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 비밀훈련 -되바라진 강아지
어느 정도 강아지랑 같이 사는 것의 의미를 이해했을 때, 내 목표는 하나였다.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세상물정 모르는 되바라진 강아지로 키우는 것이었다. 사람은 그렇게 살 수 없지만, 강아지는 좀 마음대로 살아도 된다. 어떻게 해도 개 같다. 상팔자를 가진 강아지의 삶을 누리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물론 기본적인 매너를 모르는 개로 만든다는 뜻은 아니다. '개매너'는 지키되 천방지축 행복한 개였으면 했다. 영영 철안드는 귀한 막내딸처럼.
우리 개와 고양이들은 그런 내 마음을 잘 알아줬다.
밖에서는 예의 바르고 똑똑한 사회인이지만 집에만 오면 엄마 앞에서 다시 아이가 되는 우리처럼 천방지축 날뛰어주었다. 덕분에 우리는 좋았다가 싫었다가, 변덕이 죽 끓듯이 제멋대로 서로 사랑했다.
시골 장에 가면 옛날 간식을 길고 큰 풍선처럼 크게 만들어서 싸게 판다. 대부분 뻥튀기나 튀밥 같은 것들인데, 제일 알이 작고 숫자가 많은 튀밥을 사 와서 우리 강아지들을 되바라지게 만드는 비밀 훈련을 하는데 썼다. 큰 볼에다 가득 튀밥을 담아 놓고 처음에는 한두 개씩 자연스럽게 건네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내 할 일에 집중한다. 튀밥그릇은 나에게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 관심이 없는 척 대충 밀어둔다. 다른 일을 하면서 강아지가 튀밥을 훔쳐먹기를 기다린다.
처음에는 절대 훔쳐먹지 않는다. 탄수화물보다 공기가 훨씬 더 많이 든 튀밥 한알을 달라고 애교를 부리다가, 심통 난 소리로 흥흥 거리기도 하고, 살짝 짖기도 하면 ‘미안 깜박 잊었어’ 연기를 하면서 하나씩 건네준다. 그러면서 의도적으로, 준 것보다 더 많은 튀밥 바닥에 흘려둔다.
다시 내 할 일에 집중하면, 강아지는 살금살금 걸어가서 조심스레 한알을 그 자리에서 먹기도 하고, 몇 알쯤 물고 가서 한쪽에서 먹을 것도 없는 튀밥 몇 알을 신나게 씹어먹고 달려온다 그래도 자기에게 관심을 주지 않으면, 점점 대담해져서 그릇에 있는 튀밥을 겨우 한두 알 살금살금 훔쳐다가 곁눈질로 눈치를 보면서 먹는다. 도둑질 비밀훈련인지도 모르고.
이렇게 우리 강아지를 되바라진 도둑으로 훈련시켰다. 집에 있는 것은 결국 다 우리 것이라고 알려주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자 우리 똑똑한 강아지들은 훔쳐먹어도 되는 음식과 안 되는 음식을 귀신 같이 알아챘다. 내가 바라던 대로 적당히 되바라지면서도 해서는 안될 일을 이해해 주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비밀훈련을 하고 싶어 하는 나한테 장단을 맞춰준 것 같다.
도둑질 비밀 훈련의 마무리는 항상 입 주변 털에 붙은 부스러기 몇 개를 떼서 입안에 넣어주는 것으로 끝났다. ‘이런 튀밥도둑을 봤나, 커서 도둑 될 거야?’
칭찬인지 타박인지 모를 이런 농담도 다 이해하지 않았을까
“세상물정 모르게,
되바라지게,
영영 철 안들게
키워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