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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리래티스 Jan 02. 2025

하인리히 법칙 그리고 안티프래질

세상 읽기 시크릿, 법칙101 -이영직-

독서조각


“교통사고가 잦은 곳은 대형사고가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면 맞다. 몇 가지 잠재적인 징후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우연처럼 겹쳐지면, 큰 사건으로 이어진다. 한 번의 대형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여러 번의 작은 사고가 지나가고, 잠재적인 사고는 더 많이 지나간다는 것이다.”


“이것을 처음 통계적인 법칙으로 정립한 사람은 하버드 윌리엄 하인리히였다. 그는 보험회사에 접수된 5만 건의 사건, 사고에 대한 자료를 분석하여 이들의 통계적인 상관관계를 밝혀냈다.그에 의하면 한 번의 대형사고, 이를테면 산업 재해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면 그 이전에 동일한 원인으로 인한 부상은 29건, 부상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사고가 날 뻔한 경우는 300건 정도가 발생했다고 한다. 1929년에 발표된 이 논문은 ‘하인리히 법칙’으로 명명되었다.”


세상 모든 사건에는 어느 정도의 징후가 있다.  2008년 5월 12일 중국 쓰촨성에서 일어난 대지진의 경우도 그렇다. 대지진이 발생하기 보름전 후베이 은스시에 있는 관인탕 저수지에서 8만톤가량의 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저수지 바닥에 균열이 생기면서 물이 사라졌던 것이다. 


진앙지 부근의 우물의 수위가 갑자기 높아지는가 하면 강물의 온도가 뜨거워지는 현상까지 이어졌다. 게다가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가 집단으로 이동하거나 지진운이 관찰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징후들을 포착한 주민들은 당국에 조사를 요청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있지는 않았다. 결국 대지진이 발생해 엄청난 피해가 생겼다.


사고 전 징후는 자연현상에만 나타나지 않는다. 사회적인 현상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교통사고가 잦은 지역에서는 대형사고가 일어난다. 보험회사의 감독관으로 일하던 하인리히는 다수의 교통사고를 조사해서 자신의 이름을 딴 하인리히 법칙을 발표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동일한 원인으로 부상이 29건,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은 사고가 300건 정도 발생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하인리히 법칙은 더욱 자세하게 분석되었고 사망사고 1건에는 중경상 3건, 응급처치 50건, 물손사건 80건, 사고가 날 뻔한 사례가 400건으로 집계됐다.




투자조각


투자자의 입장에서 하인리히 법칙은 시장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하나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대폭락 전에 몇 번의 조정과 하락, 특히 마삼룰로 유명한 지수가 -3% 이상 떨어졌을 때 모든 투자금을 빼는 것이 중장기적 이득이라는 이론이 있기도 하다. 호황을 이끄는 것도 마찬가지로 징후가 보인다. 


차트를 해석하는 보조지표들은 대개 이러한 상승과 하락의 징후를 패턴으로 파악하는 작업이다. 


1929년 대공황, 1987넌 블랙먼데이, 2000년 닷컴버블, 2008년 서브프라임,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은 모두 증시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대폭락을 만든 사건이다. 하지만 이런 사건에서도 대폭락을 미리 예측해 큰 돈을 벌거나 유명세를 거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사고의 징후를 파악해 경고하거나 폭락에 투자했다. 


작은 사건들이 반복해서 일어난다면 그것이 대형사건의 빌미가 될 수 있다. 하인리히 법칙은 자연, 사회, 금융에까지 적용가능한 법칙을 만들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하인리히가 사용한 분석방법은 엄청난 오류를 가지고 있다. 바로 모든 사건에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하인리히 법칙은 대표적 하향식 분석이다. 대형사건이 터지면 그 사건을 기준으로 다른 사고들을 종합한다. 이런 식의 통계가 위험한 것은 취사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조사방식을 바꾼다면 결과가 달라진다. 대형사고가 터지기 전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은 사고 300건이 모두 대형사고로 이어지는지 여부와, 동일한 원인으로 부상이 29건 발생한 이후 대형사건이 발생하는지 즉 상향식 분석을 했을 때 기준이 충족된다고 해서 대형사건이 꼭 일어나지 않는다. 


패턴을 찾아 헤매는 투자자가 유의해야 할 점은 과거와 똑 같은 주가의 움직임이 나타난다고 해서 똑 같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자신의 저서 안티프래질에서 오히려 작은 사고들이 발생하면 내성이 생기고 각성하는 계기가 되어 더 조심하게 된다고 말한다. 아무런 사고가 없다면 대형사고와 같은 예상치 못하는 사고에 더 큰 피해를 입는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산불을 단 한 건도 허용하지 않으려고 했던 미국 산림청의 정책은 유례없는 대화재로 이어졌다. 작은 사고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작은 사고가 큰 사고를 예방하기도 한다. 


가끔 작은 손실도 절대 보지 않으려는 투자자가 있다. 누구에게나 손실회피편향은 있지만 조금의 손실도 견디지 못하는 투자자는 시장의 특성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의 본질은 리스크 감수다. 리스크가 없는 투자를 찾는다는 것은 오히려 가장 큰 리스크에 노출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영국인들은 청어를 아주 좋아했다. 하지만 청어가 잡히는 곳은 북해나 베링 해협 같은 먼 바다였기에 싱싱한 청어를 먹기가 쉽지 않았다. 배에 싣고 오는 동안에 대부분 죽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살아 있는 청어가 런던 수산시장에 대량으로 공급되기 시작했다. 그 비결은 청어를 운반해오는 수조에 청어의 천적인 물메기 몇 마리를 함께 넣는 것이다. 천적에게 잡히지 않으려는 노력이 청어를 살아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인리히 법칙이 무조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산업현장과 같은 곳에서는 사고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투자시장에서 단 한 건의 리스크에도 노출되지 않으려는 노력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과 같다.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는 주가 폭락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폭락도 존재한다. 신호와 징후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만, 그 신호를 확신해서도 안 된다. 다소 실망스러운 결론이겠지만 투자시장에서 사용가능한 만능 열쇠는 없다.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얽히고 얽히는 시장이 단 하나의 법칙으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 읽기 시크릿, 법칙 101

-이영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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