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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깊이를 느끼는 삶이 행복하다

멋진 신세계_올더스 헉슬리

by 서수정

지금 우리는 과연 스스로 행복하다 말하며 살아가고 있는 존재인가?

아니면 그렇게 살아가도 괜찮다는 믿음을 세뇌당하며 주입하고 있는 걸까?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이런 질문을 우리가 살아가는 싦 한가운데로 던져 넣었다.

책 속의 세계는 아주 잘 정리되고 불편함이 없는 세계다.

든 인간은 유전자 조작으로 생산되고 계급이 정해지며, 교육을 통해 자기 자신의 자리를 사랑하도록 세뇌당한다.

갈등도 없고 불행도 없다. 깊은 감정도 없으며 사랑도 없다. 아픈 감정이 올라올 틈이 없이 ‘소마‘라는 약 한 알만 있으면 모든 불편함은 정리된다.

이토록 완벽한 유토피아 속에서 우리는 진짜 인간일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조지 오웰의 ]1984]를 생각했다. 그 책을 읽었을 때도 인간다움을 빼앗는 체제에 가슴이 울렁거렸는데 이 책은 그것과 결이 비슷하다.

하지만 [1984]보다 몇 십 년이 앞서 출간되었고 미래를 예측한 책이어서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자꾸만 마음이 불편해졌다.

인간의 탄생이 작은 유리병 속에서 배아 되어 생산된다는 발상부터 교통수단이 헬리콥터이며 자유분방한 남녀관계까지 이해하기 어렵고 불편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유토피아의 멋진 신세계는 깔끔하고 부드러운 편안함을 가진 세계였지만 그들은 웃어도 자신이 왜 웃는지 몰랐고 행복하다고 말하지만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는 뇌가 비어있는 듯한 곳이었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거나 질문하지 않는 삶, 그것이 어쩌면 가잔 두려운 방식의 통제가 아닐까 생각했다.

인간으로서 특히 여성이 엄마가 된다는 것은 이곳에서는 수치스러움이며 모태에서 태어나고, 엄마가 된 사람은 야만인 보호구역에서 살아간다.

그곳에서 자란 ‘존’이라는 인물은 엄마인 ‘린다‘를 통해 문명세계를 동경하지만 그는 하나의. 상품가치로 전락하고 만다.

외롭고 고독하며 인간다움을 느끼고 싶어 했던 그에게 인공적이고 인간성을 무너뜨리는 구조에서 스스로 고립되어 버린다.


나는 특히 이 책을 읽으며 ‘소마’라는 약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사회에서 마법 같은 약이었다. 소마를 먹으며 슬픔, 외로움, 분노, 의심, 심지어 죽음에 대한 두려움조차도 정리가 된다.

소마라는 약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삶에서도 있지 않은지 …… 다양한 소마를 복용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SNS 속 타인의 삶을 구경하며 현실에서 도망치고 자극적인 콘텐츠나 쇼핑으로 하루를 버리며, 감정을 느끼는 대신 감정을 닫고 살아가는 우리가 그들과 틀린 것은 무엇일까?

문명세계로 들어온 존은 외친다.


“나는 고통을 받고 싶다. 나도 슬프고 싶고, 죽음도 알고 싶고 진짜를 느끼고 싶다”


멋진 신세계에서는 고통을 피하고 외로움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삶인 것 같지만 사실은 고통은 내면 깊숙이 자리자고 있음을 인물들을 통해 느꼈다.

마법 같은 약을 복용한 것처럼 우리의 삶을 침범하고 있는 과학의 이면들이 우리의 삶을 잡아먹고 있는 것 같았다.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요즘….. 어쩌면 우리의 내면은 인공적인 감미료 같이 달콤한 유혹 속으로 빠져가고 있을지 모른다.

존처럼 나도 한 번쯤은 슬프고 외롭고 흔들리면서도 ‘내 삶을 내가 살고 있다’는 실감을 느끼고 싶다.

그게 진짜 인간으로 사는 길임을 헉슬리는 알게 해 주었다.

소마를 거부하는 용기,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인간성의 시작일지 모른다.


간혹 주변의 관계에 대해 무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고 그들과의 관계를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서로 부대끼며 사는 삶이야말로 감정의 깊이를 회피하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우리에게 말해준다.

우리는 지금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았을까?

스스로를 마취시키며 ‘괜찮은 척‘ 살고 있지 않은가?

감정에 스스로를 파묻지 말아야겠다. 그것에 충실하며 깊이 느낄 때 진정한 행복은 곁에 있게 될 것이다.



“그가 누구였든지 간에 살아 있을 때는 행복하다는 것이죠. 지금은 누구나 행복하니까요.”

“그래요, 지금은 누구나 다 행복하죠“ 레니나가 맞장구를 쳤다. 매일 밤 150번 씩 반복되는 이 말을 그들은 12년 동안 들어왔다.


“인간이란 겉으로는 미소를 짓고 또 지으면서도 흉악한 짓을 서슴지 얺는다. 양심의 가책도 받지 않고, 배반을 일삼고, 무자비하고, 흉악한 인간.

이런 어휘들이 의미하는 바가 정확히 무엇일까? 그는 겨우 반쯤만 이해가 갔다. 하지만 그런 어휘들의 마력은 강렬했고 계속해서 그의 머릿속에서 우르를거렸다. “


“우리 포드님 자신도 진실과 아름다움보다 행복과 안락함에 중요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을 했지. 대량 생산이 그런 변화를 요구했으니까. 만인의 행복은 밖퀴들을 끊임없이 돌아가게 해주지만, 진실과 아름다움은 그러질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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