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너의 대답은
사귄 지 한 달 정도 되었을까. 나는 여자친구를 이미 너무 사랑하고 있었다. 이 사람과 함께 사는 삶을 상상하면 내 마음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자친구와 이야기를 할 때면 나는 먼 미래의 일들을 꺼내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가령, 어떤 분위기의 집에서 살고 싶은지, 어떤 결혼 생활을 꿈꾸는지 등. 하지만 여자친구의 마음이 어떤지도 모르는데 섣부르게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그녀가 부담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은가. 결국 그녀의 마음을 알아야 했다.
"나중에 우리 같이 살자. "
우리는 단풍이 아름다운 공원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단풍 사이로 떨어지는 햇빛을 받는 그녀의 얼굴이 해사했다. 나는 이 말을 건네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너와 더 깊게 이야기하고 싶은 게 많고, 우리가 같이 살며 만들어가고 싶은 추억이 많아서 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어.
"어때?"
그녀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너무 성급했던 것은 아닐까, 사려 깊은 이 사람을 고민에 빠지게 한 것은 아닌가, 순간 불안해졌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본 그녀의 표정은 내게 안심이 되었다.
"나도 그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음이 붕 떴다.
"나만 그런 생각하는 줄 알았어."
됐다, 나는 이제 마음 편히 이 사람과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다. 비록 나는 퇴사한 지 수개월이 지나도록 새로운 일을 찾지 못했지만, 그녀는 좋은 직장에서 착실히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지만, 우리는 서른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이제부터 프러포즈를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