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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담과 고요 Feb 16. 2024

여자친구에게 들키지 않고 청혼하는 법

비밀스러운 정성으로

얼마 전, 나는 찹쌀이에게 프러포즈 로망에 대해 물었다. 


"이것만은 꼭 해줬으면 좋겠다, 아니면 이것만은 하지 말아달라는 게 있어?"


찹쌀이는 구체적으로 생각한 적이 없는 듯했다.


"음, 사람 많은 곳에서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또?"


"아! 프러포즈할 때 꼭 동영상을 남겨야 해!"


생각보다 별거 없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며 프러포즈를 받고 싶은 여자는 소수일 것이므로 나도 이를 고려하고 있었다. 동영상 촬영은 사전에 누군가에게 부탁하든, 고프로를 설치하든 해서 준비하면 될 것이다. 사실상 온전히 내 소관으로 프러포즈의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는 셈이 되었다. 


"기대된다!"


나는 찹쌀이가 혹여나 프러포즈에 대한 기대감으로 잔뜩 부풀까 걱정이었는데, 예상대로였다. 


"방금 한 질문을 끝으로, 나는 이제 프러포즈에 관해서 절대 말하지 않을 거야."


나는 잠시 뜸을 들였다.


"그래야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청혼할 수 있으니까."


세상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정성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청혼이리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최고의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홀로 궁리하는 시간은, 복잡하고 어렵더라도 행복할 것이다. 어쩌면 이미 정해져 있는 답을 들으려고 수개월을 고민한다. 내 고민이 부디 들키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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