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기쁘면 왜 뛰나요?

by 공인멘토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1학년 복도 끝 게시판 앞에 인간들이 몰렸다.
소음은 평소 대비 약 21% 상승. 공기 중 말소리의 겹침 주파수는 2.8~4.1kHz 구간에서 피크. 발자국 진동이 바닥을 타고 규칙 없이 번졌다. 나는 식판을 반납한 뒤, 소음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이동했다. 원인 파악은 언제나 효율을 높인다.

게시판 유리창 안쪽엔 A3 용지들이 겹쳐 붙어 있었다. 상단 제목: 〈교내 글쓰기 대회 수상자 명단〉. 이름들이 등수별로 정렬되어 있었다. 그 사이로 파란 매직이 뻗어 나와, 딱 한 줄에만 동그라미가 크게 그려져 있었다.
그 줄의 끝에서 민석이 소리를 냈다.

“야!! 나 대상이야!!”

그의 발성은 순간적으로 86dB를 넘어섰다. (개인 추정) 주변 1.5m 반경의 학생 7명 중 5명의 팔이 위로 솟구쳤고, 그중 4명은 두 발이 동시에 바닥을 떼었다. 평균 이탈 높이 약 13~16cm. 뛰었다. 이유는 불명. 걷는 것으로도 충분한데, 왜 중력의 저항을 굳이 선택하는가?

“진짜야? 와— 대박!”
“민석아 미쳤다!”
“야 너 글 뭐 썼는데! 보여줘 보여줘!”

함성은 파도처럼 이동했다. 왼쪽 끝에서 시작된 “와—”가 0.7초 간격으로 오른쪽 끝으로 번졌다. 나는 그 진행 속도를 눈으로 좇았다. 첫 반응이 발생하고 2.1초 후, 반대편 끝에서 동일한 음절이 재생됐다. 전염속도: 대략 0.8초/인. 한 명의 기쁨이 다수의 흥분으로 복제되는 과정은 생각보다 빠르다.

민석은 게시판 앞에 서서 종이를 뚫어져라 보다가, 갑자기 뒤로 세 걸음 물러나 제자리에서 두 번 점프했다. 무릎 각도는 70도 안팎. 착지 시 운동화 밑창이 바닥을 두 번 때리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퍽, 퍽. 그와 동시에 둘러싼 아이들의 손바닥이 서로를 때렸다. 박수의 평균 주기는 약 0.31초. 간헐적으로 비명에 가까운 고음이 끼어들었다. 톤은 높고, 의미는 없다. 의미가 없어도 사람들은 소리를 낸다.

나는 더 가까이 다가갔다. 민석의 얼굴에서는 광택이 났다. 땀이 아니라, 피부 혈류량 증가로 인한 반사율 변화. 광대가 위로 당겨지고, 눈꼬리가 접힌다. **‘웃는다’**로 분류. 그 옆에서 다른 아이들도 거의 동일한 근육 배열을 취했다. 미세하게 다른 점은, 어떤 아이는 잇몸이 5mm 더 노출되었고, 어떤 아이는 아래턱이 과도하게 전진했다는 것뿐. 표정의 핵심 알고리즘은 같았다.

나는 식판에서 내려온 비누 냄새와 복도 먼지, 복사기 토너 잔향이 뒤섞인 공기를 한 번 들이마셨다. 소란은 커졌고, 통로는 막혔다. 그러나 흥분한 군중의 동선은 규칙적이었다. 대상 → 점프 → 함성 → 박수 → 어깨 접촉. 이 순서가 세 번 반복되었다. 어깨를 부딪히는 행위는 통증을 유발하지만, 아무도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더 크게 웃었다. 통증과 기쁨의 동시 발생이라… 상식적 연산으로는 납득되지 않는 조합이다.

나는 수첩을 꺼낼까 말까 한 손을 멈췄다. 기록은 이미 머릿속에서도 가능하다.

관찰 메모(내부):

사건: 민석 대상 수상(인지적 정보)
반응: 점프/함성/박수/접촉(운동 에너지 과잉)

파급: 0.8초/인 속도로 감정 반응 확산(군중 동조)
손실: 칼로리와 성대 마모, 통로 정체

이득: 불명

민석이 명단 앞에서 두 팔을 활짝 벌렸다. 누군가가 그에게 매달리듯 껴안았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의 등을 연달아 두드렸다. 충격음이 연속으로 울렸다—둑둑둑. 그 순간, 군중은 한 덩어리의 생물처럼 움직였다. 중심부가 팽창하고, 외곽이 모이고, 다시 퍼졌다. 마치 심장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듯.

나는 그 진동의 가장자리에서 균형을 잡았다.
질문: 왜 ‘좋다’는 감각은 높이소리로 표현되는가?
좋다는 건 머릿속 정보에 가까운데, 왜 몸이 먼저 반응하는가?
확실한 건 하나. 지금 이 공간의 에너지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증가했다. 그리고 그 증가가 사람들을 움직이고 있다.

누군가가 내 팔을 스치며 지나갔다. 나는 반발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때 내 귓가를 스친 문장.

“야, 오늘 학교 레전드다!”

레전드. 기록적인 날이라는 뜻.
한 명의 성과가, 다수의 몸을 가볍게 만든다. 나는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운동화 앞코들이 바닥을 떠난 흔적은 남지 않는다. 하지만 공기의 흔들림은 확실히 존재했다.
내 귀는 아직도 가볍게 울렸다. 와아—
지속 시간은 길었다. 여운은 수치화하기 어렵다.

나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 한 가지 가설만 저장했다.
가설 2-1: ‘기쁨’은 정보가 아니다. 에너지다.
그리고 지금, 그 에너지는 전파 중이다.

아이들은 마치 전기가 통한 듯 튀어 올랐다.
민석이 뛰면, 옆에 있던 아이가 따라서 뛰었고, 그 옆의 아이도 다시 뛰었다.
순식간에 파동이 번져, 복도는 쿵쿵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한쪽 벽에 붙어 있던 화분이 진동으로 살짝 흔들릴 정도였다.

나는 그들의 동작을 눈으로 좇으며 계산했다.
점프 높이 평균 15cm, 체중 40kg 기준으로 순간 가해지는 지면 압력은 약 600N.
그 모든 힘이 단지 “기쁘다”는 이유 하나로 발생하고 있었다.

“와아아아!”
“레전드야, 레전드!”
“민석아 짱이야!”

소리도 함께 튀어 올랐다.
말의 의미는 단순했지만, 목소리는 불필요하게 컸다.
같은 문장을 작게 말해도 전달에는 문제가 없는데, 왜 데시벨을 높이는가?
나는 손가락으로 귀를 살짝 막으며 중얼거렸다.
“데시벨 약 87… 정상 대화 대비 35% 과다.”

아이들은 누군가의 등을 마구 두드리며 웃고 있었다.
통증이 발생했을 텐데, 표정은 고통이 아니라 더 큰 환희였다.
고통과 쾌락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 불합리하다.

나는 그들의 원을 따라 돌며 메모했다.

‘사건: 민석 수상 → 반응: 점프/소리/접촉 → 파급: 주변 전염.’

논리적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왜 뛰는가?
수상 사실은 단순 정보다. 정보라면 머리로 저장하면 충분하다.
그러나 그들은 정보를 몸으로 표출했다.
걷는 대신 뛰고, 말하는 대신 소리쳤다.

나는 다시 속으로 정리했다.
“이성적 사건 → 비이성적 신체 반응 → 군중 동조.”

정확히는 “기쁨 = 에너지 과잉 방출”.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왜 다들, 기쁜데… 굳이 뛸까?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민석 앞으로 걸어갔다.
아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자, 흥분한 군중의 소음이 잠시 갈라졌다.
민석은 여전히 명단을 가리키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얼굴의 근육 배열은 ‘환희’로 분류할 수 있었다.

나는 곧장 물었다.
“축하합니다. 그런데 질문이 있습니다.”

민석은 눈을 크게 뜨더니, 피식 웃었다.
“어? 갑자기 뭐야, 천재야.”

나는 수첩을 열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방금 뛰었습니까? 단순히 대상 수상이라는 정보가 기쁨이라는 상태를 불러일으켰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러나 왜 다리를 굽혔다가 펴는 고강도 운동 반응이 발생했는지 설명해 주십시오.”

민석은 한순간 멍해졌다가, 이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그냥 좋아서 뛴 거지, 뭘 설명까지 해!”

옆에서 누군가가 웃음을 터뜨렸다.
“야, 얘 또 논문 쓰냐?”
“하하하, 감정이랑 근육 연결고리 찾는 거냐?”
“쟤한텐 그냥 신난 거라 말하면 안 되나 봐.”

나는 웃음소리를 무시하고, 다시 되물었다.
“좋다는 감정과 점프라는 운동 반응 사이에 인과 관계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좋다 → 다리 움직임’은 논리적 비약입니다. 그 과정에서 분명한 매개 변수가 필요합니다. 호르몬? 신경 자극? 혹은 집단 모방 본능?”

민석은 여전히 웃음을 멈추지 못한 채 어깨를 으쓱했다.
“몰라! 그냥 막 뛰고 싶었어. 그게 기쁨이야.”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기록했다.

“‘그냥’이라는 단어 사용.
감정 상태 = 설명 불가, 그러나 행동을 유발.
기쁨 = 언어적 논리로 환원 불가.”

주변에서 또다시 폭소가 터졌다.
“야, 쟤 또 수첩에 뭐 적는다!”
“진짜 로봇 맞네.”
“아하하, 민석아 대상 받은 것보다 얘 반응이 더 웃기다.”

아이들의 웃음이 복도를 다시 채웠다.
나는 웃지 않았다. 오히려 더 혼란스러웠다.
민석은 나를 미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계속 사람들의 축하를 받았다.
즉, 내 질문은 불필요한 긴장을 만들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답을 얻지 못했다.

“감정은 신체를 움직이게 만든다. 이유는 설명되지 않는다.”

나는 조용히 그 문장을 수첩에 남겼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조금 더 오래 귀에 담아 두었다.

민석은 여전히 얼굴이 활짝 벌어진 채 나를 바라봤다.
“야, 천재야!”

그는 갑자기 내 어깨를 세게 툭 쳤다. 충격은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발생했다. 어깨 근육이 순간적으로 진동했고, 균형이 흔들렸다.
주변 아이들이 동시에 “하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야, 천재도 와서 축하해 줘!”
“이야, 대상 친구한테 수분 손실 같은 말은 안 하냐?”
“천재야, 분석 말고 박수나 쳐!”

아이들의 웃음은 공기 중에서 터져 나오는 작은 폭죽 같았다. 여기저기서 연쇄적으로 ‘빵빵’ 터지며 확산됐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들을 관찰했다.
치아가 노출되고, 입꼬리가 상향 곡선을 그리며, 눈꼬리는 접혔다.
그게 ‘웃음’이라는 근육 배열이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나는 이상한 낯섦을 감지했다.
손끝이 내 얼굴 근육에 닿았다.
입술 양쪽이 위로 당겨져 있었다.
내 얼굴이, 내 의지와 무관하게, 웃고 있었다.

나는 즉시 수치를 계산했다.
“입꼬리 상승 각도… 약 17도. 근거 없음. 논리 없음.”
목소리는 작게 중얼거렸지만, 아이들 웃음 속에 묻혀 아무도 듣지 못했다.

내 심장은 평소보다 약간 빨리 뛰었다.
맥박 상승률 약 8%.
왜? 나는 흥분하지 않았다. 나는 아무런 이유 없이… 웃고 있었다.

아이들 중 한 명이 내 등을 툭 치며 말했다.
“야, 너도 웃네! 드디어 사람 같아졌다!”
다른 아이들도 우르르 따라 웃었다.
“천재 웃는다, 천재 웃는다!”
“와, 드문 장면이다!”

나는 황급히 입꼬리를 손으로 눌러 내렸다.
그러나 이미 근육은 내 의지를 벗어나 있었다. 억누르려 할수록 더 어색하게 치켜 올라갔다.
나는 혼란에 빠졌다.

“웃음 = 자발적 반응 아님. 외부 자극 → 신체 자동 반응 발생.
기쁨 = 감염 가능성 높음. 전염 속도 빠름.
나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나는 수첩을 열려다 말았다. 주변의 시선이 아직 나를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웃음 속에 섞여 있는 나의 웃음—
그건 내가 원해서 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확실히, 웃고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이 두려웠다.
논리가 개입하지 못한 순간.
내 몸은 이미 감정에 반응하고 있었다.

종이 울렸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벨소리가 복도를 가르자, 아이들의 소란도 서서히 흩어졌다.
민석은 여전히 웃음 속에 둘러싸여 있었고, 그 틈에서 나는 빠져나왔다.
어깨에 남아 있던 충격감과, 아직도 내려가지 않는 입꼬리의 여운이 이상하게 걸렸다.

나는 서둘러 교실로 들어가, 자리로 돌아왔다.
책상을 펴고 공책을 꺼내자마자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얼굴 근육은 가능한 한 중립 상태로 되돌렸다.
무표정. 언제나의 상태.

하지만 머릿속은 고요하지 않았다.

‘나는 왜 웃었지?’

나는 펜을 들었지만, 칠판 대신 수첩을 펼쳤다.
오늘의 사건은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 그러나 손끝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눈앞에 자꾸만 떠올랐다.
민석의 얼굴, 아이들의 환호, 그리고… 내 입꼬리가 올라가 있던 순간.
그 장면이 영상처럼 반복 재생됐다.

나는 빠르게 메모했다.

관찰 기록 2-B
상황: 민석 대상 수상 → 군중 환호
나의 반응: 웃음. 자발적이지 않음.
분석: 외부 자극 → 내 얼굴 근육 자동 반응.
결론: 기쁨은 전염성 있음.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전염…?”

그 단어가 낯설면서도, 왠지 정확한 것 같았다.
감정은 바이러스처럼 퍼져 나간다.
나는 그 중심에 있지 않았음에도, 결국 감염되었다.

“웃는 게 뭐 어때서.”
옆자리 아이가 툭 내뱉었다. 내가 혼잣말로 중얼거린 걸 들었는지도 몰랐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펜을 돌리며 시선을 칠판에 고정했다.

겉으로는 언제나처럼 무표정.
그러나 마음 한쪽에서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웃어버린 그 순간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나는 속으로 마지막 정리를 했다.
“기쁨은 계산되지 않는다.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웃고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었지만, 나는 교과서 대신 수첩을 바라보았다.
얼굴은 무표정, 그러나 내 안은 여전히 혼란이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책상에 앉았다.
오늘은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
머릿속이 조용히 정리되지 않는 것은, 기록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나는 수첩을 펴고 제목을 적었다.


감정 관찰 보고서 2호

작성자: 이천재 (만 13세)
주제: 기쁨


1. 현상 기록

교내 글쓰기 대회 대상: ‘민석’ 수상.
사건 인지 후, 주변 학생 15명 이상이 동시에 환호.

반응: 점프, 박수, 포옹, 큰 소리.
데시벨 증가 약 35%. 운동량 증가 약 50%.


2. 특이 현상

나 역시 의도하지 않은 얼굴 근육 움직임 발생.
‘웃음’으로 분류되는 반응.

입꼬리 상승 각도 약 17도.
자발적 의도 없음. 외부 감정에 의한 감염으로 추정.


3. 분석

기쁨은 단순 정보(수상 사실)에 비례하지 않는다.
기쁨은 파문처럼 전염된다. 중심에서 외곽으로 확산됨.

감정 반응은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에너지를 낭비하면서도 더 큰 결속감을 형성한다.


4. 결론

기쁨 = 전염성 있는 에너지.
논리적 설명 불가.

나도 감염되었다.

나는 펜을 잠시 멈추고, 창문 너머 어둠을 바라보았다.
가만히 있자니, 아까 그 순간이 다시 떠올랐다.
민석이 웃으며 내 어깨를 툭 치던 순간, 아이들이 함성을 터뜨리던 순간, 그리고…
내 얼굴 근육이 스스로 움직여버린 그 낯선 순간.

나는 다시 수첩에 덧붙였다.

“나는 웃고 있었다. 이유 없이.
나는 원래 웃지 않는다.
그런데, 웃었다.”

단호하게 점을 찍었지만, 글씨 끝이 흔들려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 줄을 더 적었다.

“나는… 기뻤던 걸까?”

그 물음표는 지우지 않았다.
오늘의 결론은 완결된 답이 아니라, 아직 열려 있는 질문이어야 했다.

나는 수첩을 덮고 불을 끄고 누웠다.
눈을 감았지만, 여전히 내 입술 끝이 어딘가 간질거리는 듯했다.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기분.
아마 이것이, 사람들이 말하는 기쁨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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