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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 Aug 18. 2023

얀 반 에이크의 천사들

플랑드르 르네상스의 천재화가

 르네상스의 위대한 화가를 꼽으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16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을 떠올리겠지만, 이들 이전에 남부 이탈리아에는 안젤리코와 보티첼리가 있었고, 북구 플랑드르에는 얀 반 에이크가 있었다. 얀 반 에이크는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 그림보다 멋진 제단화들을 많이 제작했다. 


  사실 나는 그림들을 확대하고 확대하고 확대해서 보는 걸 좋아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얀 반 에이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인 것 같다. 그는 디테일의 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자화상의 신인데, 신비로운 세계관의 자화상 이야기는 다음에 하고 오늘은 그가 그린 천사들을 보려고 한다. 


  살펴볼 두 작품은 <겐트 제단화>와 <수태고지>이다. 먼저 얀 반 에이크의 걸작인 겐트 제단화를 펼쳤을 때의 모습이다.

The Ghent Altarpiece, 1432

그리고, 이것은 접었을 때의 외부 패널이다.

   

 먼저 살펴볼 천사는 겐트 제단화의 외부 패널 중간 부분, 수태고지 장면에 나타난 수박색 날개의 천사이다.

The Ghent Altarpiece (closed, after restauration) detail


 두번째 살펴볼 천사 역시 제단화의 날개 부분이었지만 현재는 캔버스로 옮겨진 <수태고지>장면에 등장하는 무지개 날개 천사이다.

Jan van Eyck, The Annunciation, 1434/1436
The Annunciation, detail

 수태고지는 성경에서 천사 가브리엘이 성모 마리아에게 내려와 그녀가 하나님의 아들 예수를 잉태하여 낳을 것이라는 성모 마리아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하는 장면이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황금색 텍스트로 적힌 각자의 대사도 볼 수 있다. 서양 미술에서 대대로 많은 화가들이 이 주제로 걸작들을 남겼다. 


 얀 반 에이크의 수태고지에서 나타난 두 천사의 얼굴을 확대해 보면 남자아이의 얼굴 같아 보이기도 하고 여자 아이 얼굴 같아 보이기도 한다. 입꼬리가 올라간 무지개 날개 천사는 조금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이다. 가볍게 입을 벌린 수박색 날개 천사는 모범생 같은 얼굴이다. 눈썹부터 코로 내려가는 티존과 턱의 모양이 비슷하게 그려져서 닮아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머리에 쓴 관의 보석 디테일이 무지개 날개 천사가 훨씬 화려해서 얼굴이 더 생기 있어 보인다. 처음 내 마음을 빼앗은 것은 무지개날개 천사였지만 수박날개 천사도 왕관에 박힌 진주처럼 정갈한 느낌이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든다. 같은 화가가 같은 주제로 그린 천사들인데 이렇게 다른 것도 재밌는 지점이다. 둘 중 누가 더 마음에 드시는지. 




+) 겐트 제단화를 펼쳤을 때 중앙 아래(The Ghent Altarpiece: Adoration of the Mystic Lamb)에 또 천사들이 많이 나오는데 뒷모습의 날개 접은 천사도 있다. 공작새의 깃털 같다.

The Ghent Altarpiece, detail, 1432



타이틀 배경: The Ghent Altarpiece: Adoration of the Mystic Lamb, detail of the Lamb with kneeling Angels, detail,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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