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 없는 ‘특별한’ 능력
나는 남들에게 밝히기 어려운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유용할 수도 있었겠지만, 딱히 쓸데는 없다. 보통은 내가 가진 능력을 밝히면 믿지 않거나, 이상한 사람 취급을 했다. 간혹 믿어주던 사람들도 결국은 기분 나빠하거나, 거리를 두는 것으로 관계가 끝이 난다. 나를 이해하던 사람조차 능력 때문에 불편하고, 두려워져 멀어지는 것도 이해는 된다.
심지어 내 능력을 잘 알고 있는 가족들은, 언제나 마음을 듣는 능력 뿐 아니라 나 자체를, 기분 나쁘게 여겼다. 가장 가까운 사이에도 언제나 숨기고 싶은 것은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 특별한 능력은 사소한 일을 크게 만드는 것이었고, 덮어둔 문제를 헤집어 들추는 종류의 것이었다. 모든 문제는 언제나 ‘나’ 때문이었다. 항상 진실한 말만 하는 사람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그것, 스스로조차 바라보기를 두려워하는 진실을 듣는 능력을 가졌다. 사람들이 마음속 깊이 숨겨둔 생각과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반사적으로 터져 나오는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런 기분이 아니라도 순간적으로 밀려오는 짜증, 마음속으로 속삭이는 욕설, 환희, 혼잣말,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 생각나는 반복되는 무언가, 혐오, 금기, 타인에 대한 평가, 스스로에 대한 자조, 자만 같은 멈출 수 없는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가장 거짓이 없는, 가끔은 스스로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의 소리’가 나에게는 들려 온다.
언제나 진실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은 가족들에게조차 이해받거나 사랑받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능력을 확인하고, 같이 실험했다. 어머니는 모든 비밀을 듣는 나에게, 이 능력을 ‘절대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되는 비밀로 무덤까지 가져가야 한다.’며 신신당부했다.
가족이라는 관계는 알 수 없이 이상한 힘이 존재한다. 가장 추악한 아버지나, 책임감 없는 어머니, 내세우기 부끄러운 가장 낮은 곳에서 더럽고 힘든 일을 하는 부모 자식, 한쪽이 자꾸만 이용하는 관계라 하더라도 서로 사랑하기를, 심지어 사랑하지 않더라도 관계를 이어가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우주의 가장 강력한 어떤 중력보다도 강한 인연의 힘이 가족들을 강하게 잡아당기고 있는 것이다.
우리 가족들은 완벽하게 선하거나, 생명과 바꿀 만큼 서로를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었으나, 나만 없었다면, 악의 없이 계산적이면서도, 미워도 양보하기도 하면서, 사랑하는 보통의 가족으로 지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비밀도 없는 완벽하게 진실한 관계란, 결국에는 파탄을 부른다.
사람들의 마음에는 아름다운 것만 들어 있지 않다.
가장 선한 사람, 가장 순진한 아이조차도 잔혹함, 욕망, 비열함 같은 충동적이고 의도하지 않은 더러운 잡음 같은 것이 존재한다. 어릴 때부터 수많은 마음의 소리를 들어오면서, 모든 마음이 다 진심은 아니고, 다 의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가족들의 충동적으로 터져 나오는 어떤 혐오스러운 마음의 소리를 들어도, 그것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가족들은 내가 이해하는 것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처음에는 나를 돕고 이해하려던 가족들도 차츰 이 특별한 능력을 기분 나쁜 것을 넘어서 소름 끼쳐 했다.
비밀이 없이 투명하게 순수한, 벌거벗은 생명은 그저 신의 애완동물일 뿐이다. 아담과 하와처럼 천국을 버려서라도 무한히 자유로운 생각과 마음을 가지기를 원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항상 강제로 진실해야 했던 가족들은 진심으로 남보다 못한 사이로 거리를 두고 지내기를 원했다. 나도 그런 가족들을 진심으로 이해했다. 무덤까지 가져가야 하는 비밀을 공유한 것만으로도 우리는 사랑하는 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