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서 집안을 보려면 무릎을 쭈그리고 앉아야 볼 수 있다. 13살 중1 소녀의 삶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없었다. 아빠는 어느 날부터 연락도 없이 안 들어왔고(늘 있던 일) 언니는 중3의 지랄총량을 바깥에서 쏟아 내느라 바빴다. 안 들어오기 일쑤였고 핸드폰이 없던 당시 집전화는 있었지만 세 살 어린 동생에게 귀가 여부를 일러주기엔 언니도 어렸고 혼란스러웠다. 당시 언니를 이렇게 이해해 줬다면 그 집이 그렇게 삭막하진 않았으려나. 네모난 콘크리트 벽 안에 거무칙칙한 장롱과 주워온 책상만이 덩그러니 놓인 집. 햇빛이 들어올 틈을 주지 않고 잔뜩 웅크린, 낮에도 침침한 회색공기가 감돌던 신월동 반지하.
오늘도 혼자 자게 될 운명을 받아들이며 무심히 티브이를 틀어놓았다. 무언가를 가지러 부엌으로 향하던 참이었다. 싱크대 바로 위 미닫이 창문은 활짝 열려있었고 여름이었는지 가을이었는지 그도 아님 겨울이었는지 서늘하고 어둑했다. 서늘함과 어둑함이 계절이었는지 집안공기였는지 아님 그저 내 감정이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창문으로 시커먼 어둠이 들어서 있었다
동전을 세워 핑그르르 돌린 듯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동공 속에 예리한 칼날이 세워 있었다. 금방이라도 생채기를 낼 듯한 뾰족한 앞발톱은 차가운 싱크대를 점령한 듯 개선장군처럼 서 있었다. 그것의 눈동자와 내 눈동자가 같은 높이에 있으니 마치 내 키만 한 짐승을 맞닥뜨린 듯 검은 형체는 거대한 존재감으로 나를 압도했다. 웅얼대던 티브이의 볼륨이 자체적으로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