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하고 해 뜰 날
나는 슈퍼우먼이었다.
찌질하게 살고 있구나!
행운은 매번 나를 피해 가고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던 속담은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남들에게 쉬워 보이는 일들이 나에게는 버거운 하루살이 같았고, 좀처럼 나아질 기미 없는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져 가는 것 같았다.
값비싼 옷도 신발도 가방도 내 것이 되는 순간 시장 패션이 되어 버린다.
뭐든 값지게 여겨야 나도 곱게 대접받을 텐데, 세상은 여유 부릴 만큼 시간을 내어주지 않았다.
남들보다 더 빨리 더 열심히 언제나 한 발짝 앞서 행동해야 그나마 중간은 갈 수 있었으니까, 그러는 동안 내 몸뚱이는 나와 상관없이 빨리 빨리에 적응되어 조금의 여유라도 느껴지면 초조하고 답답해진다.
그 흔한 이벤트에 당첨 한번 되지 않은 불운과 머피의 법칙이 딱 내 삶이었다.
회사 행사에서도 내 앞과 내 뒷번호, 그리고 거의 모든 직원이 상품권을 타는 현장에서도 마지막까지 나는 빈손이었다. 불로소득 필요 없고 열심히 살다 보면 쨍하고 해 뜰 날이 올 거라는 믿음으로 아직도 여전히 내 가슴 한복판은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찌질한 삶이다 보니 언제나 행복보다는 후회와 책망이 앞선다. 일이 잘못되면 내 잘못 같은 이상한 심리. 못된 맘먹지 않고 남에게 상처 주지 않고 성실하게 살다 보면 찾아오겠지. 쨍하고 해 뜰 날
그러나 요즘 내 일상은 찌질한 하루의 연속이다.
찌질한 하루 엿보기
- 새벽 수영 후 돌아오는 길 아이들 좋아하는 샌드위치 가게로 향한다. 요 며칠 인천 출장으로 아이들만 깨우고 나는 휘리릭 도로 위를 달린다. 덕분에 아이들은 꼬들밥 대신 달콤한 샌드위치 먹는 날이 늘었고 나는 책망하는 날이 많아졌다.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행운도 있고 운도 있는데 매번 미꾸라지 마냥
행운의 손길에서 벗어나 외딴섬처럼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미운 오리 새끼 같은 일상.
아이들 성장에 맞춰 나만의 취미생활을 찾으려 하면 매번 문턱에서 좌절한다. (핑계 일수도~)
간혹 지친 날 솜뭉치 같은 몸을 일으키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나의 의지 앞에서 잠시 푹 고개 숙이는 쨍하고 해 뜰 날, 힘든 육체와의 고군분투는 나를 위한 유일한 싸움이다.
"여보, 우리 그냥 편하게 놀라네, 안 됐어."
(남편의 의기소침한 목소리, 괜찮아~ 괜찮아~ 아니 안 괜찮아 물고기가 이유 없이 우리에게 오겠어?)
뜻대로 되지 않은 일상을 뜻대로 되지 않게 그냥 내버려두지 않고 싶다.
그러기에 찌질한 하루를 또 시작하려 한다.
찌질하지 않았던 오늘
수영하고 나오는데 카운터 여사님이 묻는다.
"집에 가서 아이들 밥 챙겨 주고 회사 가는 거죠?"
"네" 짧은 대답 긴 미소를 띄며 총총 뒤돌아서는 찰라
"정말 슈퍼우먼이 따로 없~~ 네~~에~~"
등 뒤로 울려 퍼지는 여사님의 목소리가 청각으로 세밀하게 밀고 들어오더니 가슴에 꽂혔다.
너털거림에 자신감이 얹히더니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오르기 힘든 계단을 성큼 깡충 촐싹거리며 뛰어오른다.
가뿐한 마음으로 샌드위치 가게로 직진, 샌드위치를 받아 들고 인사를 하는데,
"별님이 엄마 진짜 부지런~~ 해~~에"
오늘 나는 찌질한 삶이 아닌 슈퍼우먼처럼 살고 있는 매력적인 삶의 주인공이 되었다.
아무쪼록 오늘은 모든 의미를 슈퍼우먼에 담고 쨍하고 해 뜰 날이 되려나 보다.
남편 덕분에 요즘 슈퍼우먼으로 활기차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주저앉기 바빴던 일상이 오밀조밀 알찬 시간 속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작은 마당에 불쑥 자란 잡초를 뽑고, 쓸고 집 안 구석구석 장마철 대비를 위해 점검하고, 아이들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많이 웃어주고, 꼼꼼하게 문단속하면서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책임감. 듬직함을 장착하고 있다. 비록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만은 쨍하고 해 뜬 하루하루를 뭉텅이로 보내고 있는 기분이다.
여보, 나 슈퍼우먼이래~
한 줄 요약 : 당신. 혹시. 나의 해! 뜰 ! 날?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슈퍼우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