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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푸른색 Apr 27. 2023

첫째 사위 박서준 둘째 사위 박보검

쓸데없는 말의 쓸모

"어머, 우리 첫째 사위 볼수록  요리도 잘하고 키도 크고

진짜 마음에 들어"

주말을 준비하며 남편과 나는 맥주 한 잔을 앞에 두고 티브이 프로그램 '서진이네'를 보고 있다.

"요즘 둘째 사위는 해외에 나가있는지 통~ 안  보이네"

그렇다. 아주 쓸데없이 고퀄인 사위들을 둘이나 가지고 있는 집.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미래의 우리 집이다.




왜 이런 하등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냐면 이것이 우리 부부가 가지고 있는 가장 평범한 일상의 한 조각이며 재미를 동반한 놀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통해 긴장감을 낮추고 웃음도 챙겨본다. 1석2조다. 빠듯했던 일주일 스케줄을 정리하고 미래의 사윗감이 나오는 예능을 깔깔 거리며 보는 시간. 시원하고 풍성한 맥주거품이 날카로웠던 마음들을 사르르 녹여준다. 매주 금요일 , 약간의 알코올과  맛깔난 안주가 함께하는 아무 말 대잔치. 이것이 우리 대화의 루틴이다.




예전에 박서준과 박보검을 포함한 많은 배우들이 출연했던 예능이 있었다. 방송을 보다가 문득 선한 인상의 두 배우를 눈에 담게 되었고 그렇다면 두 배우 중에 누구와 둘째 아이를 매칭할 것인가에 대해 말도 안 되는 토론이 이어졌다. 종종 미래의 사위들에 대해 상상하곤 했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 1순위 '선함'이었다. 사실 우리 집 둘째가 첫째보다 좀 더 다부진 느낌이라 누가 봐도 착해 보이는 박보검을 둘째 아이 짝으로 점찍었고, 둘째의 남편이 되려면 많이 착해야 한다며 앞다투어 말했다. 우리는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배워야 하는 남자 보는 눈을  딸들이 가지고 있기를 간절하게 바랐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길어진 시점에 서로의 배우자를 만난다고 생각하면 백세 시대인 지금, 배우자의 인성은 그 무엇보다 삶의 질을 높여 주는 일이라 믿고 있기에.





남편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제법 괜찮은 소재들도 그물 안의 물고기처럼 걸려드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면 건배를 하며 깔깔깔 웃어 본다. 두 맥주잔이 쨍 소리를 내며 부딪힌다. 잔의 울림이 손을 통해 마음속까지 퍼져나간다. 익숙한 울림이 우리가 언제든지 마주 앉아 대화할 수 있게 만들었다. 

바로 쓸데없는 말이 주는 쓸모.

이것이 우리가 예비사위를 맞이하게 된 경위다.

그것도 탑 배우 두 분을 말이다. 





(박서준 님 박보검 님 항상 응원합니다♡)



사진출처_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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