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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지 Jul 05. 2024

흐름 속의 나아감이란,

어머니_막심 고리키

처음 읽은 지는 꽤 된 책이다. 요즘따라 더 자주 생각나는 책이라 전에 사진으로 저장해 뒀던 마음에 드는 구절들을 다시 읽어보고 책을 다시 훑어봤다. 그런데 내가 읽은 써네스트 출판사의 책은 절판되었다고 한다. 글에 적힌 페이지는 전부 그 책 기준이다.


어머니_막심 고리키

막심 고리키는 작가의 필명이다. 무슨 뜻인지 몰라서 검색을 해보니, 러시아어로 '몹시 비참하다'는 뜻이다. 그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대표 작가로 불리기도 한다. 이 글들의 소개에도 있듯이, 나는 책 편식이 심하다. 그중에서 인간의 비참한 부분이나 괴로움을 잘 표현해 주는 글을 선호한다. 혹은 책의 색깔이 회색이나 검은색에 가까운 주제들을 선호하는 편이긴 하다. '어머니'는 나에게 그런 책이었다. 생각보다 되게 두꺼운 책이고 글이 투박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데 술술 읽힌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고 인물들이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할지가 너무 궁금해진다.


"과연 이 세상 어느 천지에 고통받지 않은 영혼이 있겠어요?(p.67)"


러시아 제국과 소련 시대를 겪은 적이 없는 나로서는 온전히 이들의 아픔과 고통 혹은 허탈함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작가가 살았던 그 시기에 충분히 있었던, 어떻게 보면 당연했을지도 모를 일들이 책을 통해 전달되고 있다. 러시아 문학 혹은 소련 시대 문학이라는 의미가 확실히 전달되며 상황이 잘 그려진다.


"우리는 사회주의자들입니다."


책의 제목이 어머니인 이유가 있을까. 이 점은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궁금했던 질문이다. 등장인물 중 비중 있는 인물은 파벨과 파벨의 어머니다. 책을 읽는 내내 어머니의 이름이 궁금했다. 어머니가 등장했을 순간부터 이름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어머니를 비중 있게 하지만 이름을 밝히지 않으면서 보여주고 싶었던 건 그저 '어머니'라는 단어의 힘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어머니는 그저 어머니일 뿐이다. 이 단어가 가진 힘으로 위대하고 대단하며 강인한 우리의 어머니들을 나타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독특하게도 '그리스도교'라는 단어도 자주 등장한다. 이와 연결 지어 생각해 보면 생명의 원천을 어머니로 여길 수 있고, 누군가의 생명을 탄생시킨 어머니가 그 누군가에 의해 특히 자식에 의해 변해가는 모습을 더 잘 보여준 것 같다. 처음에는 파벨을 위해서 막으려 했지만 결국 자식과 같은 길을 걸어가는 변화가 인상 깊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사회주의 사상에 완전히 녹아들고 자식의 행동을 이해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나온다. 나에게 가장 충격적인 부분이었고 독특한 존재인 어머니가 더 잘 와닿았다.


"어머니의 가슴속에서는 진실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아들을 빼앗아간 이들에 대한 울분과 적개심이 소용돌이가 되어 휘돌았다.(p.106)"
"내 말은 심판관은 바로 우리의 자식들이라는 거요! 어머니가 숨을 고르며 힘겹게 반복했다.(p.267)"


그 당시는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체제에 반대하는 인물들이 늘어났던 시대였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타인에게 빛을 선물해주고 싶은 사람들이 표현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앞으로 똑바로 나아가다 보면 자신을 거스르는 일이 있게 마련이야. 모든 것, 감정마저도 죄다 버릴 수 있어야 해. 삶을 버리고 운동을 위해 한 목숨 내던질 각오가 필요해. 이게 바로 현실이야. 많은 걸 버려야 돼. 삶을 위해 소중하다 싶은 것을 모두 버려. 죄다 내다 버려. 그래야만 가장 소중한 진실이라는 것이 성장하게 될 거야.(p.203)"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구절 중에 하나다. 책에서는 혁명가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한 것이지만, 우리가 삶을 만들어갈 때에도 공감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몰입의 대상이 생기면 끝까지 파고드는 타입이다. 내가 바라봤을 때는 똑바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어느 순간에 다다르면 나답지 않은 선택의 순간이 오게 될 때도 있다. 물론 나다움에 대해서는 스스로가 정의 내릴 일이지만 말이다. 많은 것을 버려가면서 이 길을 선택한 것이 맞을까에 대한 의문은 언제나 달고 산다. 가장 소중한 진실이라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되는지 조차 의심하게 된다. 내 삶을 나아가는 방향이 꼭 혁명의 흐름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그마한 나의 인생을 스스로 비교를 해봐도 되지는 않을까.


"혁명가라면 적어도 자신의 에너지를 깊고 넓게 발전시키는데 전력을 쏟아야 하거든요.(p.463)"


읽는 내내 감탄사를 연발했던 책이라 주변 지인들에게 많이 추천했던 작품이다. 각자가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는 자신과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을 믿고 나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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