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 폭격을 당한 날

by 주호재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이었다.


아이와 함께 부산 해운대 해변 기차에 올랐다.

송정 바닷가에서 청사포를 지나 해운대 미포까지는 기차로,

돌아오는 길은 갈맷길을 따라 걷기로 했다.


기차는 바다를 곁에 두고 천천히 달렸다.

속도가 느린 덕분에 풍경은 스쳐 지나가지 않고

몸 안으로 들어왔다.

창밖의 겨울 바다는 화사한 빛을 품고 있었고,

차갑기보다는 오래 씻긴 유리처럼 맑았다.


갈맷길에 들어서며

바람은 말 대신 온도를 건넸다.

파도는 일정한 리듬으로

가슴을 두드렸고,

겨울의 바다는

냉정함보다는 기다림에 가까웠다.

오래 그 자리에 머물며

누군가를 맞이할 준비를 해온

얼굴처럼.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부산에 살면서,

이토록 아름답고 빛나는 길을

왜 마음 한쪽에만 묻어두고 살았을까.


너무 곁에 있어서,

공기처럼 당연해서,

그 소중함을 차마 보지 못한 걸지도 모른다.


한국에서는 드문,

바다와 산이 어깨를 맞대고

한 몸처럼 이어진 이 길을

우리는 너무 태연하게 대했다.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늘 거기 있으니

굳이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얼굴로.


아이의 작은 발걸음은

처음 만난 세계 앞에서

유난히 가벼웠다.

달리고, 웃고,

멈춰서서 파도를 한참 바라보다가

아무 이유 없이

다시 나에 매달렸다.


그 얼굴 위에 번진 기쁨은

파도 거품처럼 맑았고,

한겨울의 바다를

충분히 데울 만큼 환했다.

아이의 웃음 하나가

이 길을 풍경을

완전히 바꿔 놓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날, 뽀뽀 폭격이 시작되었다.

평소엔 '한 번만~'이라는 말 끝에

겨우 얻어내던 뽀뽀가

눈발처럼, 파도처럼

정신 없이 쏟아졌다.


폭포수처럼,

갈매기 떼처럼,

행복의 포화 공격!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그게 그렇게 좋았다.


그래서 결론은 하나다.

자주 와야겠다.

다만 다음번엔

뽀뽀 공격에 대비해

장비를 챙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립밤과 가글,

심박계 정도는 필수로.


겨울 바다는 찬란했고,

아이의 하루는 빛났으며

나는 오래도록 벅찼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