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걷고 싶습니다.
1. 첫눈이 내리던 그날, 우리는 눈의 공간 속에서 조용히 마주 보고 서 있었습니다. 한없이 가벼운 눈송이가 어깨에 쌓일 때마다 당신의 미소가 떠오릅니다. 첫눈이 녹아 사라지듯, 당신도 그렇게 내 곁에서 사라졌지만 매년 첫눈이 내리는 날이면 당신이 생각납니다.
2. 첫눈이 내리던 그 밤, 아무 말 없이 눈길을 걸었습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그냥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첫눈은 언제나 바람과 함께 그리움만 남기고 떠나버립니다. 내 그리운 사람도 저와 함께 어디서 첫눈을 보고 있겠죠?
3. 첫눈이 내리면 전화하고 싶고 문자도 보내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첫눈에는 보고싶은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사로운 어느 좋은 날, 공기는 맑고 바람은 신선했으며, 파란 하늘에 완벽한 그런 날에 문득 떠오르는 사람, 그 사람이 진짜 내가 좋아했던 사람입니다.
4. 제가 군 생활한 곳이 경기도 양평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양평 해장국은 맛있지만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이름 때문이죠, 군대에서 맞이하는 첫눈은 싫습니다. 제설작업이 엄청 힘들거든요. 낭만 같은 표현은 사치고요, 한 번은 하늘이 구멍이 났나 너무 많이 와서 식량 보급 걱정을 한 적도 있습니다. 세상은 상황에 따라, 느끼는 감정과 생각의 심리적 거리감은 항상 있는가 봅니다. 국군 장병 여러분, 여러분 때문에 편히 쉬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국방부 시계는 항상 구보로 뛰고 있으니, 전역하는 그날까지 건강하세요!
* 사랑하는 아들 박병장, 25년 12월 3일 전역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동안 정말 고생많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