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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는 서러움

by 올레비엔

미움받는 서러움

견주가 제2 외국어를 익혀갈 때면 슬슬 강아지와 산책을 해야 한다. 유소년기의 골든리트리버는 체구는 좀 큰 고양이 크기에서 토종 진돗개 사이의 크지 않은 체구지만 힘은 웬만한 성견 못지않다. 체격이 더 커지는 6개월 이전에 산책훈련을 마쳐야 골든리트리버와 무사히 살 수 있다. 우리는 마당에 강아지를 하루종일 풀어놓았지만, 하루에 두차례씩 번갈아가면서 산책을 나갔다. 이제 겨우 서로 말이 통하게 된 사이에 조금씩 발맞춰서 하는 산책훈련은 개와 사람이 서로를 훈련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사공이 많으니 산책훈련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가족끼리 돌아가면서 산책을 하다 보니 누구랑 산책할 때는 맘대로 뛰어놀고, 누구랑 산책하면 꼼짝없이 천천히 다녀야 하니까 강아지도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몰랐고, 강아지는 있는 힘을 다 끌어모아하고 싶은 대로 하기 시작했다.

하루는 강아지가 더 커지기 전에 함께 산책하는 법을 알려줘야겠다 싶어서 작정하고 산책을 나갔다. 다른 날과 달리 엄격하게 먼저 뛰어나가지 못하도록, 멈춰야 할 때 반드시 멈추도록, 천천히 사람옆에 따라 걷도록 산책 내내 훈련했다. 아마 그날이 강아지를 가장 엄격하고 단호하게 대했던 날이었던 것 같다. 그날은 한적한 곳에 가서도 줄을 풀어주고 맘껏 뛰어다니지도 못하게 하고 돌아왔더니 이제 4개월 된 강아지가 단단히 삐져서는 불러도 오지 않고 오후 내내 집안에만 있었다. 다른 사람이 부르면 오는데, 내가 부르면 못 들은 척했다.

산책은 잠깐 좋아졌지만, 사공이 많은 것은 여전했고, 금방 원래대로 돌아왔다. 4개월 된 강아지의 무시는 강아지 훈련의 정답을 알려줬다. 엄격한 태도를 취한다고 규칙이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았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말귀를 못 알아들으면 때리거나 강압적으로 제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다른 인종이나, 여자와 아이들이었다. 이들을 열등한 소유물로 생각해서 제멋대로 행동하지 못하도록 폭력과 억압으로 통제해 왔다. 그러나 인류 안에 다른 종은 없고, 여자는 언제나 안식이 되는 어머니이며, 아이들은 어른들의 선생님이었다.

사람이 다른 생명을 소유한다는 것이 가능하기 나한 일일까? 생명에 더 우등한 것 열등한 것이 있기나 할까? 어떤 생명이 더 가치 있고 아름다운지 우리는 판단할 자격이 없다. 만약 그런 기준이 있다면, 언제나 우리는 부자들과 권력자들에게 통제당하는 쪽은 우리가될 것이다.


그날 쪼그만 강아지한테 미움받은 것이 서럽기도 미안하기도 해서, 다음날은 간식을 잔뜩 가지고 가서 지칠 때까지 놀아줬다. 그렇게 열심히 산책하는 법을 공부했는데, 간식을 즐겁게 주는 것이 훨씬 쉽게 훈련이 됐다. 게다가 나는 사랑도 듬뿍 받았다. 태어난 지 겨우 몇 달 된 강아지 덕분에 나는 함께 사는 법 부드럽게 설득하는 법을 배웠다. 그날 이후로 우리 강아지는 항상 원하는 것을 얻었고, 나는 예쁨 받는 주인이었다.

“간식은 생각보다 많은 문제를 해결해 줘”
‘채찍보다 간식을 먼저 써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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