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내가 그 곁에 오래 서 있을 차례

by 주호재

둘째는 감사하게도

건강하고 씩씩하게 태어나 주었다.


의사의 짧은 말 한마디가

그토록 큰 안도가 될 줄은 몰랐다.

세상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사실 하나가

이토록 많은 말을 대신할 수 있다는 걸,

아이를 통해 배운다.


아내와 둘째가 산후조리원에 머무는 2주 동안

출산휴가를 냈다.

돌봐줄 사람도 없고,

어린이집도 가지 않는

두 살 된 첫째와의

본격적인 2주 동거가 시작됐다.


첫째는 내 손을

1초도 놓지 않으려 한다.

아빠와의 빈 시간을

한 번에 채우겠다는 결심처럼.

아이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웃고, 울고, 뛰고 매달린다.


씻을 틈도 없다.

안경을 닦을 틈조차 없다.

커피를 내려놓은 채

식어버린 잔을 다시 들고,

아이 손에 이끌려

방과 거실과 부엌을

몇 번이나 오간다.


그렇게 하루가 흐르고,

그 손을 붙잡고 걷는 동안

아이의 웃음과 체온이

조금씩 나의 하루를 채운다.

이 시간은

단순한 육아라기보다

벅찬 위로에 가깝다.


그동안 아내 혼자 감당했을

아이의 끼니와 잠,

웃음과 울음을 품에 안고

버텨냈을 날들을 떠올린다.

밤의 길이와

낮의 무게를

혼자서 오롯이 견뎌냈을 시간들.

생각이 닿을수록

고맙고, 미안하고,

다시 고맙다.


아이를 안고 서 있던

아내의 등 뒤에는 말하지 못한 날들이

겹겹이 쌓여 있을 것이다.

견뎌낸 하루들,

참아낸 마음들,

아무도 대신해주지 못한 선택들.


이제는

내가 그 곁에 오래 서 있을 차례다.

오래도록 웃게 할 차례다.

자주 흔들리더라도

자주 돌아오면 된다는 걸,

아이를 통해 배우는 중이다.


출산 휴가 동안

아이가 좋아하는 곳,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함께하려 한다.

짧지만 깊은 시간,

지나고 나면 분명

순식간이었다고 말하게 될 날들이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붙잡아두고 싶다.


아이의 손,

아내의 얼굴,

그리고 이 조용한 다짐을.


다시 오지 않을 시간 앞에서

나는 오늘도

아무것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