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흔드는 강아지 마냥 좋다고 유모차에 아들을 태우고 나가 온몸이 흠뻑 젖은 채로 아이스라떼를 사 왔다. 근데 남편은 퇴근해서 왜 혀를 끌끌 차는 걸까. 유모차가 홀딱 젖은 게 문젠가 아이가 젖은 게 문젠가. 아이는 나보단 별로 안 젖었으니 혹시 날 걱정하는...? 뭐가 문제지.
남편은 집에만 오면 그렇게도 혀를 찬다(혀 뽑히겠어).
놀이터 모래바닥에서 뒹굴다 오면 바지나 신발에 모래 가득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럼 그렇다고 놀지 말으랴.
한참 뒤에 알았는데 놀이터에서 모래를 다 털고 가야 하는구나.
하긴 거실에 모래알갱이 서걱서걱 밟히면 나도 싫더라. 남편, 그래서 싫은가 보구나.
그래서 다음부턴 거실에 모래 안 떨어지게 현관에서 곱게 신발을 털었더니
현관에 모래 쌓인다고 화를 내네. 아 현관에도 털면 안 되는 거구나.
맞네 모래가 계속 쌓이면 여기가 모래놀이터 되겠지 이해했음.
남편 좀 미안하네? 말을 하지, 다음부턴 대상포진 걸리지 말고 말을 해 말을.
응? 말했다고? 한두 번 한 게 아니라고?
그 말도 해 다음엔.
근데 대상포진은 왜 걸린 거야 요즘 회사가 많이 힘들어?
아니란다(결혼 전엔 그렇게 힘들다면서).
맞다 맞다, 둘째 태어나고 너무 힘들었지.
아니란다, 둘째는 큰애 비해 껌이란다.
그럼 왜 그렇게 힘든 거야?
니가 제일 힘들단다.
... 몰랐네 말을 하지.
그러고 보니 숯덩이 같던 남편의 머리카락에 펄펄 눈발이 날리더니 함박눈이 되어 내려앉았다.
눈이 여기로 다 내렸구나. 정수리에 검은 털이 한 개도 안 보여. 결혼 후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회사? 애들? 아니랬지, 나랬지.
눈이 오면 애들도 눈을 맞아야지, 왜 그걸 막는지 모르겠다.
눈 맞는 거 얼마나 재밌는데, 그 느낌 애들도 알아야지.
젖어서 감기 들까 봐 그런 건가. 남편, 우리가 젖어서 감기 들까 봐 그러지?
오케이, 알았다 혹시 내가 뒷정리 안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 그거 뒷정리 한 건데.
이제 눈이 오면 나도 우산 들고나가리라.
애들 말고 우리 남편, 하이얀 머리카락 더 하얘지지 않도록 우산으로 곱디곱게 막아주리라.
응? 나오지 말라고?
... 왜??
장갑을 못 찾아서 양말 끼고 나간 날
p.s. 쫄딱 젖은 이 날의 사진을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었다. 어느 구석에 박혀있니. 대신 이 사진으로 대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