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사기
사람은 원래부터 선하게 태어난다고 믿는다. 애초에는 우리는 모두 선한 존재라서 양심을 거스르면 미워진다고 믿는다. 늙는다는 것은, 살다보니 항상 착할 수만 없어서 아니면 착했지만 결과적으로 착한일이 아니게 되어버려서 조금씩 상처가 늘면서 미워지는 것이다. 최대한 좋은 사람으로 살고 있지만, 먹고 산다는 경쟁은 좋은일도 나쁜결과를 만들기도 하고, 가만히 있어도 나빠지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마음의 상처를 드러내면서 하루하루 조금씩 늙어간다.
동물은 늙어도 웬만해서는 늙는 줄을 모른다. 털이 가리고 있기때문이라고들 생각하지만, 동물은 선하고 악함이 없는 그런 존재라서 늙지 않는다. 동물들과 함께 살아보니 동물도 선악을 구분할줄 아는 우리와 같은 존재였다. 때문에 동물도 양심이 있다.
동물과 함께 살아보면 알게된다.
유튜브만 봐도 잘못한 강아지가 지레 겁을 먹고잔뜩 주눅이들어 있는 모습이나, 사람 아기나 아기 동물들, 덩치가 더 작은 동물들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젤로는 처음 올때부터 똑똑했다. 배변훈련이니, '앉아', '손' 같은 기본 훈련은 다 되어 있었다. 그래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꾸 배변실수가 잦아져서 주기적으로 배변훈련을 해줘야 했다. 배변훈련을 주기적으로 해주다보니 젤로의 쉬는 점점 축제가 되어갔다. 칭찬에 이어 간식까지주면 젤로는 자랑스런 쉬를 보라면서, 항상 배변판 위에서 사람이 볼때까지 기다렸다가 보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볼일을 봤다.
나중에는 오줌누는 일은 자랑스우면서 간식을 받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변질되어갔다. 할 일없는 오후에 휴식을 취하고 있으면 젤로의 사기극이 시작됬다. 볼일을 보고와서 자랑스럽게 당당히 걸어와서 간식을 요구했다. 그러면 나른했던 오후는 간식타먹기 배변사기극으로 바빠진다. 배변판 위에 올라가서 서있다가 눈을 한번 맞추고는 다시 돌아와서 간식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계속한다. 칭찬으로 얼렁뚱땅 채우는 것 따위로 넘어가 주지 않는 깐깐하고 당당한 요크셔테리어다. 간식을 한참동안이나 손톱만한 작은 크기로 수십번은 받아먹고 서로 지칠때쯤 체고가 겨우 20센치, 한뼘높이 밖에 안되는 요크셔테리어의 사기극이 끝이난다.
우리가 되바라진 개로 만들어서 인지 거리낌없이 속이려들지도 않고 배변판 위에 잠시 서있다가 돌아와서 의기양양하게 요구하던 그 기쁨에 찬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이런 귀여운 사기극이 그 조그만 머릿속에 가진 가장 나쁜 생각이었다. 영혼에 상처를 낼리가 없었다.
동물들은 털 때문이아니라 양심에 상처를 입을만한 선택을 하지 않아서 영원히 아기 같은 모습으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