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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드르륵. 인사 사무실 유리 자동문이 열렸다.

인사 부서에 이렇게 많은 부서들이?

by 리유


드르륵.

15층 사무실 유리 자동문이 열린다. 고개를 돌려 양 옆을 빼꼼히 바라보다 발걸음을 안으로 조심스레 옮긴다. 검은색 듀오백 의자 위에 노트북, 전화기, 수첩 등 사무용품들이 가득 실은 채.

이 회사만의 문화인지 모르겠지만, 발령을 받으면 자기 의자와 함께 이동한다. 즉, 이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 후 퇴직 할 때까지 의자와 그 주인은 끝까지 함께 하는 것. 어쩌면 짐을 옮기기 위한 용도인지도 모르겠다.


아침 일찍 인트라넷 게시판에 내 이름이 적힌 인사발령이 떴고, 오전에 마케팅 팀의 일을 드디어 마무리 지었다. 팀원 분들과 마지막 점심식사를 한 후 나의 새로운 시작이 될 인사팀으로 자리를 옮기는 중이었던 거다.





“아! 김 주임님, 왔어요?”

“안녕하십니까~”


저 멀리서 한 대리님이 내 쪽으로 걸어오신다. 반가움 가득한 얼굴로. 의자 등받이에 손을 얹어 함께 밀어주며 말을 건네신다.


“정리는 잘하고 왔어요?”

“넵! 헤헤.”


“고생했어요. 자, 주임님 자리는 여기, 그 옆이 내 자리예요.”


대리님이 가르킨 곳으로 시선을 옮기니 번쩍번쩍 광나는 공간이 한 눈에 들어온다. 어제 막 들인 책상인가. 먼지 한 톨 없다. 정점을 찍은 것은 바로, 파티션 위에 꽂혀있는 명패와 책상 위에 올려진 명함 한 통.


‘인사팀 김지유 주임’


아... 감동 그 자체다.

마케팅에서는 전임자의 자리를 직접 치우고 앉았었다. 누군가 보고 올려둔 듯 보이는 서류를 버리고, 물티슈를 빌려다가 묵은 때를 닦아낸 후에야 가방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다른 회사는 신입사원 웰컴키트에 사무용품 풀세트로 준비해 두고 기다린다는데, 그냥 기업용 홍보글들이었나 투덜댔던 기억도 난다.

그런데 이렇게도 정갈하게 정돈된 ‘나의’ 자리라니, 역시 인사팀은 남다르구나. 이리도 섬세하구나.



“주임님, 일단 가방부터 내려놓고, 전무님께 인사 먼저 드릴까요?”

“네!”


인사 최고위 임원. 입문 교육 때 환영사를 해주셨던 그분. 딴딴한 풍채에 인사팀 특유의 부드럽지만 약간의 가식이 섞인 미소, 날카로운 눈빛의 소유자였던 그분. 사장님이 가장 총애하신다는 그분.


“안녕하십니까!”

“오, 김 주임님. 반갑습니다.”


집무실 테이블 옆에 서서 보고서를 읽고 계시던 전무님은 얼굴에 완연한 웃음을 띄우며 반기셨다.


“한 대리님에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어렵게 모시고 왔다고. 앞으로 기대 많이 하겠습니다.”

“아. 하하, 넵, 알겠습니다!”


짧고 굵은 인사였다. 빨리 끝나서 다행이다.

어찌나 긴장을 했는지, 손금 사이사이 빈틈없이 땀이 맺혔다. 일단 첫 번째 관 문 통과.



“주임님, 이제 부문 식구들하고 인사 나눌까요? 이쪽으로 오세요.”


한 대리님의 뒤를 따라 복도를 걸어가며 천장에 달린 명패를 둘러보았다.

인사운영팀, 급여팀, 총무팀, 노사관리팀. 인력개발팀 총 다섯 개의 부서라.


그나저나 이전 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각자 자신의 자리에 앉아 일에 열중해 있는 모습은 똑같다. 하지만 뭔가가 다르다. 뭐랄까. 조금 적막하다? 고요하다?

그래, 마치 잘 정돈된 스터디 카페. 그곳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딱 그거다. 자리는 하나같이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다. 책을 읽고 있는 분들도 보인다. 누군가 통화를 할 때도 굉장히 정중하면서도 조용한 목소리다.

뭐지? 같은 회사 맞나? 완전 다른 세계잖아.


한 대리님의 걸음이 멈췄다. 이제부터 팀 별로 돌아가면서 인사를 시작하려나 보다.


“팀장님, 이번에 모시고 온 김지유 주임입니다. 인사드리려고요.”

모시고 왔다니. 이런 극진한 대우를 받다니. 자존감이 벅차오른다. 씩씩하게 하자.


“안녕하십니까!”


“주임님, 인사운영팀 조 팀장님이세요. 인사발령, 채용, 승진, 퇴직, 그리고 육아휴직과 같은 인력운영 전반적인 업무를 맡고 계세요. 김 주임님 발령도 팀장님이 띄우셨어요.”

“앗. 네! 발령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닷!”


이어서 팀원 한 분 한 분 인사를 드렸다. 하나같이 좋은 인상이었다. 물론 좀 웃음기가 없고 냉정해 보이는 분들도 계시긴 했지만. 그렇게 다섯 개의 팀장님, 팀원분들까지 약 오십여 명과 인사를 하고 나니, 30분이 훌쩍 지나있었다.




자리로 돌아와 인사했던 팀과 그곳에서 하는 일들을 떠올려 본다.

조직을 만들고 직원을 배치, 운영하는 인사운영팀, 급여와 복리후생을 맡고 있는 급여팀, 사옥과 장비관리 등을 맡고 있는 총무팀, 노조와의 상생을 도모하는 노사관리팀, 교육과 조직문화를 담당하는 인력개발팀.

각 팀마다 고유의 업무들이 있었고, 그 안에 파트별로 직무가 나뉘어 있었다. 두세 명이 한 파트로 구성되어 각자의 일을 맡고 있는 구조다.


내가 속하게 되는 인사기획파트는 전무님 직속 부서라고 했다. 인사의 주요 지표와 프로젝트 관리, 직원만족도 조사, 그리고 그 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기획과 취합 업무들을 하는 곳.


솔직히 열심히 인사도 하고 잘 알아듣는 듯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머릿속에 정확히 입력되지는 않았다. 어떤 팀에서 누가 무슨 일을 맡고 있는지, 저분이 차장님인 지, 대리님인 지, 어떤 팀 소속인 지 등.


괜찮다. 첫날이니까. 이제부터 천천히 잘 알아가면 된다.

모든 게 새롭다. 두렵기도, 기대되기도 한다.

의자가 등을 편안하게 받쳐준다. 익숙한 건 이 녀석 하나뿐이네. 너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앞으로 잘 나아가 보자.





규모가 큰 회사는 인사업무가 팀 별로 구분되어 있어요. 심지어 사업장이나 공장 등 현장 부서가 있는 경우, 사업부마다 인사를 담당하는 부서가 추가로 존재하기도 합니다. 그 팀은 본사 인사부서에서 기획한 일을 실행, 리뷰하는 조직이라고 보면 됩니다.

또한, 여러 속성의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회사들은 HRPB(HR Business Partner)라는 직무를 보다 세부적으로 나누어 두기도 해요. 그 사업의 모든 인사 관련 커뮤니케이션과 컨설팅을 전담하게 하는거죠.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인사조직이 하나로 구성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 재무기획팀 등의 이름을 가진 팀에서 인사와 재무업무를 함께 보는 곳도 많답니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다른 회사의 인사구조가 궁금하신 분들은 그 회사의 채용 사이트에 접속해 보세요. 여러 직무 중 인사 내용을 읽어보시면 됩니다. 혹은, 채용 공고로 올라온 포지션들을 살펴보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역량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지도 파악할 수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처음 인사를 배우기에는 사실 규모가 큰 회사가 좋습니다. 기본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안에서 다른 부서의 직무를 틈틈이 염탐하며 간접적으로라도 익혀 둬야 합니다. 큰 조직의 단점이 하나의 경력만 쌓게 되는 오류에 빠지게 되는 것이거든요. 그러니 적어도 2~3년에 한 번씩은 직무를 바꿔가시라 권하고 싶어요. 나중에 어떤 회사를 가더라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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