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우먼 파이터를 보는 내 모습이다. 요즘 뒤늦게 스우파 2 무대영상에 푹 빠졌다. 긴 머리 휘날리며 무대를 씹어먹는 그녀들, 카리스마와 끼로 똘똘 뭉쳐무대를 즐기는 댄서들을보면 그 역동적인 열정과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댄스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철저히 계산된 제스처와 표정으로 무대를 장악하는 모습에 감탄이 나온다. 스우파를 보면 심장이 뛴다.
실력으로치면 형편없지만 나도 잠시 춤을 즐겨본적이 있다.둘째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을 무렵, 새로 오픈한 동네 헬스장에 줌바를 배우러 다녔었다.강사님은열정적이었고 카리스마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나를 움직이게 했다. 줌바댄스의 특성상 라틴풍 노래가 대부분이었는데 강사님은 당시 유행하던 유튜브 챌린지라던가 아이돌 노래도 가르쳐주었다. 몸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기합을 넣고 함성도 지르게 했다.
"이렇게 힘든데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구나."
운동이라면 담을 쌓고 춤이라면 보기만 하던 내가 난생처음으로 몸을 움직여서 얻는 쾌감이란 걸 느꼈다.
하지만코로나 시기에 접어들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줌바댄스는 그만두어야 했고 혼자서 하는 운동엔 취미가 없던 나는 다시 움직이기 이전의 몸으로 돌아갔다.
코로나가 한참일 때 느린 둘째를 유치원에 보내고 전전긍긍하던 시기였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땐 숨어있던 우울감이, 혼자 있을 때 고개를 드러내곤 했는데 그날은 유독가슴에 돌덩이가 얹힌 기분이었다. 정오면 하교하는 아이를 데리러 가야 했기에 스트레스를 풀 다른 방법이 없었다.
집을 나서서 30분을 무작정 뛰었다. 당시 나는 우울함의 원인조차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도 아니었다. 근데 그날은 그렇게 30분을 뛰었다. 뜨거운 눈물이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마스크가 젖도록 두면서 그저 뛰었다. 돌이켜보건대
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답답함이 목까지 차올라 있었나 보다. 계획되지 않은 30분의 달리기 후, 하교하는 아이를웃음 지으며맞아주던 날이 생각난다. 도통 달리기 싫어하는 내가 달리기의 순기능을 체험한 날이었다.
신나는 줌바댄스를, 우울함을 털어버리게 해 준 달리기를 떠올리며 마음으론 스우파 무대에서 둠칫거리는 상상도 해보며. 운동화를 고쳐 신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