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으로 배우는 글쓰기-NIE(3)
신문은 늘 우리 곁에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글을 쓰기 위한 도구로는 잊히고 있었던 것 같다.
어느 날 문득, 아이의 글쓰기 실력을 키워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책 보다 먼저 신문을 떠올렸다.
짧고 명확한 문장들, 생활 속 이야기가 있는 주제들, 그리고 다양한 관점이 어우러진 글들이 신문에는 꽉 들어차 있었다.
문장력은 물론이고, 사고력과 요약력, 나아가 사회를 보는 시각까지 키워줄 수 있는 자료가 우리 집 현관 앞까지 배달되고 있었던 셈이다.
나는 아이들 어린 시절부터 신문을 구독하고 있었는데, 00일보와 경제 신문이었다. 신문을 구독하니 좋은 점은 어린이 00 신문을 무상으로 보내주고 있었던 점이었다.
처음에는 아이와 함께 신문을 읽는 일이 낯설게 느껴졌다.
‘사설’이라는 단어조차 어렵게 들렸던 아이에게 오늘의 이슈를 함께 설명하고, 그것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시간은 어찌 보면 글쓰기보다도 대화 훈련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런 대화가 쌓이면서 글의 재료가 생기기 시작했고,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신문을 ‘읽는 것’을 넘어 ‘요약하고 써보는 것’으로 자연스레 넘어가게 되었다.
특히, 어린이 신문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발행되고 있었고, 다양한 사회, 문화적 주제들, 역사, 스포츠, 정치적 이슈들이 아이들과 나눌 수 있는 것들이 넘쳐났다.
그곳에서 나는 한 가지 주제로 매주 연재되는 이약기들을 스크랩하기 시작했고, 파일에 가득 담은 신문 스크랩은 한 권의 책이 되었다고 지난번 연재글에서 밝힌 바 있다.
오늘은 아이와 신문을 통한 글쓰기의 힘에 대해 나누고 싶었다.
아이와 함께한 가장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활동은 ‘세 줄 요약’이었다.
기사 하나를 고르고, 핵심 내용을 세 줄로 정리해 보는 것. 그리고 마지막에 자신의 의견을 한 문장 덧붙이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줄글로 쓴 글보다 이 세 줄이 훨씬 어렵게 느껴졌지만, 오히려 요약을 통해 글의 흐름을 파악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힘이 길러졌다.
아이의 문장 속에는 조금씩 자기만의 언어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신문은 매일매일 새로운 글쓰기 교재가 되어주었다.
아이와 함께 하기 위해서는 부모인 나도 신문을 읽어야 했다. 그리고 혼자 스크랩도 하고 요약도 해보고 열심히 공부했다.
그렇게 지나간 시간이 헛된 줄 알았는데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나로 성장해 있었다.
작년엔 인스타그램에 매일 한 편의 사설을 읽고 나만의 문장으로 요약하거나, 사설을 분석하고 단어나 문장을 찾아보는 등 사설 읽기 활동을 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팔로워를 늘리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나 스스로도 읽고 쓰는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고, 무엇보다도 함께 하는 힘을 알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사설 읽기는 내가 처음 아이와 신문을 읽기 시작했을 때 했던 생각이 밑바침이 되었다.
그것은 부모가 배우지 않으면 아이와 함께 걸어갈 수 없으며, 나의 글쓰기 훈련은 결국 아이와의 소통을 위한 준비였다고 생각했었지 때문이다.
그때 느꼈다. 아이의 글쓰기 능력을 키우고 싶다면, 어른도 같이 읽고 쓰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단지 지도자가 아닌 동료로서 말이다.
그래서 신문은 우리 가족의 좋은 연결고리가 되었다.
그때는 이런 활동들도 해보았다. 신문 기사 제목만 보고 내용을 상상해 보거나, ‘오늘의 사설’을 벽에 붙여두고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포스트잇에 한 줄씩 붙여보는 것. 때론 식탁에서 가족 모두가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말이 길어질 때도 있지만, 그 안에 생각이 깊어지고 문장이 만들어졌다.
아이들은 글을 잘 쓰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를 스스로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 길의 시작점에 신문이라는 매체가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도 참 신기하고 고마운 일이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신문이, 아이와 나의 글쓰기 파트너가 된 것이다.
물론 하루에 한 편 읽기도 벅찬 날이 있었다. 때로는 요약을 생략하고 그냥 읽기만 하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날에도, 글을 향한 호흡은 계속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함께 한다’는 그 마음이니까.
이제 나는 안다. 아이에게 좋은 글쓰기를 선물하고 싶다면, 부모가 먼저 글과 가까워져야 한다는 것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이도, 나도, 글은 배우는 중이니까.
힘들고 어렵다고 해도 우리는 신문 한 편을 펼쳐 들고, 세 줄 요약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함께 성장해 나갔다.
신문 읽기의 힘으로 글쓰기의 근육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의 스스로 공부하는 힘으로 열매를 맺었다.
그 힘이 지금은 나에게도 가장 중요한 비료가 되어 열매를 맺을 준비를 끝내고 새싹을 피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것들은 나의 자산이 되었고, 아이들의 미래에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힘들다고 지쳐 쉬고 싶다면 잠시 쉬어도 좋다.
그런 후 다시 일어나서 함께 시작하면 되니까…..
다음은 아이와 함께 한 신문을 통한 글쓰기 훈련을 했던 기록이다.
그리고 나의 신문 사설 읽기 기록이다.
꾸준함을 이길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가랑비가 옷을 젖게 하듯이 조금씩 천천히 걷기만 해도 도착하는 곳은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