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야 Mar 16. 2024

아이와 함께 먹는 반찬 3종세트(3)

뭔가에 익숙해진다는 것

오늘은 둘째 훈이가 얼마 전부터 요청한 고구마맛탕과 윤이가 먹고 싶다는 감자튀김, 무나물볶음을 해보려고 합니다. 자색고구마 1개와 호박고구마 4개를 꺼내어 껍질을 벗기는데 아직은 상태가 괜찮네요. 어릴 적에는 작은방 윗목 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곳에 늘 커다란 고구마 통가리가 있었습니다. 먹을 것이 귀했던 그 시절, 어머니께서는 의례히 점심때면 간식이 아닌 주식으로 고구마를 쪄 주시곤 하셨어요. 하지만 입도 짧은데 매일 먹는 그 고구마가 좋았을리가요. 그러니 지금도 고구마를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남동생이 농사지어서 준 성의가 고마워 밥솥에 가끔 한 개씩 쪄먹으면 그래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달고 맛있습니다. 보관은 앞베란다 약간 그늘진 곳에 두었는데 고구마 사이사이에 신문지를  한 장씩 넣어 주었더니 싹도 안 나고 아직까지도 먹을만합니다.


먹는다고 먹었는데도 꽤 남아 있어 훈이 요청대로 스틱인지. 꿀탕인지를 해보겠습니다. 고구마를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기고 사방 0.8~1센티로 굵은 채를 썰어줍니다. 네모나게 해 줘도 좋지만 휴게소에서 먹어본 길쭉하고 바삭한 고구마스틱을 원하는데 그건 너무 딱딱하여 제 맘대로 해봅니다. 녹말이 계속 나오는 채 썬 고구마는 물기가 묻은 채로 기름에 넣었다가는 인덕션 부근이 기름바다가 되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반듯이 재빨리 주방티슈로 닦아준 후에 인덕션 7에서 온도를 올려 한 개를 넣어보고 부르르 튀겨지면 적당량 넣어 6분 정도 튀기다 한번 건졌다가 다시 2~3분 튀겨주었더니 노릇하게 튀겨졌습니다. 높은 온도에서 넣으면 전분 때문에 겉만 까맣게 타버릴 수 있으니 씻어서 전분과 물기를 제거하고 너무 높지 않은 온도에서 튀겨주세요(인덕션도 브랜드마다 불온도가 달라서 튀겨지는 색을 보면서 튀기셔야 합니다).


자색고구마는 샐러드용이라고 지인이 주셨는데 제입맛엔 그러네요. 샐러드에 넣어도 그렇고, 쪄도, 튀겨도 호박고구마만 못하지만 꿀이 들어가니 만사해결입니다. 그렇게 튀겨서 찍먹으로 주려 했더니 부먹이라네요. 어쩔 수 없이 따라놓은 꿀(올리고당, 물엿)과 섞어서 통깨를 솔솔 려주었더니 어찌나 잘 먹는지요. 금세 다 먹어버렸습니다. 한창 크는 아이들이라서 뭔들 안 맛있겠어요.




튀김류를 자주 해주는 것이 그리 내키지 않아서 미루고 미루다 이번에는 윤이가 간절하게 원하니 해줘야겠지요. 5킬로나 사두었던 감자에서 쉴 새 없이 싹도 자라고 있으니 그 또한 해결해줘야 했고요. 감자 열개를 손질하여 굵게 채를 썰어 소금과 후추를 뿌려 버무려줍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윤이가 감자튀김은 언제 되느냐고 재촉하는 바람에 15분 정도 절인 다음에 씻지 않고 채반에 바쳐주었어요. 절여진 감자의 물기가 빠지면 바로 스탠볼에 담아 쌀튀김가루를 솔솔 뿌려 물 없이 조물조물 섞어주면 찐득하니 튀기기에 적당합니다. 전분을 집에서 가져왔어야 했는데 깜박 잊고 기본양념만 있는 딸 집으로 와버려 어쩔 수 없이 쌀튀김가루만 넣었어요.


조금은 깊은 팬에 기름을 넉넉히 부어 온도가 올라가면 감자가 서로 붙지 않도록 하나씩 넣어 노릇하게 튀겨줍니다. 근처 햄버거집에서 사다 줘도 되지만 좀 더 맑은 기름으로 튀겨주고 싶어서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해주곤 합니다. 신기한 것은 두 아이가 참 많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딸이 작은 아이를 임신하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신축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었었지요. 그 사이에 훈이가 태어나면서 길 건너 아파트를 분양받아 어쩔 수 없이 계약기간 때문에 좀 오래된 아파트에 잠시 살게 되면서 그곳에 있는 정겨운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지요.


결국 둘은 어느 정도 생활환경이 조금은 다른 지역에서 처음 먹어보는 식재료들과 소스 등을 맛보게 되었겠지요. 윤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에서는 아이의 연령대에 맞게 반찬을 주던 것과 달리 훈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에서는 김치며 케첩이며 소시지 등등 가리지 않고 주었어요. 그 때문인지 훈이는 어려서부터 김치도 먹고, 케첩도, 웬만한 야채들과 소스등을 거리낌 없이 잘 먹는 반면 윤이는 안 먹어본 음식에 대해서는 망설이거나 거부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다행히 요즘은 뭐든 먹어보려고 하고 새로운 음식 앞에서 긍정적인 편으로 바뀌어가고 있지만요. 어쨌든 감자튀김은 바삭하니 맛있고, 윤이는 그대로 훈이는 케첩에 콕콕 찍어가며 맛있게 먹었답니다.




마지막으로 무나물볶음을 해보겠는데요. 보관해 온 가을무라서 물이 많지도 않고 혹시 씁쓸할까 싶어 소금 1스푼과 , 설탕 1스푼을 넣어 절여 주었습니다. 역시 물이 많이 안 나왔어요. 요즘 햇무인 제주무는 물도 많고 달아서 소금만 넣어서 절여도 괜찮을 거예요. 포도씨유를 반스푼 두른 팬에 마늘 1스푼과 , 쪽파를 넣어 볶아주다 절여진 무를 짜지 않고 그대로 넣고 볶아주었어요. 볶으면서 무에서 물이 나오면 중불로 하여 쌀뜨물 한 컵(150ml)을 넣어 3분 정도 뚜껑을 닫고 익혀주었어요. 양이 반으로 줄어들고 간을 맞추어야겠지요. 제주무는 물도 많이 나오고 연해서 푹 무를 수 있으니 취향껏 정도를 맞추셔야 합니다. 간은 액젓 반스푼과 들기름 1스푼을 넣은 후 깨소금으로 마무리했습니다.


4학년이 되는 윤이가 무나물을 별로 안 좋아했는데 절여서 볶았더니 물컹하지도 않고 씹히는 식감이 좋다며 맨 먼저 먹어치웠어요. 오늘도 이렇게 간식 2가지와 반찬 1가지를 해보았는데요. 조리방법에 따라 아이들이 좋아하기도 싫어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아이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간을 보라고 하며 주방과 가까워지다 보니 거부하던 것도 잘 먹게 되었어요. 오늘도 남은 무로 구수한 황태두부뭇국을 끓였는데 간 좀 봐달라며 한 수저 주었더니 국을 싫어하는 형제가 맛있다고 홀짝홀짝 퍼먹었어요. 이렇게 한 가지씩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늘려가다 보면 편식하지 않는 어린이가 되겠지요.


뭔가에 익숙해진다는 것 쉽진 않겠지요. 특히나 윤이는 본인이 싫어하는 음식이나 새로운 음식은 완강히 거부하는 편이라서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지금도 여전히 매운 것에는 약하지만 변화된 조리법에 따라서 먹어보려 하고, 어제는 먹어본 적 없는 감자옹심이도 쫀득하니 맛있다며 잘도 먹었다네요. 세상일도 그래요. 처음부터 내 입맛에 맞고 쉬운 일이 어디 있겠어요. 살다 보면 힘든 일, 어려운 일도 많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해내다 보면 빛이 보이는 날도 오더라고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겠지만 자꾸만 접해보고 해보다 보면 무슨 일이든 수월해지지 않을까요. 

늘 님들의 날을 응원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