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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스크 Feb 06. 2023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기 전까지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선 나에게

 아침 7시 45분. 아이를 깨우기 위해 맞춰둔 알람이 울린다. 아이를 깨우기 위해 맞춘 알람을 아이가 깰까 봐 허겁지겁 끈다. 인기척을 살핀다. 아이가 아직 잠에 들어있다. 다시 이불속에 몸을 눕힌다. 날이 추워지고 지난달 가스비 폭탄을 겪고 나서 실내온도를 21도로 조정했다. 따끈한 이불속에 비해 이불 밖의 찬기가 얼굴을 감싸고돈다. 이불 밖으로 나가기가 무섭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곧 들린다.


'엄마!'


아이가 깬 소리에 겨우 몸을 일으킨다. 그때부터 머릿속은 바쁘게 돌아간다. 유치원 등원을 시키고 나서 다시 잠 좀 잘까? 아니야. 얼른 해야 할 일 해야지. 머릿속으로 더 잘지 덜 잘지 고민하며 바쁜 등원준비가 시작된다. 집을 나서 아이의 유치원까지 함께 걸어간다. 아침공기가 상쾌하다. 생각보다 그렇게 춥게 느껴지지 않는다.






 등원하는 아이에게 잘 가라는 인사를 건넨 후 고민의 주제가 바뀐다. 공원에 가서 한 바퀴 돌고 갈까? 그냥 집으로 들어갈까? 요즘 같은 날씨에는 그냥 집으로 들어가는 횟수가 더 많아져버렸다. 집에 가서 다시 나오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별다른 약속이 없는 아침에는 등원 후 공원에 가서 걷기 운동을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하지만 지난 5개월을 돌이켜보면 공원에 간 날은 열 손가락에 셀만큼도 되지 않는다.


 걷기 운동을 다음으로 미루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가 먹다 남긴 음식이 있으면 곧 내 아침이 된다. 없으면 냉장고를 열어 아침으로 먹을만한 음식을 집어든다. 핸드폰을 손에 들고 유튜브를 키는 순간 가끔 오전시간은 그대로 사라진다. 말 그대로 순삭이다. 오전을 형편없이 흘려보냈으니 점심 먹고는 정신 차려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하다. 그런데 또다시 시작이다. 점심을 어떡하지? 뭘 좀 차려 먹을까? 대충 라면이나 끓여 먹을까?




 


 밥솥에 남은 밥이 있는 날은 그나마 고마운 날이다. 반찬거리가 될만한 것들과 대충 끼니를 때울 수 있다. 라면도 없는 날은 단백질바 하나 대충 씹어먹고 끝내기도 한다. 언젠가부터 요리는 아이만을 위한 행위가 되어버렸다. '나라도 나를 챙겨야지' 하는 마음과 '귀찮으니까 대충 먹고 저녁에 아이랑 같이 잘 차려먹자'는 마음이 서로 부딪친다. 아직도 하루가 절반이나 남았는데 나는 벌써 몇 번의 고민을 하는 걸까. 그리고 그 고민의 선택은 결국 만족스럽지 못한 쪽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녁 9시. 곧 아이가 잘 시간이 된다. 등원준비 못지않게 잠자리 준비도 분주하다. 조금이라도 빨리 준비시켜 조금이라도 더 이른 육퇴를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어두워서 무섭다. 화장실이 가고 싶다. 목이 마르다. 잠자기 싫은 아이는 최후의 발언을 남기고 마침내 고요해진다. 밤에 피는 장미처럼 내 얼굴에도 드디어 생기가 피어오른다. 하루 종일 아쉬운 선택을 한 만큼 저녁 시간만은 알차게 쓰겠다며 브런치에 글도 쓰고, 해야 할 일들을 착착 진행한다. 삼천포로 빠지지 않게 인터넷은 얼른 종료하고 책이라도 한 장 읽고 자야지 싶다. 오늘 하루 한번은 내가 만족스러운 선택을 하기를 희망한다.


 내일 아침 7시 45분은 상쾌하게 일어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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