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야 Mar 23. 2024

간장을 만나야 맛있는 반찬

마른 파래김무침, 서리태 콩자반, 우엉조림

오늘따라 손자들이 먹을만한 마땅한 반찬이 없네요. 냉장고문을 활짝 열고 쟁여둔 식재료들을 스캔해 봅니다. 뜯지 않은 두부와 계란을 꺼내어 두부계란부침을 뚝딱 해서 식판에 담았습니다. 가장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이때 손자들은 한결같이 간장을 찾습니다. 양조간장을 조금 따라서 짠맛을 줄이기 위해 물을 조금 넣고 들기름과 깨소금을 비벼 넣어 주면 콕콕 잘도 찍어 먹습니다. 간장은 브랜드마다, 종류마다 약간의 염도 차이가 있어 짠 간장은 조림이나 볶음에, 덜 짠 간장은 무침에 넣기도 합니다.


간장은 음식을 하는 데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럼 어떤 간장을 먹으면 좋을까요. 간장은 용도별로는 국간장, 진간장, 맛간장, 어간장이 있으며, 식약처 공식분류에 따르면 제조방식에 따라 한식간장, 양조간장. 혼합간장. 산분해간장이 있습니다. 한식간장은  그대로 집에서 메주로 만든 전통 재래간장이고, 양조간장은 대두와 탈지대두, 밀로 만든 메주를 장시간 발효 숙성시켜 시판용으로 만든 간장입니다. 또한 혼합간장은 양조간장과 산분해간장을 혼합하여 만든 간장 중에 하나이며, 산분해분장은 공장에서 빠르게 대량생산을 하기 위해 탈지대두를 염산으로 분해해 만든 화학간장 이라는군요(인터넷 참조). 어느 것을 먹을지는 본인의 선택이겠지요.


또한 간장을 구입할 때 라벨에 쓰여 있는 총 질소함량(T.N지수)은 간장의 맛과 성분을 결정하는 아미노산 함량으로 1.0~1.3% 표준, 1.3~1.5% 고급, 1.5 % 이상이면 특급이라 합니다.

 

시골에서 언니와 함께 담근 재래간장과, 타제품과 비교할 때 가격이 조금 부담스러운지라 세일기간을 활용하여 '7*1 양조간장'을 사서 먹거나 딸이 사준 각종 과즙과 엑기스가 들어가 염도가 조금 낮은  '새미* 부엌'을 먹고 있습니다(제품과 관련 없음). 왜? 간장 이야기를 쓰고 있을까요. 오늘의 반찬 3종세트는 간장이 들어가는 마른 파래김무침과 콩자반, 아이들도 좋아하는 우엉조림을 할 예정이거든요.




작년 12월 말 경에 가까이에 사는 친구가 딸을 결혼시키면서 눈비가 오는 엄동설한에 멀리까지 와주어서 너무 고맙다며 마른김을 한 톳이나 주었습니다. 말은 지나는 길이라지만 먹어보니 너무 맛이 있어서 내 생각이 난 거였지요. 연초록빛으로 잘 구워진 파래김을 먹기 좋게 잘라 달래장에 싸 먹으니 고소하니 꿀맛입니다. 그도 하루이틀이지 100장이나 되는 김은 먹어도 먹어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별수 없이 냉동실에 들어가기 전에 짭조름한 김무침을 해 먹기로 했습니다.


마른김 20장을 싱크대에서 혹시 사이사이에 있을 김가루나 이물질을 탈탈 털어준 뒤 달궈진 마른 팬에 앞뒤로 연초록빛이 되도록 구워줍니다. 얇았던 김이 구워지면 엄청난 양이 되겠지요. 잘 구워진 김을 가로 8조각 세로 6조각으로 잘라주었어요. 비닐봉지에 때려 넣고 후루룩 부실러도 되지만 해보니 크기가 일정치가 않고 가루가 많아서 좀 번거롭더라도 가위로 잘라주었습니다. 양념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무침이라 덜 짠 양조간장 3스푼과 매실청 4스푼, 물 5스푼, 참기름 2스푼, 통깨를 넣어 양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양조간장 3, 매실청 3. 물 3으로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아이들도 함께 먹으려고 심심하게 간을 맞추다 보니 숫자에 변동이 생겼습니다. 댁에서도 식구들 간에 맞추어서 조절해 주시면 더 맛있는 반찬이 되겠지요. 자른 김을 양념과 조물조물 무쳐주면 끝인데요. 아이들도 먹고 오래 두고 먹을 것이라서 넣어주면 새파라니 더 맛있어 보이는 부추는 넣지 않았어요. 매실청을 넣어서 그런지 약간 달큰 짭조름 맛있다며 식구들이 잘 먹었습니다.




콩자반. 콩조림. 콩장 이름도 다양하지만 지방에 따라서 다르게 불려진다 하니 어떻게 불러도 상관없겠지요. 콩은 서리태를 사용할 건데요. 10월경에 서리를 맞은 뒤에 수확을 할 수 있고, 이 콩은 서리를 맞아 가며 자란다 하여 서리태라는 명칭이 붙었다고 합니다. 겉은 검지만 속은 파랗기 때문에 속청이라 부르기도 한다는 서리태는 언니가 심고 재배하여 수확해 주기 때문에 매년 감사해하며 잘 먹고 있습니다. 오늘따라 딸네, 아들네 우리까지 집이서 먹을 거라서 꽤 많은 양을 해야 하니 더 신경이 쓰입니다.


너무 오래 담가두면 퉁퉁 불어 맛이 없을까 봐 아침에 일찍 일어나 깨끗이 씻어 3시간만 불려주었습니다. 아침을 먹고 치우고 한숨 돌리고는 점심에 먹을 수 있도록 조림에 들어갔습니다. 이미 묵은 콩이 되었기에 불린 물은 따라서 버리고 자작하게 다시 물을 부어 15분 정도 삶아주었습니다. 이때 잠시라도 한눈팔면 부르르 끓어 넘치기 일쑤이니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콩 한 알을 먹어 보니 고소하고 맛있어서 시판용 양조간장 8스푼과 재래간장 3스푼, 설탕 4스푼을 넣어 조림에 들어갔습니다.


간불 정도에서 졸여주는데요. 양이 워낙 많아서 계속 저어주며 20분 정도 졸여주다 쌀올리고당(단맛이 덜함) 2스푼을 넣었습니다. 이때 간을 보고 싱거우면 간장을 추가하거나 올리고당으로 단맛을 조절해 주시면 되겠지요. 마지막으로 참기름 1스푼을 두르고 통깨로 마무리했습니다. 딱딱하지도 않고 적당하게 물렁하니 맛있게 잘 되었어요. 세 번째 꼬맹이 천사가 키즈펜션에 가려고 왔기에 친구들과 함께 먹으라고 한통 더 담아서 보냈어요. 맛있게 잘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우엉조림을 해볼 건데요. 우엉을 볼 때마다 우리 딸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요. 어느 날 급식을 먹고 온 딸이 기다란 우엉 한가닥을 내밀며 엄마 이게 맛있었다는 거예요. 그때만 해도 우엉조림을 해본 적도, 먹어본 기억이 없어 뭔가 싶었는데 우엉이라는 것을 알고는 해 먹기 시작했더랬지요. 역시 여러 집이 먹을 것이라서 국산우엉 6대를 사 왔습니다. 감자칼로 겉껍질을 벗기고 채 썰어서 준비했는데요. 좀 쉽게 해 보려고 채칼로도 해보았지만 실패하고 수고스럽더라도 그냥 칼로 썰어주었어요. 그 짧은 시간에도 벌써 색이 변해서 안 예쁘네요. 서둘러 물에 담가두고 냄비에 물을 담아 불위에 올리고 소금 한 줌 넣어 데쳐줍니다. 식초를 넣기도 하는데 그 잔향이 남아서 제방식대로 했어요. 담가둔 채 썬 우엉을 말갛게 씻어 살짝 데쳐주면 떫은맛도 없고 졸이기도 훨씬 더 수월해집니다.


데친 우엉은 물기를 빼주고 식용유 1스푼을 둘러 볶아주다 간장 4스푼과 설탕 2스푼, 맛술 1스푼을 넣어 졸여줍니다. 어느 정도 간이 배고 졸여진 뒤에 타지 않도록 물과 올리고당을 넣어 간을 맞추면서 10분 정도 졸여주었더니 색도 적당하니 달큰 짭조름한 우엉조림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참기름 1스푼과 통깨를 넣어 마무리해 주었습니다.




오늘도 간장과 만나면 영락없이 맛있어지는 세 가지 반찬을 만들어 보았는데요. 일반적으로 다들 해 드시는 반찬들이지만 잠시 잊고 있다가 아~ 나도 해 먹어야지 그런 생각이 들 때 있지 않나요. 저도 글을 읽다가 맛있어 보인다 싶으면 해 먹거나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사 먹기도 해요. 얼마 전에 해 먹은 것은 어느 작가(동그라미 원)님이 올려주신 전복굴미역떡국인데요. 황태로 육수를 내어 끓였더니 엄청 맛있었어요. 같은 음식이라도 본인 입맛에 맞게 넣고 빼서 해 드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글도 마찬가지겠지요. 나와 다른 글들을 보면서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고 그러다 보면 내게 맞는 좋은 글들이 나오지 않을까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오늘도 맛있게 드세요! 


황태전복굴미역떡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