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주임과 함께하는 인사 실무 제대로 알기
평소와 다름없는 날이다.
아침 일곱 시. 아무도 없는 고요한 사무실에 나의 발걸음 소리만 울린다. 타박타박.
회사에 제일 먼저 출근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나만 아는 묘한 승리감, 왠지 괜찮은 하루가 될 것 같은 은근한 자신감. 어깨에 들려있던 검은색 가방을 책상 왼쪽 한편에 올려놓는다. 듀오백 비스무리한 의자에 몸을 앉힌다. 어느새 내 체형에 꼭 맞게 변형된, 집의 것보다 편안한 나의 의자.
노트북 전원을 킨다. 딸깍. 회사에서 부여한 나의 계정과 비번을 입력한다. 노트북이 잠에서 깨어나는 동안 나는 나의 하루를 연다. 플래너에 오늘의 할 일들을 하나하나 적어 내려가기. 어느새 빼곡히 적힌 계획표를 바라보며 다짐을 한다.
'그래, 오늘도 알차게 하루를 만들어보자.'
사실, 오래전부터 회사 생활에 대한 뭔지 모를 갈증이 깊어지고 있었다.
인사에 발은 내디딘 지도 어느덧 19년. 과거 주임 대리 시절의 배움과 도전, 성공과 실패가 그리워지는 순간을 자주 마주했던 것.
팀장으로서 기획하고 관리해야 할 일들은 더 많아졌다. 무거운 책임감이 뒤따르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매너리즘의 초입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내가 어딘가에 기여를 하고 있다는 일종의 효능감이 낮아졌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뭔가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루를 다짐하고, 더 촘촘히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마음 단디 먹자고. 정신 똑띠 차리라고.
마우스를 집는다. 일단 주어진 일부터 제대로 하자. 어제 작성하던 보고서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노란색 파일 모양의 '내 파일'을 클릭한다. 타닥.
순간, 평소 눈길도 주지 않았던 오래된 파일 하나가 갑자기 시야에 들어온다.
매직아이인가. 음각을 드러내며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듯이. 그건 바로..
HR
19년간 나의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었던 일.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몸 담고 있는, 나도 모르게 천직이 되어버린 그 일, 직무, 나의 업.
나도 모르게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HR'의 문을 열어주었다. 기다렸다는 듯 수십 개의 폴더들이 촤르르 펼쳐진다. 새 업무를 맡을 때마다 차곡차곡 모아 왔던 파일들.
인사제도, 채용, 발령, 퇴직, 승진, 조직관리, 성과관리, 핵심인재, 직무분석, 인사프로젝트, 기업문화, 인사데이터, 교육...
와, 이게 내가 여태껏 해온 일들이라니. 와-. 숨이 절로 터져 나온다. 그저 출근해서 일을 하고 퇴근하기를 반복했을 뿐인데, 어느새 이 많은 지식,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구나.
나도 참... 대단하다. 대견하다.
갑자기 눈앞에 수많은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십 수년간 이 책상, 이 의자에서 울기도, 웃기도, 화를 내기도, 또 환호를 지르기도 했던 시간들. 1년 전, 5년 전, 10년 전, 그리고 19년 전...
과거 그곳에는 인사팀에 첫 출근한 내가 어리버리하게 움직이고 있다. '안녕하세요. 인사팀 김지유 주임입니다.' 군기가 바짝 든 목소리로 사람들과 인사와 악수를 나누면서.
마케팅 부서에서 2년의 고된 시간을 보낸 후 일종의 도피처로 인사팀으로 직무를 이동했다. 그리고 깐깐하지만 일 하나는 제대로 하는 파트장을 만났다. 인사의 이응도 모르던 나를 인사쟁이로 만들어준 나의 멘토. 인사 기본기와 프로세스의 정석을 눈물 콧물 다 빼가며 탄탄하게 가르챠준 애증의 스승
이후 인사기획 업무를 맡으며 다시 한번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
회사에서 선진화된 글로벌 인사 프로세스를 도입했고, 이를 사업장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전파하는 임무가 부여된 것. 가장 재미있고 고되고도 흥미진진했던 그 프로젝트.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참 신나게 공부하고 치열하게 일했다. 팀에서 함께 만든 제도들이 실제 굴러가는 것을 보며 몰입과 성취, 요즘 말로 도파민이 미친 듯이 폭발했던 것일지도.
그때 처음으로 인사가 나의 천직이라고 여겼었던 것 같다.
가치 있는 일이고, 또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인사의 전체 파트를 하나씩 경험한 후, 운 좋게도 팀장이라는 자리에 앉게 되었고, 이제는 어떤 임무를 맡아도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평온함이 공존한다.
물론, 마주하는 모든 일들이 쉽지만은 않다. 다양한 영역을 관리해야 하며 책임에 대한 부담도 따른다. 그리고, 여전히 인사라는 업은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다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지금까지 매일 출근하고 일을 하고 퇴근하고 있는 게 아닐까.
김 주임에서 김 팀장이 될 때까지의 회상 속에서 빠져나와, 다시 일을 시작하려는 찰나,
하나의 문장이 나를 붙잡는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당신만의 서사입니다.
당신이 그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기여가 얼마만큼 치열했는지.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2023), 송길영
나만의 서사라... 일을 사랑한다... 치열했었다...
십 수년간 월급쟁이로, 인사쟁이로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열심히 일해왔다고 자부할 수는 있다. 게다가 지금 나에게는 그동안 쌓아둔 경험과 이 많은 자료들이 있다.
한 번 해볼까?
괜한 자신감이 빼꼼히 고개를 든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을 사람들에게 나눠어 보자.
정보나 이론이 아닌 진짜 실무를. 현장에서 익히고 배운 모든 것들을.
사람들이 자신의 몸에 잘 맞는 옷을 업으로 입고 성장해 나가기를 늘 꿈꿔왔다. 그게 인사에서 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여겨왔다. 그럼, 나는 적어도 인사라는 일을 해보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막 인사 업무를 시작한 분들께 진짜 HR 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게 하면 좋겠다는 막연한 목적이 자리 잡았다.
그래서 시작해 본다.
김 주임과 함께하는 인사 실무 제대로 알기.
<브런치북 소개>
브런치북 '인사팀에 왔습니다만'은, 인사(HR)에 신입으로 들어와 인사 팀장이 되기까지 맡은 업무들을 현실감 있게 풀어낸 정보 에세이입니다. 채용, 발령, 승진, 교육, 성과관리, 핵심인재 관리, 기업문화, 퇴직까지.
이야기는 김 주임이 인사팀으로 발령받아 사수로부터 일을 배우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업무를 가르치고 배우는 대화, 그리고 실제 일을 하며 겪게 되는 상황들이 전개되죠. 김 주임의 시선에서요. 이를 통해 진짜 인사라는 일이 무엇인 지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사실, 인사 전문서적에 나오는 용어나 정의 연구결과 등은 잘 등장하지 않습니다. 실제 김 주임이 일을 배우며 들었던 내용은 아니니까요. 그보다 현장에서 인사팀원들 간 나누는 실무 용어들, 리얼한 상황들이 펼쳐진답니다. 따라서 이 책을 읽고 나면 단순한 인사 업무의 이론과 프로세스를 넘어, 인사 실무자가 하게 되는 물 밑에 숨어 있는 일들, 그리고 그 일을 할 때 필요한 역량과 자질,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까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인사업무에 관심은 있는데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잘 감이 잡히지 않는 취준생 분들, 그리고 인사에 이제 막 발을 내딛고 이 길로 계속 가야 할지 고민이신 신입 새내기 분들이라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세요.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업'을 찾고, 더 잘할 수 있는 지침서가 되어드릴게요. 내 몸에 잘 맞는 업을 입고 제대로 일을 해보자고요.
현직에 몸을 담고 있는, 인사가 천직이라고 믿고 있는 저의 모든 지식과 경험을 정성껏 담았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인사의 멋들어진 모습부터 민낯까지 샅샅이 정리해 두었습니다. 인사업무의 기본 지식도 곁들여서요.
자, 지금부터 어리버리 인사담당 김 주임과 함께 인사 업무를 체험해 보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