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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안 Nov 18. 2023

캐나다에서 눈 맞은 얘기

첫눈이 와서 하는 말인데

 

 스타벅스,

샷추가한 캐러멜 마끼야또가 달콤한 오전이었다.

개방감 있는 공간에서 오랜만에 책도 보고 글도쓰니 기분이 좋았다. 노트북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데  테이블 사람들의 고개가 창밖을 향하는 게 느껴졌다.


첫눈, 올겨울 첫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눈꽃이 꽤나 두툼한 큼지막한 함박눈이다. 순간  기억 속에 있던 눈 내리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겨울이 유독 길고 추운 곳, 남편과는 캐나다에서 만났다. 한 번 눈이 오면 아침엔 누군가 무릎까지 젖도록 힘겹게 지나갔을 것이 분명한, 눈이 푹푹 파인 발자국을 따라 밟으며 지나가야 했던 곳.


운이 좋게도 캐나다에서 두 번의 겨울을 보낼 수 있었고 두 번째 겨울에는 지금의 남편이 옆에 있었다.



하루는 함께 어울리던 친구들과 온몸이 꽁꽁 얼도록 눈싸움을 했다.  20대였던 우리들은 눈앞에서 모두 어린아이가 되었다. 눈싸움을 하다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이 장난친다고 나를 번쩍 안아 쌓여있는 눈덩이에 던지듯 푹 꽂는 바람에 주위 사람들은 다 하하거리며 웃었고 나도 같이 웃어버리다 힘이 빠져 그냥 누워있었다. 


 기억하건대 하늘은 캄캄했고 밝은 가로등 빛에 느리게 떨어지던 하얀 눈이 보였다.  청명하고 맑은 공기, 아직 얼지 않아 파스스 사라지던 시원한 눈의 촉감, 시작이 어디인지 모를 하늘에서 내리던 함박눈. 그 눈밭에서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장난기 가득했던 스물다섯 살 의 모습. 

생생하게 그려지는 장면과 분위기, 공기까지 훅 떠오를 줄이야.


그곳의 겨울은 시리지만 맑았고 추웠지만 포근했다.

눈 내리던 하얀 날이 많았던 캐나다 추억이 머리에 스치면서 마음이 괜히 간지러워졌다.






이제는 눈이 오면 옷깃을 여미고 교통 상황을 먼저 체크하고 방한 용품을 검색한다. 길이 얼면 아이들과 썰매를 끌고 내리막길이 있는 공원으로 향하는 부모가 되었다. 전우애로 돈독해진 우리지만 차갑고 뜨거웠던 그 겨울을 함께 공유한 사람이 지금도 내 옆에 있다는 게 감사하다.  



캐나다의 겨울, 연애, 그리고 우리.

발그레진 볼이 느껴졌다.






"여기는 스벅스벅~ 눈이 많이 온다!"

  - " 밥 먹으러 가는 중"


...?


눈이 온다고 말했는데 밥을 먹으러 간단다.

아무튼 분위기 깨는데 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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