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오는 데 이제 막 시작된 장마로 거센 바람과 함께 비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빌라 앞 나무에는 거미줄이 다 찢어져 빗방울을 달고 대롱거리고 있었다.
거미는 집을 잃고 장마철 궂은 날씨를 피해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이다. 날이 개면 단단하게 집을 짓겠다고, 비바람 따위에 다시는 찢기지 않게 만들겠다고, 비가 지나가기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사는 것은 언제나 거미줄을 짓는 일을 반복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가족과 동료, 친구, 여러 관계라는 각각의 가지에 한쪽씩 의지해서 부지런히 집을 짓는다.
비바람이 치면 가끔 의지했던 가지가 부러져 사라지기도 하지만, 이내 새로운 가지에 의지해서 다시 집을 짓고, 언제나 보수해가면서 끊임없이 가느다란 실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연약한 것 같으면서도 강력한 인연과 관계를 놓치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실을 뽑지만, 평화롭다가도 어느 한순간 폭풍우로 모든 것을 다 잃기도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튼튼한 집을 지어나가는 것이 거미나 사람이나 다르지 않다.
나도 얇은 줄 위에서 위태롭게 버티다가, 가장 튼튼한 가지에 연결된 실이 끊어져 버려서 평생에 걸려 열심히 지은 집은 기우뚱하게 공중에 나부끼는 것이 거미의 처지와 다르지 않다. 비가 개면 거미는 은신처에서 나와 나무 사이에 집을 다시 짓겠지만, 내가 집을 지은 나무는 가지가 하나도 남김없이 부러져버렸다. 어디든 연결해보려고 허공 위에서 저 멀리 까지 실을 쏘아보지만 아무리 실력이 좋고, 아무리 애써도 허공에다 집을 지을 수는 없다. 이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매달린 채로 있다가, 해가 나도, 아무래도 집짓기를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쥐구멍
어머니 집에서 돌아오는데 빌라에 집집마다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퇴거 안내문이었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경매가 개시된다는 말을 듣고 남의 집에서 하루하루 서늘한 마음으로 살았는데, 언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잊을만 할 때쯤에 경매가 낙찰된 것이다. 수중에 남은 돈이 다 떨어질까 노심초사 걱정을 했는데, 이제는 내 몸 하나 뉘일 곳이 없게 되었다.
경매 낙찰 후 퇴거 안내문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해당 부동산에 관하여 성산시 지방법원을 통해 2024년 07월 경매를 통해 부동산을 낙찰을 받아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친 소유자입니다.
-7일 이내 명도에 예상되는 일정을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귀하와 원만하게 명도가 협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명도시에 부동산에 귀속된 씽크대, 샤시, 보일러, 신발장, 욕조, 변기(비데 포항), 현관문, 마룻바닥 등과 같이 벽이나 콘크리트에 부착되어 있는 것들은 모두 부동산에 귀속되어 있습니다.
(풀옵션의 경우, 가구와 가전을 포함합니다.) 부동산에 예속된 부착물을 파손 또는 이동할 경우 처벌 될 수 있습니다.
-위 기한 내에 명도 일정에 대해 연락하지 아니할 경우, 인도명령을 통해 강제 집행을 진행하고, 강제 집행에 소요되는 비용 일체가 청구됩니다.
-소유권 이전 일부터는 보증금 없는 임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인도받을 때까지 매월 80만 원의 임대료를 청구할 것이며, 지급하지 아니할 경우 소송을 통하여 압류조치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8월18일까지 원만한 명도에 협조 부탁 요청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4. 07. 18
처음 집을 보러 왔던, 그 비바람 불던 밤. 폭풍 같던 바람 소리에 가려져 못 들은 부동산 중개인의 속마음은 이 집이 깡통 전세라는 말이었다. 거친 날씨 때문에, 서울에서 먼 거리 때문에 다급하게 계약을 했다. 마음을 들을 수 있어서 사기를 당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성산시로 내려오고 한 달인가 있다가 빌라 현관 안쪽에 건물주가 바뀌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지막 직장을 그만두고, 한두 달 쉬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가려고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때는 다시 마음의 소리가 크게 들리고 사람들 마음에 대꾸를 하던 때라서 멍하니 아무도 만나지 않고 외출을 최소화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연락되지 않는 집주인을 걱정할 여력이 없었다.
어느 날 저녁, 누군가 벨을 눌렀다.
“안녕하세요. 102호 사는 사람인데 잠깐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문을 열고 나가보니, 옆집 302호 남자도 나와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혹시 집주인과 연락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연락해본 적은 있지만, 연락이 안 됐다고 하자, 이 집이 전세 사기라고 말해줬다. 계획적으로 집주인이 바뀌는 바람에 아무도 전세금을 받기 힘들어 졌다고 했다. 함께 대응을 하기위해서 찾아왔다고 했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무엇을 물어야 할지도 몰랐다. 102호 남자도 내가 놀란 것을 눈치채고, 단톡방에 들어와서 정보도 공유하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천천히 물어도 된다고 말해줬다.
“오늘은 연락처만 받으러 왔습니다. 다음 주쯤 다 같이 만나자고 제안하신다고 하더군요.”
얼마후 빌라에 사는 세입자들 끼리 모여서 필요한 대응도 논의하고, 계약한 부동산에도 가고 했지만, 계약했던 부동산은 주인이 바뀐지 한참 지나 있었다. 소송도 진행했지만 돈을 받을 길은 없어보였고, 건물은 경매에 넘어갔다.
그나마도, 사람들의 마음속 계산이 복잡하고 감정이 폭발하는 곳은 너무 시끄럽고, 마음에 소리에 일일이 대답하는 증상이 심해져서 직접 가보지도 못하고, 단톡방에서 무기력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말만 확인했다.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서 낙찰이 된다 해도, 나를 포함해서 전세금을 받을 수 있는 세입자들은 없었다. 모두 빈손으로 나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다행인 점은 이곳이 시골이고, 새 건물이라서 경매가가 높게 측정된 탓에 낙찰이 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다들 일 년은 걸리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빨리 낙찰이 되었다.
집이었던 빌라 건물은 하루 아침에 우리들의 쥐구멍이 되었다. 낼 돈을 다 내고도, 문에 붙은 이 종이쪽지를 본 순간부터 남의 집에 몰래 드나드는 쥐새끼 신세가 되었고, 세입자들의 단톡방 카톡만 울려도 심장이 오그라드는 안절부절 못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털어 놓기도 힘들었다. 위로해 주는 듯 하다가도 전 재산이 그것밖에 안 되냐고 타박하기도 하고,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어떻게 그런 계약을 했냐며, 멍청한 자신을 탓하라고 한다. 돈 나올 데 없는 부모님은 땅이 꺼져라. 걱정을 하니까, 정말 친한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은 그 돈도 못 빌려주는 것에 미안해할까 봐, 차라리 돌려 까는 적당한 친구와 얄미운 술자리라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고선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을 때 쥐새끼처럼 몰래 남의 집이 되어버린 집으로 잽싸게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나마도 남은 한 달 안에 다 나가야 한다.
단톡방에서는 이 지역 내에 이사갈 수 있는 다른 곳들에 대한 정보나 개인회생 절차를 공유하기도 했고, 다른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는 둥 어떻게든 이 상황을 헤쳐나갈 방법을 모색하느라 다들 분주했다. 다들 직업도 가족도 있었고 절망적이지만, 아직 어딘가에 연결되어 있기때문에 살아남아야 했다.
나와는 정반대였다. 어딘가와 연결된 끈이 하나씩 떨어져 나가고 있어서 살아남을 필요도 분주할 필요도 없었다. 충분히 절망적이기만 하면 됐다. 수중에 남은 돈이 떨어져 갈 때는 어떻게든 버텨볼 생각을 했었는데, 미래를 계획하고 있었던 거다. 내 몸조차 뉘일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미래보다는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던 빛 하나 들지 않는 쥐구멍에 몰래 숨어 들어있게 되었을까? 마음의 소리를 듣지 않았다면 분에 넘치는 좋은 회사에서 잘 나갈 일도 없었을 것이고, 평생을 가족들이 조마조마하게 지켜줄 일도 없었을텐데, 대단한 성공을 바란 적도, 막다른 골목에서 외롭게 서있는 것을 꿈꾼 적도 없었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사다리 게임을 하는 것처럼 매일의 갈림길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을 뿐인데 눈앞에 꽝을 열고야 말았다.
책 쓰기 수업을 신청하던 날이 떠올랐다. 그날부터는 하루하루를 더 찬란하게 의미 있게 살겠다고 생각했다. 남은 돈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을 하겠다고 책 쓰기 수업을 충동적으로 신청했던 것인데, 쉽게 동정하던 가장 가난한 사람들보다 더한 처지에 놓였다는 것을 미련하게도 끝까지 나 자신에게 숨기고 있었다.
마지막 직장을 구하기 전 잠시 일용직을 하면서, 삶의 의지를 꺾지 않고 큰 용기를 낸 것을 대견해하던 것도 떠올랐다. 매일을 그런 용기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던 거친 사람들의 거친 마음을 매일 듣느라 급작스럽게 마음의 소리가 커지는 증세가 심해졌다. 현장에서 가장 쉬운 잡일만 하면 되는데, 사고를 치거나 인부들과 시비가 붙기 일쑤였다. 일용직을 하는 사람들은 마음으로 하는 말이 따로 없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생각하기 전에 먼저 말했고, 마음으로는 온갖 불평, 불만, 욕이나 거친말로 가득차 있었다. 실제 하는 말과 마음이 한치도 다를 것이 없었다. 따뜻한 마음마처도 거친 세상에서 견디기가 힘들었다.
사람들과 관계도 나빠지고, 사고도 점점 심각하게치는 바람에 결국 일용직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간간히 쉬운 일에 불러주는 좋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를 성실한 미친놈으로 불쌍히 여기고 있을 뿐이었다. 인생은 원래 거친 것이었음을 모르고 삶의 진짜 모습을 대면하자 미쳐버린 것인지도 몰랐다. 가장 살아남을 용기가 있었던 사람들 사이에서 삶을 부정하다가 마지막 기회도 놓쳐버렸다.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위선과 가식은 잘만 견뎠는데 거친 진실 앞에 무너져 고상하게 구원을 찾아 떠났다.
김사랑이 말한 대로 여유가 있어야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는 그런 세상을 찾아 매일 거친 삶과 대면하지 않아도 되는 이들의 구원이 있는 곳, 정신과 병원 대신, 마음의 평화를 찾으러 성당과 교회, 절이 눈에 보일 때마다 들어갔다. 성당이나 교회는 아무 때나 갈 수 없이 굳게 닫혀 있었고, 절조차 주택가의 작은 곳들은 무슨 일로 찾아오셨냐며 말을 걸어온다. 구원 대신에 구원을 파는 사람들만 있었음에도, 주말에 적당한 시간에 맞춰서 교회나 성당, 절에 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거기서 모든 다른 사람과 같이 재정적 구원을 달라고, 신께 기도했다. ‘우리 남편 사업이 잘되게 해서 부자로 잘살게 해주세요.’, ‘우리 아이들이 결혼을 잘해서 행복하게 부자로 잘살게 해주세요.’,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해서 부자로 잘살게 해주세요.’ 모든 이들의 기도의 끝에는 ‘부자로 잘살게 해주세요’가 들어있었다.
‘주님, 당신은 죽은 자를 살리고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사람이 아닙니까? 부처님, 당신은 세상 모든 답을 알고 산 채로 부처가 된 이가 아닙니까? 마음의 소리를 듣지 않고, 성공과 지위를 되찾고 부자로 잘살게 해주세요.’
하면서 기도했다. 주님조차 내 마음을 들어주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마음을 듣지만, 내 마음을 들어주는 이는 없었다.
‘주님, 내 몸 하나 뉘일 곳이 없는 사람입니다. 불쌍히 여기소서.’ 이런 기도는 팔자 좋은 소리다. 이제 교회도 절에도 갈 여유가 없다. 기도할 여유가 있다면, 아직 희망이 남은 것이다. 이렇게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사람은 당장 법무사나 변호사를 찾아가기도 바쁘고 심지어 작은 서류하나 만드는데 시간과 비용, 노력을 들여야 한다. 개인 회생을 하려는데도 독촉 전화 사이에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전화통화를 하기도 어려웠고, 생소한 법률용어, 각종 비용, 절차에 시달리는 하루를 보내도 해결방법을 찾기는 어렵다. 이런 진이 빠지는 하루를 보내고도 앞이 캄캄해서 잠못 이루는 밤을 하얗게 보낸다.
마음의 소리조차 거칠었던 일용직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이 삶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으며, 가장 용기 있던 사람들이었음을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지방에 있는 빌라라서 가족보다는 젊은 직장인이 많았다. 성산시에 정착해서 직장 생활을 할 요량으로 대출을 받은 사람, 몇 년 지낼 동안 월세를 안 내려고 전 재산을 끌어모아 전세금을 마련한 사람, 나처럼 다급하게 집을 구한 사람 등 다양했다. 특히 이 근처에 깔끔한 원룸이나 빌라가 많지 않아서, 이제 막 도시에서 내려온지 몇 년 안 된 사람들이 많았다. 이제 한 달 안에 모두 나가야 한다.
우리 중에 뻔뻔하게 무단으로 남의 집을 차지하고 살거나, 심지어 전세금을 조율해달라면서 깎을 생각을 해본 사람도 없다. 인생을 돈과 바꿔가며 모은 전 재산을 전세금으로 냈고, 혹여 있을 사고에 대비해서 확정 일자를 받아둔 사람, 전세 보증금 반환 보험으로 대비를 해 둔 사람, 할 수 있는 모든 대비를 했고, 정당한 비용을 냈는데도 순식간에 남의 집을 무단 점거한 사람이 되었다. 나쁜 짓을 하지 않고도 나쁜 사람이 될 수 있는 세상이었다.
이 집에 이사 올 무렵 마음도 심란하고, 한동안 재취업도 힘들 것으로 생각해서, 일용직을 다니다가 증세가 심해졌다, 괜찮아졌다를 오락가락하다가 겨우 재취업을 했던 터라, 아무런 대비도 해두지 않았다. 지금도 단톡방에서 보험금을 반환받을 준비, 회생할 준비들을 하는데, 그 어느 곳에도 집중할 수 없고 오로지, 돌아오면서 봤던 폭우에 다 찢어져서 바람에 대롱거리던 거미출만 떠올랐다.
현실에 대응하지 못하는 성인은 엄마와 동생 말처럼 미친 사람이 맞다. 나는 그저 환청에 시달리는 미친 사람인데, 그동안 가족들의 보살핌 덕분에 운이 좋았을 뿐인지도 모르겠다.
가족들과 다투든,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든 목요일은 돌아왔다. 새벽부터 잠을 설쳐서 일찍부터 깨어있었으나 다른 날처럼 도서관에 미리 가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하루종일 시끄러워진 빌라 단톡방도 들여다보다가, 글을 조금 써보기도 하다가,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사이 오후가 됐다. 책 쓰기 수업에 가고 싶은 생각도 안 들었지만, 시민기자 활동에 빠지면 다른 사람들이 내 몫까지 해야 하고, 어차피 사진도 공유해야 하기에 서둘러서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에 거의 도착할 무렵 날이 흐려지면서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평소와 다르게 환하게 불이 켜진 세미나실이 보였다. 시민기자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이미 도착해서 기사를 쓰고 있었다.
“저희 비 와서 금방 들어왔어요.”
강사랑, 이순자 아주머니, 이명수가 나란히 앉아서. 각자 노트북이나 핸드폰을 켜두고서 기사를 이미 완성해가고 있었다.
“어서 와요. 아이스크림 만들기 사진이 부족했는데, 사진 보내주세요. 다른 사진은 그럭저럭 있어서 썼어요”
이순자 아주머니가 말했다.
“벌써 기사를 거의 다 쓰셨군요. 사진 보내드리겠습니다.”
함께 체험관을 다녀온 것 덕분인지 모두 친해져서, 지난주 천도복숭아 체험관에 다녀온 이야기, 지난주에 있었던 일상 등을 수업이 시작하기 전까지 복잡한 생각을 잊고 두서없이 떠들고 있었다.
마음이 복잡하고 정신이 딴데 팔려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도통 따라갈 수 없었다. 복숭아 체험관 이야기를 하다가도 어머니와 동생이 한 말이 떠올랐고, 집 앞에 붙어 있던 퇴거 안내문도 생각났다. 생각해서 답이 나올 문제가 아님을 잘 알고 있지만, 마치 뜨거운 것에 데인 것처럼 온 신경은 아무도 모르게 아픈 곳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