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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Jul 25. 2024

부녀의 네일샵 데이트

부럽소~

부부가 달라서 참 다행이다

주말 일정으로 아침부터 분주하다. 어제 늦게 올라온 남편을 버려두고 오늘만큼은 개인적으로 움직이려 한다.

평일 각자의 일상을 알차게 지내고 있는 우리 부부에게 주말은 가족과 함께하는 날이다.

때론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고 싶지만, 왠지 모를 미안함과 서운함의 중간 어디쯤에서 답을 찾지 못하고

함께 하는 속박 같은 시간을 보내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때론 혼자 있고 싶다~


큰맘 먹고 주말에 약속을 잡았다. 흔히 있는 일도 아니고 1년에 두어 번 있는 스페셜한 날, 아주 오랜 시간 개인 일정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주말은 또 주말 나름대로 가족 행사가 있다.


아니 이럴 수가~

이토록 인간관계가 좁디좁은 사람을 보았나! 따지고 보면 남편도 나와 다를 게 없다.

집에서 영화 한 편 보고 맛있는 거 먹는 호사를 누리며 주말을 보냈던 것 같다.

딱히 불만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건 남편 지방 발령으로 주말 부부가 되면서 조금씩 다른 시각과 생각의 전환을 맞이한 것 같다.


실과바늘처럼 하나로 움직였던 우리 부부에게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조금씩 파고들기 시작했다.

어쩌면 최고의 순간 최고의 타이밍을 맞이하고 있는지 모른다.

집착을 덜어놓고 함께 올라탄 구름 위에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작은 공간, 그 안에 미성숙한 나를 발견하고

혼자여도 괜찮다는 것을 실천하며 어른이 되어버린 나를 마주하는 여유를 가져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말은 나를 위해 화장 하고 옷을 챙겨 입는다.

몇 주 전부터 약속이 있음을 알려지만, 남편의 침묵은 생각보다 길다.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가끔 남편은 어린아이처럼 내 옆에 꼭 붙어 있길 원하고 자기가 보이는 곳에서 내가 서성거려 주기를 원한다. 가끔 허당기를 발동하면 어이구, 그러면 그렇지~ 얼른 다가와 허당기를 채워준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오늘 꼭 나가야 한다.

흥얼거리는 노래가사가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걸 참아가며 조금은 무거운 표정으로 가기 싫지만, 마지못해 외출 준비 중이라는 느낌을 풍기며 사뿐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다.


그렇게 도착한 익선동, 처음 와본 거리 서울 하늘에 가보지 못한 곳이 얼마나 많을까 문득 생각해 본다.

서울의 정취, 익선동의 낯섦과 어울림 따스한 풍경에 취해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띠링 ~ 한 장의 사진

주말이면 절대 집 밖 아니 방 밖으로 나오지 않은 딸아이와 개구쟁이 아들이 입가에 환한 미소를 피우며

맛있게 스파게티를 먹는 모습이 담겨 있다.


"우리도 데이트 나왔어." 남편의 짧은 메시지.

가슴에 걸려있던 걱정이가 툭 하고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었다.


남편과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보고서야 한결 가벼워진 기분으로 함께하는 이들과 데이트를 즐길 수 있었다.


띠링~ 한 장의 사진

"아빠랑 같이 네일샵 갔어, 예쁘지, 아빠가 해줬어."

딸아이가 보내온 네일 사진. 그렇게 좋아하는 네일숍을 한 번도 데려가지 않았는데 아빠와 네일숍 가서 손톱을 예쁘게 꾸몄다고 보내온 사진.


문득 '안돼' '조금 더 크면'을 강조했던 내 모습은 사라지고 아이의 웃는 모습에 덩달아 미소가 지어진다.


남편은 나와 다른 관점에서 아이들에게 관대하다.

친구 같은 남편은 별님이가 그토록 원했던 네일샵에서 별님이의 마음에 단번에 행복 불씨를 피웠다.


나는 고민한다. 별님이의 행복을 그러나 정작 별님이가 원하는 건 '안돼'로 응수한다.

어려서, 위험해서, 불안해서, 아직은....그러는 동안 아이의 감정 표현은 축소되어 간다.


며칠 동안 별님이의 감정변화와 표정만 살폈지 정작 함께 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남편 덕분에 웃는 별님이 얼굴을 보니 나와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다른 남편의 성격이 왠지 부러웠다.




"여보, 별님이가 많이 힘들어해"

 걱정스러워하는 나와의 통화를 끝내고 남편이 딸에게 보낸 편지


아빠야^^

요즘 많이 힘들지 공부하고 학원 가고 몸도 키도 엄마를 넘어서 이젠 아빠까지 넘으려 하는 딸이 고맙네!

아빠가 생각해 보니 중학교가 제일 힘든 시기 같네, 새로운 친구 기존의 친구가 서로 갈라서고 다시 사귀고

싸우고 친해지고 어려울 거야, 초등학교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거 같던 친구가 이젠 무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거고, 어떤 상황이 오고 힘들어도 다 추억이고 지나가는 과정일 거야,

내 딸 별님이는 잘 이겨내리라 믿어 아빠는.


나에게 친구가 오기만 기다리지 말고 때론 친구를 찾아서 다가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야

너무 기다리면 때론 많은 걸 놓치거든

아빠가 길어졌지 암튼 우리 별님이 파이팅!!

아빠 엄마 달님이 가 뒤에서 든든하게 있으니 힘내~


남편의 아트 ~



한 줄 요약 : 고마워요! 고마워! 고맙다.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남편#부부#딸#네일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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