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울지 마. 수분이 손실돼

by 공인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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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은 점심시간 직후라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군데군데 삼삼오오 모여 앉아 김밥을 마저 먹는 아이들, 축구공을 차내며 고함을 지르는 무리들, 벤치에 앉아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학생들.
그러나 내 시선은 그 모든 배경을 지우고, 단 하나의 현상에 고정되었다.

— 울음.

한 명의 아이가 구석에 앉아 울고 있었다. 이름은 정윤아. 같은 반 아이.
나는 그녀의 얼굴에서 연속적인 생리 반응을 관찰했다.

“호흡 불규칙. 횡격막 경련. 발성은 일정치 않음. 눈물과 콧물이 동시에 배출됨. 평균적인 세포 내 수분량 감소 추정치… 약 24밀리리터. 3분 지속 시 72밀리리터 손실 예상.”

내 머릿속에선 자동으로 계산이 흘러갔다.
울음이란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호흡은 얕아지고, 혈액 순환이 흐트러지며, 시야도 흐려진다. 무엇보다 체액의 불필요한 배출.
생존의 관점에서 보면 손실이다.

주변에서 웅성거림이 들렸다.

“윤아 왜 울어?”
“넘어졌대.”
“야, 별것도 아닌데 뭘 저렇게까지…”

아이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는 그 반응까지 함께 기록했다.
[현상: 울음 → 원인: 넘어짐 → 주변 반응: 경시 또는 조롱.]

눈물은 단순한 상처 이상의 무언가를 유발하는 듯했다.
넘어짐 자체는 생리적 손상일뿐이다. 무릎에 약간의 출혈, 타박상, 혹은 찰과상. 그러나 그보다 훨씬 과장된 반응—울음—이 나타났다.
그리고 또 다른 이상. 울음이 터져 나오자, 주변인들이 하나같이 시선을 집중했다.
마치 울음이 전염성 있는 바이러스처럼 작동하는 것 같았다.

나는 무심결에 중얼거렸다.
“관찰 기록 1번. 울음은 고립된 반응이 아니다. 다른 개체들에게 즉각적인 관심을 유도한다.”

윤아의 어깨는 들썩거렸고, 눈두덩은 이미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나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관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직접 개입 후 반응 데이터 확보. 그것이 합리적인 다음 단계였다.

한 발, 두 발.
나는 운동장 구석으로 걸어갔다.
아이들의 시선이 슬그머니 따라왔다.
아마도 ‘이상한 애’가 또 무슨 짓을 하려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윤아 앞에 멈춰 섰다.
그녀는 아직 울고 있었고, 눈물이 뚝뚝 떨어져 운동장의 먼지와 섞여 작은 진흙 자국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잠시 멈추어 관찰한 뒤, 내 나름의 최적의 위로 문장을 선택했다.
“울지 마. 수분이 손실돼.”

그 순간, 울음소리가 찢어진 듯 끊겼다.
윤아의 눈이 커졌다. 눈물이 맺힌 채 동그랗게.
마치 울음이라는 프로그램이 갑자기 오류로 멈춘 것 같았다.

주변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퍼졌다.

“야, 들었냐? 수분 손실이래.”
“푸하하, 로봇이냐?”
“사이코패스 같아, 진짜.”

아이들의 비웃음이 확산되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나의 말은 논리적으로 완벽하다.
체액은 인체에서 중요한 자원이다. 수분은 생존의 핵심이다. 따라서 불필요한 배출을 멈추라는 조언은 최선의 위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저들은 나를 비난하는가?

윤아는 눈물범벅인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가, 울음 대신 당혹스러운 웃음을 새어 나오게 했다.
이것도 흥미로운 변수였다. [울음 → 웃음 전환.]
위로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예상 밖의 다른 반응을 유도한 셈이다.

나는 조용히 수첩을 꺼내 기록했다.


“결과: 울음 중단. 그러나 주변 개체들, 나를 부정적으로 인식.
원인 불명.
추론: 감정은 단순한 생리 반응이 아닐 수 있다.”


그리고 종이 위에 커다란 글씨로 썼다.
“관찰 주제 1: 눈물.”


윤아의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운동장 흙바닥을 적실 때까지, 나는 그대로 그녀 앞에 서 있었다.
내가 던진 한 문장 ― “울지 마. 수분이 손실돼.” ― 그것은 내 계산대로라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반응이 발생했다.
윤아는 흐느낌을 멈추었지만, 표정은 멈춘 시계처럼 굳어 있었다.
입술이 덜덜 떨렸고, 눈에 아직도 물방울이 맺혀 있었으나, 눈물이 더는 흐르지 않았다.

효과는 있었다.
울음 중단.
그러나 주변의 반응이 문제였다.

“푸하하, 미쳤어. 수분 손실이라네.”
“야, 저게 위로냐? 로봇 같다니까.”
“야 천재, 넌 사람 울면 웃기냐? 사이코냐?”

조롱과 웃음소리가 퍼져 나갔다.
나는 잠시 고개를 들어 그들을 관찰했다.
나의 말은 친절한 충고였음에도, 왜 그들은 적대적 반응을 보이는가?

나는 빠르게 논리를 점검했다.
① 울음 = 체액 배출 → 수분 손실 → 생존 불리.
② 따라서 “울지 마” = 생존적 충고.
③ 게다가 결과적으로 울음은 멈췄다.
→ 결론: 내 발언은 기능적으로 성공.

그런데 왜 주변은 비웃음을 보내는가?
변수다.

윤아가 눈물을 닦으며 낮게 중얼거렸다.
“… 뭐래니, 진짜.”
그 말은 명확한 의미를 담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톤에는 혼란과 황당함이 섞여 있었다.

나는 즉시 메모했다.


“실용적 조언 = 결과 성공. 그러나 상대의 표정 = 당혹 + 비웃음.
결론: 인간의 감정 반응은 효율적 결과와 무관하다.”


주변 아이들이 웅성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야, 쟤 이상하잖아. 울고 있는데 수분 손실이라니.”
“맞아. 정상 아니야. 감정이 없어.”

감정이 없어?
나는 잠시 그 단어를 곱씹었다.
감정.
지금까지 내가 수집한 데이터에는 없는 개념이었다.
생리 반응, 논리적 계산, 결과 예측.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을 “감정 없음”이라 명명했다.

나는 반박했다.
“나는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다. 나는 단지, 데이터에 기반해 최선의 문장을 선택했을 뿐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더 크게 웃을 뿐이었다.
“봐라, 말투 봐. 진짜 로봇이야.”
“사람 위로하는 게 그게 다냐? 네가 무슨 기계냐?”

윤아의 눈은 여전히 촉촉했다. 그러나 울음 대신, 어딘가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를 미워하는 건지, 황당해하는 건지, 아니면 웃음을 참는 건지 구분할 수 없었다.
나는 알 수 없는 연산 오류에 빠진 기분이었다.

왜 울음을 멈추게 했는데도 나를 싫어하는가?

나는 다시 수첩을 펼쳤다.


“결과와 감정의 반응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오히려, 효율적 해결책이 비호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
‘위로’란, 기능적 해결과는 다른 차원일 가능성 존재.”


종소리가 멀리서 울렸다. 점심시간이 끝나감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아이들은 흩어지면서도 계속 킥킥거렸다.
“야, 천재. 수분 손실! 잊을 수가 없네.”
“우리 반 로봇 인증.”

나는 조용히 펜을 덮었다.
울음은 멈췄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나는 처음으로, 논리가 통하지 않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종소리가 울렸지만, 아이들은 교실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내 주변에 모여들며 웅성거림을 키웠다.

“야, 진짜 사이코패스 아니냐? 울고 있는데 수분 손실 얘기라니.”
“와… 나 같으면 기분 정말 나빴을 듯.”
“얘 원래 이상하잖아. 감정이 없어.”

그 단어가 또 나왔다.
감정이 없어.

나는 잠시 눈을 깜빡였다.
감정.
내 데이터베이스에는 없는 개념.
정확히는, ‘과학적 실체로서 정의된 적 없는 애매한 용어.’

나는 반박을 시도했다.
“나는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감정의 정의가 불명확하다. 따라서 나는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 말은 더 큰 웃음을 불렀다.
“야, 말투 좀 봐. 기계 같다니까.”
“진짜 로봇이네. 지 혼자 무슨 보고서 쓰냐?”
“쟤랑 얘기하면 소름 돋아.”

비웃음과 조롱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나는 곧장 수첩을 꺼내 펜을 움직였다.


관찰 기록 2.
현상: 인간 집단은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개체를 조롱한다.
원인 추정: 집단적 동질성 유지.
나의 발언 = 논리적 완전성 확보.
그러나 결과 = 적대적 반응.


나는 한 줄을 굵게 밑줄 그었다.
“논리적 완전성 ≠ 사회적 수용성.”

윤아는 울음을 멈춘 채,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은 분명히 달랐다.
조롱하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그녀의 눈에는 약간의… 이해할 수 없는 미묘한 빛이 섞여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해석할 방법이 없었다.

아이들 중 한 명이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야 천재, 사람 기분이 뭔지 몰라? 그냥 좀 가만히 있으면 되잖아. 괜히 더 이상해지게 하지 말고.”

나는 곧바로 되물었다.
“‘가만히 있다’는 건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그러나 개입하지 않으면 울음은 지속되고, 울음이 지속되면 수분 손실이 늘어난다. 그게 더 비효율적이다.”

내 대답에 아이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와, 진짜 답도 없다.”
“얘랑 말하면 시간 낭비야.”
“쟤는 그냥 사이코패스임.”

그 말은 내 귀에 선명하게 꽂혔다.
사이코패스.
나는 곧장 머릿속에서 사전적 정의를 꺼내왔다.
: 공감 능력 결여,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함, 반사회적 행동 경향.

나는 곰곰이 비교했다.
내가 한 말은 반사회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의 생존을 돕기 위한 최적의 조언이었다.
그럼에도, 왜 ‘사이코패스’라 불리는가?

나는 곧장 기록했다.


“인간 사회에서 ‘사이코패스’란 실제 범죄자가 아니라, 단지 다수와 다른 반응을 보이는 자에게도 적용된다.
결론: 용어 사용은 논리적이지 않음. 감정적 낙인 가능성.”


윤아가 입술을 깨물며 내 쪽을 보았다.
아직도 무릎은 까져 있었고, 눈가는 빨갛게 부어 있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녀의 울음은 멈췄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내 조언은 틀린 게 아니었다. 오히려 기능적으로 효과적이었다.
그렇다면… 이 불일치의 정체는 무엇인가?

“위로란 무엇인가?”

나는 그 질문을 마음속에 새겼다.
울음은 멈췄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를 미워했다.
논리는 성공했으나, 상황은 실패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논리가 닿지 않는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종소리가 울리고 아이들이 하나둘 흩어졌다.
운동장의 소란은 금세 사라지고, 바닥엔 바람이 남긴 비닐 봉지만 굴러다녔다.
나는 수첩을 덮고 교실로 향했다.

복도 끝에서, 마침내 윤아와 다시 마주쳤다.
그녀는 무릎에 작은 반창고를 붙이고 있었다. 손등으로 눈가를 훔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아이들과 달리, 그녀는 나를 보자 도망치지도, 비웃지도 않았다.
그저 잠깐 멈춰 서서 내 쪽을 바라봤다.

“… 아까 그 말.”

윤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아직 조금 떨렸지만, 울음은 사라져 있었다.

“뭐?” 나는 기계적으로 되물었다.

“수분 손실… 그거.”
윤아는 잠깐 웃음을 흘리듯 숨을 내뱉었다.
“솔직히 황당했어. 근데… 이상하게, 울음은 멈췄어.”

나는 즉시 분석했다.
“그건 예상 가능한 결과다. 위로의 목적은 울음이라는 생리 반응을 멈추게 하는 것. 따라서 내 말은 목적을 달성했다.”

윤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웃겨서 멈춘 거야. 이상해서.”

나는 잠시 멈췄다.
웃겨서?
내 발언은 논리적 설득이지, 유머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의 설명대로라면, 결과적으로 울음은 멈췄다. 목적은 같지만, 경로가 달랐다.
이건 내 계산식에 없는 방식이었다.

윤아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근데 꼭 말 안 해도 돼. 그냥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괜찮을 때 있거든.”

그 말은 내게 충격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위로는 기능적 발언이 아니라, 단순히 존재하는 행위일 수 있다는 건가?

나는 즉시 기록하고 싶었지만, 그녀 앞이라 수첩을 꺼내지 않았다.
그 대신 입술을 움직였다.
“그건 비효율적이다. 말로 지시하지 않으면, 상대는 상태를 교정할 방법이 없다.”

윤아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몰라도 돼. 사람 마음은… 꼭 설명 안 해도 전해질 때가 있으니까.”

나는 그 문장을 그대로 머릿속에 저장했다.
“사람 마음은 설명하지 않아도 전해진다.”
비논리적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은 내 안에 남았다.

윤아는 반창고를 붙이고 교실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방금 그녀가 남긴 말들을 되새겼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세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효율과 비효율로 나눌 수 없는 영역.
그것이 바로, 사람들은 감정이라 부르는 것일까?


집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책가방을 열고 수첩을 꺼냈다.
오늘 일어난 사건은 반드시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책상에 앉아, 볼펜을 펴고 천천히 글씨를 적기 시작했다.

� 감정 관찰 보고서 1호

작성자: 이천재 (만 13세)
주제: 눈물

1. 현상 기록

운동장에서 ‘정윤아’라는 개체가 울었다.

울음은 일정치 않은 호흡과 비정상적 발성, 눈물 및 콧물의 과도한 배출을 동반했다.

3분간 관찰한 결과, 약 24ml의 체액이 소실되었음.


2. 개입 실험

발언: “울지 마. 수분이 손실돼.”

결과: 울음 중단. (기능적 목적 달성)


3. 주변 반응

집단: 비웃음, 조롱, “로봇 같다”, “사이코패스 같다” 등의 낙인 발언.

울던 개체: 울음을 멈추었으나, 황당 + 웃음 반응 발생.


4. 분석

논리적으로는 문제없음. 오히려 성공적 개입.

그러나 ‘사회적 평가’는 부정적.

결론: 위로란 단순히 울음을 멈추는 것이 아님.


5. 미해결 문제
① 왜 주변 집단은 나의 발언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는가?
② 왜 울던 개체는 울음을 멈춘 후, 오히려 ‘웃음’으로 전환했는가?
③ ‘감정’이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했음. 감정 = 논리적 정의 불가.

나는 펜을 멈추고 잠시 생각했다.
보통의 과학 실험이라면, 변수와 결과가 일치하지 않을 때 단순히 오차로 처리하면 된다.
그러나 오늘의 사건은 단순 오차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감정이란 건… 데이터가 아니다.
데이터보다 더 많은 무언가다.’

나는 그렇게 적고, 한동안 멈춰 있었다.
머릿속에 윤아의 얼굴이 떠올랐다. 눈물이 흘러내리던 얼굴, 그리고 나를 보며 미묘하게 웃던 얼굴.
두 장면이 교차하며 자꾸만 반복 재생되었다.

나는 즉시 메모를 덧붙였다.


“울음은 단순 생리 반응이 아니다. 주변 인간들이 그것에 반응한다.
그리고 나의 반응에도 다시 반응한다.
감정 = 전염성 있는 정보일 가능성.”


볼펜 끝으로 점을 꾹 찍었다.
오늘 나는 새로운 연구 과제를 얻었다.
‘감정’이라는, 해석 불가능한 대상.

책상을 정리하며 나는 스스로 중얼거렸다.
“이상하다. 감정은 실체가 없는 것 같은데… 계속 신경 쓰인다.”

나 자신에게 변명하듯, 한 줄을 추가했다.
“나는 감정을 느낀 것이 아니다. 단지, 그 장면이 뇌에 반복 저장되는 것뿐이다.”

그렇게 보고서를 덮었지만, 마음속 어딘가가 여전히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마치 답이 없는 문제를 붙잡고 있는 기분.


밤이 되었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지만, 뇌는 좀처럼 정지하지 않았다.
오늘의 사건은 여러 차례 반복 재생되었다.
마치 오류가 발생한 프로그램처럼, 같은 장면이 끝없이 루프를 돌았다.

정윤아가 울던 얼굴.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던 순간.
그리고 내가 말했을 때, 울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던 표정.

나는 이 현상을 분석하려 애썼다.
“분명히 나는 감정을 느낀 것이 아니다. 단지, 시각적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것뿐이다.
기억의 과잉 활성화. 그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상했다.
떠오르는 얼굴을 지우려 할수록,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흐릿해지는 대신,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눈가의 물기, 떨리던 어깨,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이름 모를 무언가.

나는 이 현상에 이름을 붙이고 싶었지만, 적절한 용어가 없었다.
불쾌감? 아니다. 오히려 신경이 쓰였다.
호기심? 단순한 호기심이라기엔, 그 장면은 과도하게 마음에 남았다.
집착? 아직은 그 정도는 아니다.

나는 곧장 머릿속에 정리했다.


“감정: 아마도 논리적 분류가 불가능한 상태.
특징: 재생산적. 자꾸 떠오름.
부작용: 집중력 저하. 불면.
결론: 인간의 정신에 불필요한 오류를 발생시킴.”


그렇게 쓰면 설명이 되는 듯했지만, 어쩐지 납득되지 않았다.
왜 굳이 오류라고 단정해야 하는가?
그 장면이 남는 이유가, 단순히 비효율 때문일까?

나는 이불을 머리까지 끌어올리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조차 윤아의 얼굴이 또렷이 떠올랐다.
눈물이 흐르던 순간과, 내 말에 당혹스레 웃던 순간이 교차했다.

심장이 아주 미세하게 두근거렸다.
나는 즉시 자기 진단을 했다.
“심박수 약간 상승. 원인 불명.
단, 질병이나 운동에 의한 변화 아님.
추측: 감정적 자극.”

나는 고개를 세게 흔들었다.
“아니다. 나는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단지… 기록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억지로 눈을 감았다.
그러나 잠에 들기 직전, 나는 스스로도 모르게 속삭였다.

“… 울지 마. 수분이 손실돼.”

그 말이 어쩐지 이상하게 따뜻하게 들렸다.
나는 끝내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 채, 천천히 잠 속으로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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