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하게
사실 골든 리트리버를 데려오는 매우 합리적인 소비는 우리에게는 오랜만의 사치에 가까웠다. 인터넷을 다 뒤져서 고른 가성비 있는 명품같던 골든리트리버는 명품에 맞는 대우를 해줘야 한다.
품종견은 믹스견과 다르다. 아름답다고 정해진 외형이 있고, 혈통도 따진다. 우리는 혈통같은 것을 따지는 사람들은 아니라서 가정견을 데려왔지만, 골든리트리버는 이제 막 시작한 전원생활을 명품으로 만들어 줄 상징적 존재다. 우리의 삶을 가꾸듯이 이 골든리트리버도 소중하게 가꿔나갈 것이다.
매일 조금씩 시간을 내서 강아지를 키우는 방법을 공부했다. 훈련법에서 견종의 특징, 좋은 사료까지 꼼꼼하게 알아봤다. 골든리트리버는 체고 50~60cm 체중 25~40kg의 대형 견종으로 금빛 털이 아름다운 똑똑하고 천사같은 견종이다. 천사를 살 수 있는 자본주의에 감사할 따름이다.
크고 아름답게 키울 의무
강아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어떤 것을 먹여야 하는지 먹이면 안되는지, 사료는 어떻게 줘야하는지를 공부해야 했다. 인터넷에는 온갖 꿀팁이 넘쳐났다. 강아지성장에 좋다는 사료, 간식들을 공부하고 구매했다. 강아지도 아이들처럼 성장시기에 따른 적절한 성장분포표 같은 것이 있는데, 그것을 보면서 우리 강아지가 상위권의 크고 건강한 상태라는 것을 그때그때 확인했다. 그 표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람처럼 강아지도 신장과 체중이 차이나게 성장한다. 사람들이 키큰 사람을 선호하듯이 대형견 견주들은 크고 체중이 많이 나가는 강아지로 키우려고 노력했고, 소형견 견주들은 작고 귀여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강아지 까페에 게시판은 성공담과 자랑으로 넘쳐났다. 내가 키우는 강아지를 크고 아름답고 건강하게 키우는 것은 어쩌면 견주의 의무였다.
다행히 품종의 외형을 유지하기 위해 골든리트리버는 꼬리를 자르거나 귀를 잘라서 세우지 않아도 됐다. 잔인하기 짝이 없는 방법으로 품종의 외형을 유지하는 견주들의 속된 마음을 비난했다. 우리는 그런사람이 아니었다. 이제 가족이 된 조그만 금빛 털뭉치가 행복하게 우리와 함께 하면 된다. 그것이면 된다.
붉고 신선한 생오리뼈
우리의 목표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이왕이면 크고 아릅답게 성장할 수 있게 돕는 것 뿐이다. 성장에 좋다는 생오리뼈를 급여 하기로 했다. 생오리뼈는 오리훈제같은 가공식품을 만들고 남은 뼈를 판매하는 것이었다.살이 하나도 없고 피때문에 시뻘건 오리의 몸통뼈만 상자가득 10~20kg사이로 냉동해서 배달해준다. 그러면 시뻘건 오리뼈를 각각 한 마리나 반마리씩 잘라서 각각 꺼내기 좋도록 냉동실에 소분해 놓는다. 그러면, 냉동실은 투병봉지 속에 든 검붉은 오리뼈들이 가득차서 잔혹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때는 오히려 든든했다. 한동안은 우리강아지가 잘먹고 잘 클 수 있는 증거였다. 생식은 강아지 성장에 단백질과 칼슘을 공급하는데 매우 좋다고 했다. 강아지도 좋아했다. 한 5개월무렵부터 오리뼈를 주기 시작했던가 싶은데, 순하디 순했던 강아지는 오리뼈를 먹는 동안에는 이를 드러내며 사람이 가까이 오는 것 조차 싫어했다. 우드득 소리를 내면서 한동안 오리뼈를 먹고나면 세상 행복한 얼굴로 다시 천사로 돌아왔다.
어느날 동물병원에서 오리뼈 이야기가 나왔다. 강아지를 건강하게 키우려고 생식을 하는 중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는데, 수의사 선생님께서 생식으로 왜 피맛을 알려주냐고 하셨다. 도시에서는 모르지만 시골에서는 사냥본능을 일깨울수 있다는 것이다. 기생충 감염등 여러 가지 우려도 있다며 중단을 권하셨다.
사실, 그때쯤에는 생식사료값도 슬슬 부담되기 시작했었다. 우리 먹을 것은 세일하는 것으로 사먹어도, 강아지를 위해서는 아낌없이 비용을 지불했었다. 수의사님의 조언때문인지 비용의 부담때문인지 우리는 생식을 중단하기로 했다. 생식을 주면 침을 흘리면서 매우 좋아했지만 강아지는 생식말고도 맛있는 것이 매우 많았고, 먹을 것 때문에 우리에게 으르렁 거리는 일도 없어졌다.
우리가 큰키를 선호하는 것처럼 강아지도 크고 아름답게 성장하는 것을 강아지도 원했을까? 주인에게 으르렁거리던 것은 맛있는만큼 더 행복해서 였을까?
크고 아름다우면 더 행복한것은 강아지였을까 나였을까?
강아지는 원래 아름답다. 강아지 뿐 아니라 모든 생명은 그저 아름답다.
“크고 아름다운 것?
먹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