있고요. 그건 대학병원에서 슬라이드 판독 후 치료방법을 결정할 거예요. 병원 치료를 잘 따라주시면 되고요. 궁금한 거 없으세요?”
“아직은 아프지도 않고 치료가 시작되지 않아서 그런지 궁금한 건 없어요. 치료가 시작되면 궁금한 점이 생길 거 같아요.”
“그래요, 치료가 힘드시겠지만 잘 받으시고요.”
말하는 내내 눈물이 날까봐 의사선생님 눈을 잘 마주치지 않았는데 이제는 대학병원에서 수술하고 치료를 받는 절차를 밟아야 해서 오늘 온 동네 유방외과 의사선생님과는 마지막 날이었다.
나는 의사선생님의 눈을 보았고 “대학병원에 가서 치료 잘 받을게요.” 라는 말과 함께 슬픈 기분을 숨기며 최대한 웃음을 지었다. 의사선생님은 아무말 없이 눈가에 잔잔한 미소를 띄우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