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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리 Mar 23. 2023

노마스크 시대, 내 아이가 걱정되는 이유

이걸? 제가? 왜?



얼마 전 기사에 나온 MZ세대가 자주 하는 '요요요 3종 세트' 란다.  우리 집에 있는 어린 MZ도 3종 세트 물론 자주 한다.

그런데 MZ의 끄트머리이면서 사춘기인 우리집 아이가   

그것보다 더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그건 바로  내! 일!


도대체 언제 씻을 거야?

- 내일

양심이 있으면 좀 씻지?

- 내일. 오늘은 너무 피곤해.

양치하고 가야지!!

- 내일부터~ 오늘은 완전 늦었어.


허구한 날 내일을 기약하지만 내일은 어지간해서 잘 오지 않는다.




언젠가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사춘기 아이들은 뇌가 아직 80%정도 밖에 발달이 안 된 상태인데, 그 중에서도 '뭔가를 해야한다는 것을 기억하는 능력', 특히 이게 충분히 자라지 못한 상태라는 거다.  때문에 해야 할 일을 미루고 까먹고 하는 건 너무 당연하다 생각해야 된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구 우리 딸이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을 밟고 있구나. 기특하기도 해라' 이럴 수 있는 부모는 드물 것이다. 특히나 씻는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더.


아침만 해도 그렇다. 아이가 아침 양치라는 걸 한 적이 있긴 있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할 지경이다.


덕선이 앞머리처럼 붕 뜨지도, 그렇다고 너무 착 붙지도 않는 자연스러운 앞머리. 아이는 아침마다 놈의 앞머리를 위해 고데기와 씨름 한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써도 숨이 죽지 않으려면  그만큼 공을 들여야한단다. 그렇게 헤어에 공을 너무 들이다보니 결국엔 밥도 초스피드로 먹고 헐레벌떡 현관을 나선다.


"양치는~~~~!!"

거실에서부터 소리치며 내가 득달같이 달려 나가 보지만    

"내일은 꼭 하께~~~"

어제 아침에도, 그저께 아침에도 했던 말을 뱉어 놓고는 마스크와 함께 사라진다.



한바탕 정신을 쏙 빼놓고 가는 딸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니 기원한다.


학교 계단을 정신없이 오르다가 숨이 아무리 차도,

날이 더워져 땀이 주르륵 흘러도,

체육 시간에 숨이 차올라도,

부디 시원하게 마스크 내리는 일만은 지 않기를.

 

카레로 노랗게 물든 입가도

그 어딘가에서 존재감 뽐내고 있을 고춧가루도

부디 마스크 속에 꽁꽁 감출 수 있기를.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우리 집 치약이 줄지를 않는다. 칫솔도 닳지를 않는다. 아니, 팍팍 줄고 팍팍 닳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거다.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되어버렸으니까. 분명 '양치는 333'을 애기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고 또 그럭저럭 지켜왔는데.


어느샌가 양치는 폭풍 잔소리를 하지 않으면, 자기 직전에 몰아서 한 번 하고 자는 게 되어버렸다.

몹쓸 코로나는 겨우 겨우 자리 잡은 양치습관도 앗아 가 버렸다.  마스크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니까 어언 3년이 다 되어 가는 거 같다.


아침엔 늦었다며 얼렁뚱땅 넘기 일쑤고,

점심엔 학교서 양치 생략한 지 꽤 됐으니까 당연히 패쓰. 이렇다 보니 아이가 집에 와서 마스크를 벗는 순간, 민망함은 내 몫이다.

양치는 고사하고 입 한번 닦아줄 리 없으니

입 안팎으로 가관일 때가 많다.


그동안은 그렇게 민망한 입을 마스크로 커버하고 당당하게 다녔지만, 이제 슬슬 노마스크로 가고 있는 분위기 아닌가.  아직은 마스크 벗은 사람을 찾기 어렵지만 머지않아 쓴 사람 찾기 어려운 날이 오긴 올 텐데.


양치를 패쓰하던 게 너무 몸에 밴 나머지

노마스크 시대에도 노양치일까봐.

노양치로 무 해맑게 활짝 웃기까지 할까 봐

심히 걱정이다. 









                                                                        이미지 : Pixabay / 각설탕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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