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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또 다시 간 G동네병원

기분: 구름(cloudy)

by 아로미 Jan 05. 2025

다음 날 오전 11시 30분 경, 집에서 아점을 막 먹고 치우려는데 조직 검사 슬라이드를 찾으러 G동네병원 유방외과에 오라는 전화가 왔다. 만약 오늘 조직 슬라이드를 받지 못하면 대학병원 진료예약 일정을 미뤄야 해서 일이 복잡해질 뻔 했는데 다행이었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공유님이 광고모델로 있는 K커피를 한 잔 마시고 병원 점심시간이 끝나는 2시 10분 전인 1시 50분에 도착하였는데 병원 문도 닫혀있고 불도 꺼져 있었다.


복도 창문에 엉덩이를 살짝 걸치고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기도 하고 잡생각에 잠기다 하니 꺼져있던 병원의 불이 켜졌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간호사는 내게 슬라이드를 내밀며 “2만원은 현금 또는 계좌이체를 해주셔야 되세요.” 라며 앞의 설명은 쏙 빼고 다짜고짜 2만원을 달라고 한다.


난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이유를 여쭤 봐도 될까요?” 라고 내 딴에는 공손하게 물었다.

(왜 2만원을 내야 하나요? 이유가 뭐예요? 는 공격적으로 느껴지니까)

     

이 G병원은 규모가 크지 않은데 비해 안내데스크에 5명이나 상주해 있었다. “아니 뭐 저런 걸 물어봐?” 하는 직원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나와 얘기를 이어가던 직원은 2만원은 슬라이드를 빌려주는 ‘대여비’ 라고 하였고 사실 더 궁금한 게 많았다.


크기는 손바닥 반 만한 필름처럼 생겨 안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이건 조직검사 결과지가 들어있는 고유한 나만의 슬라이드인데 다시 재활용을 할 수 있는 건가? 예를 들면 usb 같이 포맷했다가 다시 쓸 수 있는, 아니면 최초 병원 내원자에 대한 자료 축적용 인가? 분위기가 쎄해서 거기 까진 물어보지 않고 지갑에서 현금 2만원을 꺼내 드리고 동의서를 썼다.

   

“언제 까지 슬라이드를 병원에 돌려드려야 하나요?”

“대학병원에서 치료 받으시고 시간 되실 때 가져오시면 2만원을 돌려드릴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S대학병원과 K보험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서류를 다 챙겼는지 서류 목록표를 보며 안내데스크 직원과 같이 확인하는데 “이것도 필요하세요?” 라고 묻는다.      

“어느 병원 인데요?”

“S대학 천안이요.”

“요샌 대학병원에서 이런 것도 요구하네. 앞으로 이것도 해 놓아야겠다. 잠시 앉아 계시겠어요?”

“네”     


하... 어제 내가 준 쪽지를 제대로 안 보더니만

병원에서 주는 서류들은 죄다 영어여서 제대로 잘 챙겼는지 솔직히 잘 몰랐다. 그래서 안내데스크에 한 번 더 확인을 하려고 했던 건데... 잠시 앉아 있으니 서류 한 장을 더 주었다.     


이제 내일 대학병원에 갈 서류를 다 챙겼다. 이 동네병원에 다시는 올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슬라이드를 반납하러 또 와야 한다. 차량 내비게이션 목적지 검색창에서 G유방외과를 지우려 했는데 당분간은 지우지 말아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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