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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Mar 30. 2024

운동중단사태, 탄성 잃은 고무줄이요!

지독한 봄맞이

운동중단 사태


이토록 일상이 느슨해지는 순간, 괴롭다.

대개 3월, 치열하게 일하다 벚꽃필 때쯤 앓곤 하는데... 젠당(ㅈ)

나이를 먹긴 먹나 보다. 몸의 노화란 '앓는 시기' 마저 3주는 가뿐히 앞 당긴다. 에라이.


보름 가까이 진득한 가래기침에 시달리는 중.

그제 2교시엔 폐병환자마냥 기침을 해대다 급기야 화장실로 내달려 구토를 했다.

항생제며 진해거담제, 기침시럽 약들도 너도나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밤낮으로 해대는 기침 탓에 '이거슨 갈비뼈 골절이 확실하다' 싶을 만큼의 통증으로 긴긴밤 꼬박 새웠다.


여보, 나 아무래도
 갈비뼈가 부러졌나 봐.
기침하는 게 무서워. 너무 아파서ㅠㅠ




눈물 가득 고인 40대 아줌마에게 눈길 한번

 주고 간단히 답하는 저놈의 '여보'


아~~  뼈 부러지면
너처럼 그렇게 못 서 있어~
걱정 마!



오~! 명의가 따로 없네. 쏘오~땡큐.


서 있을 순 있지. 그럼 그럼~

기립은 가능하니 학교를 가고, 구토는 해도 운전은 되기에 꾸역꾸역 강의도 했는데.

이러다 '뼈만 멀쩡한 시체'로 이송될까 두려워 이비인후과와 정형외과를 차례로 들렀다.

약만 9알에 빨아먹는 시럽까지 든든히 가방을 채우고 귀가. 

아직 약은 먹지도 않았는데 왠지 씁쓸하다.



누구나 그렇다.


온전하던 몸이 병들고 나면

타인의 도움 없이 잠시도 일상을 누리기 곤란한 지경에 닿는다. 중병인 경우는 물론, 가볍던 병도 날이 가고, 해를 거듭할수그러하다.

그 점을 아프기 전에 구체적으로 알길 없다.

타인의 도움 없이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내가

다른 이들, 특히 가족의 일상을 어찌 바꾸어 놓는지..  몰라서 아픈가?


저도 아프면서 알아간다.

병마로부터 도망칠 거리가 확보되지 않아 곤란한 관계를 투병생활동안 경험하는 거다.

나 역시 아빠와 할미의 경우를 떠올리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낙심하는 일 말고는 손  볼 방법 없는.. 그들의 난처함을 겨우 깨닫는다.


죽고 나서야 '이제 겨우 도망쳤다' 말할까?


그 무수한 날들.

너무도 낯선 자신의 몸둥아리가 버팀을 당하는 동안에도 무심히 시간은 흐른다. 잘도 간다.


많은 이들이

입으로 들어가는 즐거움에 분별이란 걸 해내는 걸 미룬다. 나도 그렇다.

맵고, 짜고, 달고.. 매력 넘치는 단어. 미각의 '미'가 마치 아름답다는 의미인 듯 간단히 착각한다.

맛을 음미하는 행위란, 혀와 함께 마음까지 든든히 채워주니 어쩔 도리가 없을 거다.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맛있쪄~~~~~~


몸을 정지시키는 휴식, 그 편안함에 움직일 의지 역시 미룬다.  때때로 나도 그렇다.

운동이 좋은 걸 모르지 않는 이들이 기어이 운동하지 못할 이유를 용케 찾아낸다.

몹시 다양하다.

사지를 뻗고 등을 기대는 순간 헤어 나오기란 어려운 아늑함도 매력적이기는 매한가지.



자의에 의함이  아니라지만 오늘도

약기운에 몸을 뉘었다. 평소라면 토요일 두 타임일

필테도 과감히 하나로 줄여 두었다.



이토록 일상이 느슨해지는 순간,

다시 돌아갈 날을 고대한다.


절절히 기다린다.

이토록 운동이 재미있어지는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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