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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2)

캠핑블루스

by 박하 Mar 31. 2025

보냉백 안에서 박살 난 유리병을 어떻게 수습을 해야 할지 잠시 멍해졌다. 둘러보니 재활용 버리려고 내놓은 스티로폼 상자가 보였다. 박스 속에 보냉백을 거꾸로 들어부었다. 무참하게 부서진 양주병파편이 쏟아져 나왔다. 두꺼운 유리병이라 그런지 정말 자잘하게 깨져 있다. 다행히 두병 중 하나는 멀쩡하고 많이도 가져간다. 술무러가나  다 음식물들은 괜찮다.


맨손으로 유리조각을 골라내려는 사위를 말리고 고무장갑과 수건을 가져왔다. 보냉백을 욕조로 가져가 수압 좋은 샤워기로 씻어내고 내용물을 다시 담았다. 물이 뚝뚝 흘렀다. "오늘 징조가 좋지 않아 좋지 않아" 사위가 아이에게 장난스레 말한다. 아이의 눈이 똥그래진다.  "아니 액땜을 해서 이제 좋은 일만 생기는 거야" 안 그래도 어중간하게 쿵작이 잘 맞는 둘만 보내니 마음이 불안한데... 기가 막힌다.   


지하 주차장에 가서 짐을 싣고 떠나는 것을 보고 웨곤을 가지고 집으로 들어왔다. 오늘따라, 딸의 회사에서 보내온 10킬로짜리 김치를 개봉해 캠핑에 보낸 터라 주방은 김치가 비닐채 널브러져 있고 거실은 캠핑준비하느라 흐트러진 그대로다. 그러고 보니 아까 쓴 스티로폼 박스가 김치박스였다. 무엇부터 치워야 할지 혼란스럽다. 술병이 난 딸 누워있다. 조용히 발길을 돌려 방으로 들어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딸이 "엄마엄마" 부른다.


딸은 저녁이 되어서야 택시를 타고 캠핑장으로 갔다. 속이 울렁거려 도저히 운전은 못하겠다고 했다. 거리 검색으로 택시비를 찾아보니 십만 원 예상이었다. 도착해서 보니 예상한 대로,  아이는 물놀이 후 씻지도 않고 신나게 놀고 있었고 수영복은 텐트 구석에서 뒹굴고 있었다.  아이의 운동화가 보이지 않았는데 다음날 수영장 앞에서 찾았다고 한다.  아이걱정이 돼서 아픈 몸을 끌고 간 것이 기특해서 더 이상 잔소리는 하지 않았다.


 2박 3일 예정으로 간 캠핑인데 딸은 회사 출근으로 하룻밤만 자고 와야 한단다. 차도 없는데 어떻게 온다는 건지. 직행버스가 있는 곳도 아니다.  "하루 반차 쓰고 같이 오면 안 돼?" "오전에 회의가 있어서 안돼" 또 택시를 탈 수밖에 없다. 속이 부글거린다.

갈 때도  '택시비 얼마 나왔냐'라고 물었는데 대답이 없었다.


밤까지도 차들이 많아 서울까지 소요시간이 꽤 되어 출근시간에 맞춰 새벽에 오기로 했다. 어른이 되어 자식을 낳아도 내게는 아이라 장거리택시가 불안하다. 가는 길도 오는 길도 마음을 졸였다. 집에 도착해 씻고 출근한단다. 커피를 타서 내보내면서 물었다. "택시비 얼마 나왔어?"


사위도 묻고 작은딸 부부도 묻고 사건을 아는 사람은 모두 물었다.


"택시비 얼마 나왔어?"

"택시비 줄 거 아니면 아무도 나한테 택시비 얼만지 묻지 마! 속 상하니까!!"     


 2023.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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