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_조지 오웰
<<1984>>를 덮고 나는 사랑을 생각했다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부모-자식 간의 마음을 꺼내는 날이기도 하다.
이렇게 평화롭고 좋은 날 나는 왜 <<1984>>를 다시 꺼내 보았을까…
조지 오웰의 『1984』를 읽고, 나는 처음으로 "슬픔"이란 감정으로 책을 덮었었다.
그 세계는 허구라기보다는, 우리가 서서히 익숙해지는 지금-여기처럼 느껴졌다.
사랑, 우정, 사적인 기억과 감정까지 철저히 통제되는 세상.
그 안에서 인간은 살아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의 감정조차 소유할 수 없는 유령 같은 존재였다.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감정이 허락되지 않는 세상에서, 과연 인간은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책 속 회색빛 세계와는 달리, 내 눈앞에 있는 풍경은 따스하고 평화롭다.
조카가 건네는 카네이션을 보며 어머니와 마주 앉아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이토록 큰 자유라는 것을 나는 새삼 깨닫는다.
감정이 조작되지 않고,
사랑이 검열되지 않으며,
기억이 왜곡되지 않는 이 삶.
그 모든 것이, 『1984』 이후의 세계에 비춰보면 기적 같은 일상이다.
지난 두 해는 나에게 기적 같은 시간이었다.
수술과 시술, 그리고 몸의 불편함 등을 겪으며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 볼 때 물리적인 불편보다 더 힘들었던 건,
타인의 시선과 나 스스로의 무기력함이었다.
하지만 가족이 건넨 작은 손길, 곁에서 지켜주신 엄마, 친구의 안부 한 마디, 아이의 다정한 눈빛은 그 시기를 지나도록 나를 지탱해 주었다.
『1984』를 읽고 나니, 그 모든 따뜻했던 순간이 새롭게 느껴졌다.
그것은 감시받지 않은 진심이었고, 이해받고 있다는 인간다움의 증거였다.
『1984』는 끝났지만, 내 안에는 많은 질문이 남았다.
나는 지금 무엇을 믿고 있는가?
나는 내 감정을 진짜로 느끼고 있는가?
내가 맺고 있는 관계는 진실한가, 아니면 타인의 기준을 따르는가?
책은 두려움을 말했지만, 나는 오히려 더 따뜻한 것을 떠올렸다.
감시 없는 시선, 검열 없는 말, 조건 없는 이해.
그 모든 것이야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인간의 가치다.
“우리는 아직 인간이다 ”
조지 오웰은 우리에게 하나의 질문을 남겼다.
“진실이 사라지고, 감정이 조작되는 시대에 인간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사랑으로, 기억으로, 그리고 감시받지 않는 마음으로.”
책을 덮고 슬픔의 끝에서 만난 것 들에 감사했다.
오늘 어버이날, 나는 다시 마음을 꺼내본다.
감정이 자유롭고, 말이 진실하며, 관계가 따뜻한 이 하루를
절대로 당연하게 여기지 않겠다고.
우리는 아직 인간이다.
그러니 마음을 지키자.
그리고 사랑을 말하자.
“인간의 정신을 떠나서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신념 - 그것은 허위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
“마지막까지 그들을 증오하면서 죽는 것, 이것이 바로 자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