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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시작된 길, 아이의 진로를 따라 걷다

진로는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

by 서수정

오늘은 아이들의 진로와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아이들의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나도 모르게 ‘진로’라는 단어에 민감해졌다.

‘이 아이가 무엇을 잘할까’, ‘어떤 분야가 맞을까’, ‘생활기록부에 무엇을 채워야 할까’ 같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저 관심사 정도로만 여겨졌지만, 학교생활이 본격화되면서 진로에 대한 질문의 무게는 커져갔다.

하지만 그때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진로는 정해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며, 그 발견의 바탕에는 늘 '읽고 생각하고 스스로 정리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책, 아이의 진로를 여는 가장 깊은 문


우리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책을 가까이했다.

처음엔 동화책, 그림책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호기심이 생긴 분야가 있으면 관련 책을 탐독하며 스스로 길을 넓혀갔다.

작은 아이는 책에 관한 편식이 조금 있었지만, 큰 아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골고루 읽어 나갔다.

한 아이는 사람의 몸에 대해 흥미를 느껴 인체 그림책을 시작으로 의학 서적과 ‘정의란 무엇인가’ 같은 책을 통해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또 다른 아이는 소설 분야에 빠져 자신만의 세계를 이끌어 가기 시작했다.

엄마인 나는 사실 아이들이 책을 통해 많은 지식을 공유하길 바라는 마음도 컸다.

하지만, 책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왜 나는 이것에 끌리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출발점이 되었다.

그리하여 아이들은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자신의 진로 방향을 설정했고, 그에 따라 생활기록부에 담길 활동들을 스스로 선택하고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 모든 과정은 독서에서 출발했고, 독서로 정리되었고, 독서로 표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활기록부, 기록 그 이상의 삶을 담다


고등학생이 된 아이들은 자신의 관심사를 교과와 연결하기 시작했다.

생활기록부는 단순히 대학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아이의 시간과 고민, 방향성과 성장의 흔적이 담긴 기록이라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은 교과와 진로가 만나는 지점을 스스로 찾아갔다.

과학 과목과 의학 관심사를 연결해 실험 보고서를 작성했고, 생명과학에서 배운 내용은 자율주제로, 탐구는 소논문이나 발표로 이루어졌고, 그 과정은 고스란히 생활기록부의 ‘세부능력특기사항’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건축에 관심을 갖은 딸은 자신이 좋아하는 진로와 관련하여 동아리를 만들고 그곳에서 대학에 입학하면 필요한 설계 프로그램을 연습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심화 독서를 통해 얻은 인식을 자원봉사 활동과 연계해 구체화하기도 했다.

중요한 건 기록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삶의 연장선에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기록은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왜 했는가, 그리고 그 경험이 무엇을 바꿨는가”를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진로의 여정이 담긴 것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동아리와 봉사, 삶과 연결된 배움


아이가 선택한 동아리는 단순한 흥미를 넘어서 진로와 이어졌다.

의학에 관심 있는 아이는 의학 동아리 “메디컬 Q”에서 연구하고 친구들과 연구활동과 봉사 등 사람과 삶을 마주하는 경험을 하였다.

봉사와 동아리는 점수를 위한 활동이 아닌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배우는 배움의 장이 되었다


부모의 역할은 뒤에서 조용히 빛을 비추는 것


물론, 처음부터 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완벽하게 흘러간 것은 아니다.

한 번은 아이가 “나는 왜 이런 활동을 해야 해?” 하고 묻던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엄마인 내가 무엇을 답해 주기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고민할 수 있는 질문을 던 지로 독 조언을 했고 스스로 방향을 잡아갈 수 있도록 기다려 주었다.

“너는 무엇을 할 때 가장 재미있었어?”

“그 일은 누구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부모의 역할은 정답을 주는 선생님이 아니라 불안한 발걸음 옆을 함께 걷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런 대화가 쌓이면서 아이 스스로 의미를 찾기 시작했고 나는 뒤에서 아이의 속도와 방향을 조용히 비춰주는 등불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결국, 진로란 ‘나답게 사는 법’을 알아가는 과정


진로는 직업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한 걸음씩 대답해 나가는 과정인 것 같다.


그 여정의 출발점에 책이 있었고, 그 옆에는 늘 부모의 신중한 기다림이 있었다.

아이들이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스스로의 삶을 설계할 수 있는 힘.

그것은 수많은 독서와 일상 속 작은 실천에서 비롯되었다.


“책은 길이고, 삶은 그 길을 걷는 여정이다.”

우리 아이들이 걸어온 진로의 길은 누구의 지도도 없이, 스스로 지도를 그리며 걸어간 시간들이었다.


이 글을 읽는 부모님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진로에 대한 두려움보다 아이의 관심과 목소리를 듣는 용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답을 알려주는 대신, 아이가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진로교육이 아닐까요?


#부모님께 드리는 제언

1. 관심사는 아이가 먼저 말하게 하자.
아이의 말에 반응하는 것, 그게 진짜 출발점이다.

2. 책은 진로의 첫 스승입니다.
읽는 책의 종류가 그 아이의 세상을 보여준다.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길은 보인다.

3. 기록보다 과정에 집중하자.
생활기록부는 결과지만, 거기까지 이어진 과정이 더 중요하다. 그 과정을 아이가 스스로 말할 수 있게 도와준다.

4. 진로는 속도보다 방향이다.
남보다 늦더라도 자신의 속도로 걷는 아이는 결국 자신만의 자리를 찾는다. 부모는 그 곁에서 기다려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5.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서 연결 고리를 잘 찾아서 독서, 교과, 동아리, 봉사 등에 잘 스며들도록 믿고 기다려 준다.

요즘은 많이 바뀐 교육과정으로 제 아이의 생활기록부를 기록하는 방법이 많이 틀릴 수 있음을 밝힙니다.

하지만 그 방향성과 아이들의 진로 계획은 독서와 다양한 경험, 스스로 계획하는 힘에서 비롯되는 것은 같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어릴 때 일찍 진로를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고등학교에서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 생각해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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