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멸할 수는 있어도, 패배하지는 않는다
노인과 바다_어니스트 헤밍웨이
삶을 견디는 사람들을 위한 위로의 한 줄
흔들리는 삶 위에서, 나는 오늘도 바다로 나간다
요즘의 나는 자주 흔들린다.
재활 중인 무릎은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고 눈앞에 산적한 과제들은 말 없는 부담을 안긴다.
하루를 지내고 나면 ‘오늘도 아무것도 해낸 게 없는 것 같아 ‘라는 말이 마음 한가운데를 누른다.
문득, 내 삶이 아무 고기도 낚지 못한 빈 배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다.
이런 나의 마음을 잘 알아 줄 것 같은 책 한 권 [노인과 바다]를 떠올린다.
그는 84일간 고기를 잡지 못한 채 매일 바다로 나간다.
사람들은 그를 비웃고, 아이도 그의 곁을 떠났다.
하지만, 85일째, 노인은 다시 배를 띄운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싸움, 아무도 보장도 없는 길을 향해 조용히 노를 젓는다.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되지 않았어, 파멸할 수는 있어도 패배하지는 않는다”
이 문장은 단지 한 인물의 신념이 아니다.
그건, 삶에 조용히 맞서며 버티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문장이다.
무너지는 것처럼 보일지도 그 순간에 꺾이지 않는 인간의 마음.
비록 결과가 따라주지 않는다 하여도 그 과정을 살아낸 존엄한 태도.
이 문장을 마음에 담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지금껏 패배한 적은 없다는 것을… 다만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뼈만 남은 싸움, 그러나 존엄은 사라지지 않는다
노인은 거대한 청새치를 낚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상어 떼에 뜯기고, 고기는 뼈만 남는다.
외형적으로 보면 완패였다. 하지만 그 장면을 보면서 울컥했다.
왜일까?
노인이 무너졌기 때문이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몸은 상했고 아무것도 지켜내지 못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가 보여준 고요한 끈기와 강인한 투쟁은 승리보다 더 큰 존엄을 지켰다.
나 역시 매일 결과에 목을 맸다.
글이 써지지 않는 날이면 재능이 없다고 느꼈고, 몸을 말을 듣지 않으면 나 자신을 탓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은 다르게 생각해 본다.
고기를 잃는 날에도 그 하루를 온전히 살았다면 나는 결코 패배한 것이 아니다.
소년이 있었기에 바다는 두렵지 않았다
무력한 노인 곁에는 소년 마놀린이 있었다.
소년은 노인을 위해 거창한 말을 하지 않는다.
소년은 그의 식사를 챙기고 손의 상처를 바라보고 다시 함께 바다에 나가자고 말한다.
그저 조용히 묵묵히 그의 곁에 앉아 있으며 노인의 힘이 되어 준다.
나도 누군가에게 혹은 누구로부터 마놀린과 같은 존재로 느껴지고 있는지……
어쩌면 누구가에게 마놀린과 같은 존재가 되어 말없이 고단함을 이해해 주고, 서로가 서로의 파도 속에 닻이 되어 주는 삶을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바다로 나아갔어, 그것으로 충분했어”
이 책은 우리에게 거창하지는 않지만 고요한 진실 하나만 건넨다.
버티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대단한 사람이라고……
삶이 아무것도 건네주지 않는 날에도, 그 하루를 꿋꿋이 견뎌낸 우리는 파멸할 수는 있어도, 결코 패배하지 않는 사람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상처 많은 하루였지만 당신은 여전히 당신다움을 지켜냈습니다. 당신이 살아낸 이유, 그 자체로 의미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