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우리 세상 17화

식판

남겨진 자리

by 글사

금속 식판 위에 희미한 스크래치들이 박혀 있다.

누군가의 포크가 지나간 자리,

조심스러운 손길이 남긴 흔적,

혹은 서둘러 비워낸 흔한 점심의 기억.


칸칸이 나뉜 자리엔 규칙이 있었다.

밥, 국, 반찬, 그리고 작은 후식.

사람들도 그랬다.

정해진 곳에서 정해진 말을 하고,

정해진 양만큼만 감정을 나눴다.


다 먹고 나면 식판은 반납된다.

뜨거웠던 것들은 씻겨 나가고,

차가운 물이 지나간 자리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렇게, 한 끼의 기억도

천천히 닳아 없어진다.


여러분에게 식판은 무슨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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