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5시, ○○을 먹습니다.
점심과 저녁사이 즐기는 달콤한 식사?
차(tea) 요? 싫어해요.
점심과 저녁사이 즐기는 달콤한 식사라고.
옆집아줌마도 아니고 심지어 영국 포트넘 앤 메이슨 티리스타(tea와 barista의 합성어로 본사에서 새롭게 만든 용어라네요)..
뭐 쉽게 생각하시면 티 전문 매니저가 영국의 애프터 눈 티를 정의한 표현이에요.
티를 전문적으로 매니..? 이것도 낯설기는 마찬가지네요.
동의하실 분, 몇 없을 텐데..? 저만 그런가요.
식사라뇨. 식사의 뜻이...
시장기가 돌며 나른함을 느낄 때가 주로 오후 3시 ~ 5시경 아닌가요? 우린(싸 잡아 우리라고 해둘게요), 아무튼 우린 주로 졸음이 몰려 오거나 다음 식사 때를 기다리기 괴로운 신체 신호에..
뭘 먹죠? 십중팔구 당을 때려 넣지 않습니까?
차를 꽤 싫어해요. 굳이 먹는 경우라면.
친분 없는 이와의 형식적 만남이거나, 내 돈 주고 먹지 않는 상황이라면 상대에게 맞추어 가며?
특히 배고플 때와 정 반대, 위도 모자라 식도 근방까지 음식이 차올라 더는 뭣도 욱여넣기 힘든 경우 그거라도 마시죠.
시장기가 돌 때 차를 왜 마십니까.
차를 마시면 어김없이 배가 고파지는데요. 뭔가 번지수를 잘못 찾은 손님 같은.. 냉수와 다른 거라곤 그저 애매한 색깔 뿐.
가장 큰 문제라면, 이 녀석 그란데 사이즈조차도, 도무지 나의 허기를 채워주지 못하는 기분이랄까?
목감기에 걸리지 않는 한, 차는 안 마시는 편이라서요. 차라리 눈 질끈 감고 믹스커피 하나에 카누 2개를 넣어서 농도와 당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갑니다. (이 조합, 한번 빠지면 , 님은 이미 그 강을 건넌 거니 부디 두 번, 세 번 생각하고 시도바랍니다)
저도 가끔은 우아하게 얼그레이나 브랙퍼스트 티를 주문해 볼까 봐요. 입에 올려본 적은 있으나 최종 선택에선 언제나 간택 당하지 못하는 차들을..
여행 내내 주구장창 마셨습니다.
아직도 속이 허하네요.
출발 전에 읽은 책도 있거니와, 차 우리는 재미에 깊이 빠진 첫째 아이를 위해 제법 세심한 엄마노릇 좀 하고 왔어요.
진한 차는 빈 속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페이레이 (포트넘 앤 메이슨 티리스타)의 말이 떠올라 아침에는 다즐링을 옅게 마셨고요.
장난 아니죠? 다즐링이라뇨 ㅡㅅㅡ;
우아한 표정은 유지한 채 마음속으로만 외칩니다. 시어머니께서 신혼 초 '끓인 건지 담근 건지 모를' 제 미역국을 두고 하신 말씀! 아~ 이런 걸 두고 하신 말씀 인가 봅니다. 진짜 니맛도 내 맛도 없다.
그렇게 아침저녁으로 우아해 지기에 다소 지칠 때쯤 다행히 파리로 갔어요.
아쉽다..
티팟에 차 우려서
아빠도 주고.. 엄마도 너~무 좋아하시고.
런던 식사는 그게 내 역할이었는데..
파리에 가면 없겠네.. 어째~
히드로 공항에서 파리로 넘어갈 때 남은 파운드를 탈탈 털어 마지막으로 주문한 요기 거리 역시 홍차와 허브티였던 걸 보면, 이 아이가 뜻밖에도 티 문화에 심취해 있었구나 싶어 한결 더 온화한 미소로 화답했지 뭡니까.
엄마도 영국! 하면 ~이제
네가 가족들 위해 아침마다 준비해 준
차가 생각날 거 같아. 힝~~~
조식 먹을 때 파리에도 있으면
너~~어무 좋을 텐데~
아쉽네 진짜.
사람은요.
한 번 말할 때 두 번 세 번 생각이란 걸 좀 하고
뱉는 편이 나아요. 그렇드라구요.
어쩜.. 여긴 종류가 더 많아요.
매일매일 다르게 맛보게 해 드릴게요.
저런........
슬쩍 지나칠 수도 있었을 법 한데, 단박에 알아채는
첫째 아이, 얜 뭐 여행의 목적을 잊었나 싶네요.
내 딸인데 잔망 스러~~
DAMMANN? 뭐니 넌 또.
뭐 보이는 대로 읽자면 다 망했다는 뭐 그런 상황?
영국 걸 뭐 굳이 여기까지 갔다 놨냐며 책망하려다
왠지 어디서 주워들은 기억을 더듬어 급 검색..
320년 역사의 "프랑스 명품 티"
320년이 뭐야~~ 루이비통, 샤넬, 구찌..이쯤이면
뭐 충분하지 않나? 무슨 티까지, 느희들 대단하다!
하필이면 파리 호텔은
조식은 물론, 저녁식사 후에도 갈 수 있는 스낵 바가 준비되어 있어 하루 두 번 거르지 않고 우아해야 했습니다.
아이들에겐..
크루아상, 바게트, 다양한 과일, 연어, 샐러드, 꼬기 모두 미술관의 전시품, 눈으로만 즐기네요.
배는 나만 고픈 건가 신기합니다만.
뭐, 그럼에도
이번여행에서 잘한 일을 손에 꼽자면?
1. 미리 운동으로 체력을 길러둔 덕에 둘째가 징을
쳐도 제법 평온한 표정으로 기꺼이 업어 주었고,
2. 첫째 아이의 유럽놀이에 정색하지 않고, 주는 족족 다 받아 마시는 (한) 잔(두)잔한 노력,
보상받아 마땅합니다. 그래서 또 책 좀 샀습니다ㅋ
이쯤이면 아이주도 여행? 은 못 돼도 :)
아이주도 식사는 했다고 봐요. 그러니 마땅히
훈훈한 티의 추억으로 남았어야 하는데..
그른데.. 흑 :(
겨울 옷이며 정신없이 사 들인 책들로 곧 터져 나갈 듯한 캐리어 덕분에 타지에서 기어코 '볼 빨간 동양 아줌마' 됐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밤이 줌 독서모임이라.
읽지 못한 책을 틈틈이 귀로 듣고 정리해 둔 메모지도 아닌 휴지ㅜ 똥도 못 닦을 크기의 그놈의 티슈. 고것을 찾겠다는 일념 하에 샤를드골 공항 발권 전, 기어코 가장 큰 캐리어 지퍼를 열어재끼는 순간.
도대체 how many are these....
사실 한국와서 애들놀이에 이미 쓰임받은지라 쏟아진 건 더 많았다고 보면 .. 맞아요 :(
캐리어 틈을 뚫고 우르르 쏟아져 나온 것은 다름 아닌 그 DAMMANN? (이름 한 번 잘 지었네;)
망할 차들이었고요. 빠르게 주워 담기엔 저 혼자 민망한 나머지 그 와중에 침착모드. 주. 섬. 주. 섬
입을 다물지 못하고 살며시 비웃는 이 집 남자의 싸늘한 표정이 떠올라, 아직도 동공을 치켜올리게 되네요. 에라이.
맛도 없고 관심도 없다더니 아침저녁으로 하나씩 주머니에 넣어 왔던 티가..
한데 모여 조화를 이루니 그것 참.. jjok? 아님 zzok? 팔립니다. 하아~~
손버릇 어디 가나요.
그냥 좀 욕심 없이 집어 온 게 티끌 모아 한 바가지 더군요. 보기만 해도 배고프던 차들이 이제 보기만 해도 낯 부끄럽게 생겼어요.
320년 전통, 그래요. 그거 생각해서 버리진 않구요. 뭐 그냥 애들 소꿉놀이 할 때 쓰랄게요.
오늘 글은 질문하나 던지며 마무리할게요.
(오~~ 신박한데?)
호텔 조식에서 가볍게 하나씩.. 뭐 주워 오세요?ㅋ
아니다! 이 질문에는 답하지 마시구요.
"안 주워오는데요?" 이라믄 제가 얼마나 민망헙니까ㅋㅋ
자자, 질문 바꿀게요~~!
오후 3시~ 5시경 주로 뭐 드세요?
이걸로 합시다. 뭐~ 기력 남아 있으시면 댓글 달아 주시고요, 뭐 가볍게 패스 하셔도...
매우 괜찮습니다 :)
더 한 일도 겪었는걸요.
부디 배부른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