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하지 않은 손님

불청객 Ⅰ

by 그리다 살랑


반지하 창문으로 사람들의 신발만이 이따금 지나친다.


창밖에서 집안을 보려면 무릎을 쭈그리고 앉아야 볼 수 있다. 13살 중1 소녀의 삶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없었다. 아빠는 어느 날부터 연락도 없이 안 들어왔고(늘 있던 일) 언니는 중3의 지랄총량을 바깥에서 쏟아 내느라 바빴다. 안 들어오기 일쑤였고 핸드폰이 없던 당시 집전화는 있었지만 세 살 어린 동생에게 귀가 여부를 일러주기엔 언니도 어렸고 혼란스러웠다. 당시 언니를 이렇게 이해해 줬다면 그 집이 그렇게 삭막하진 않았으려나. 네모난 콘크리트 벽 안에 거무칙칙한 장롱과 주워온 책상만이 덩그러니 놓인 집. 햇빛이 들어올 틈을 주지 않고 잔뜩 웅크린, 낮에도 침침한 회색공기가 감돌던 신월동 반지하.


오늘도 혼자 자게 될 운명을 받아들이며 무심히 티브이를 틀어놓았다. 무언가를 가지러 부엌으로 향하던 참이었다. 싱크대 바로 위 미닫이 창문은 활짝 열려있었고 여름이었는지 가을이었는지 그도 아님 겨울이었는지 서늘하고 어둑했다. 서늘함과 어둑함이 계절이었는지 집안공기였는지 아님 그저 내 감정이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창문으로 시커먼 어둠이 들어서 있었다


동전을 세워 핑그르르 돌린 듯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동공 속에 예리한 칼날이 세워 있었다. 금방이라도 생채기를 낼 듯한 뾰족한 앞발톱은 차가운 싱크대를 점령한 듯 개선장군처럼 서 있었다. 그것의 눈동자와 내 눈동자가 같은 높이에 있으니 마치 내 키만 한 짐승을 맞닥뜨린 듯 검은 형체는 거대한 존재감으로 나를 압도했다. 웅얼대던 티브이의 볼륨이 자체적으로 줄어들었다.



검은
고양이었다.




때때로 두려움의 실체와 그저 충실히 마주해야 될 때가 있다.

숨을 곳 하나 없이 알몸으로 마주친 공포와의 정면승부.

번번이 패하고 한 번을 이겨본 적이 없는 백전백패 결투현장.

열세 살 소녀의 밤과 어둠의 형체에 대한 무서움은

삶에 대한 두려움이 되어 나약하고 무기력하게 잠만 자는 형상으로 나타났다.

두려움과 마주할 때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홀로 살아내야 한다는 쓰디쓴 진실을 맛보았고

하여 더 이상 쓸데없는 온기가 틈타지 않도록 마음을 꼭꼭 웅크렸다.

당시는 반려묘나 길고양이라는 개념이 아니었다. 도둑고양이라 부르던 시절이었다.

앙칼진 눈동자와 존재로 나를 제압하던 검은색 도둑고양이.



결코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었다.




@사진출처_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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